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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 IS] 허문회 감독의 고집, 결국 1년 7개월 만에 지휘봉 뺏겼다

이형석 입력 2021. 05. 12. 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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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허문회(49) 감독이 전격 경질됐다.

롯데는 11일 "신임 감독으로 퓨처스팀 지휘봉을 잡고 있던 래리 서튼을 선임했다"라며 "이석환 대표는 그동안 팀을 이끌어 준 허문회 감독에게 감사한 마음을 전했다"라고 밝혔다. 이석환 대표이사가 이날 오전 직접 허문회 감독에게 경질을 통보했다.

이로써 2019년 10월 롯데와 3년 총 10억 5000만원에 계약을 한 허문회 감독은 1년 7개월 만에 지휘봉을 내려놓게 됐다. 롯데는 제리 로이스터 이후 양승호-김시진-이종운-조원우(재계약 후 3년 계약 중 1년 임기)-양상문 감독에 이어 허문회 감독까지 불명예 퇴진했다.

롯데 구단은 "최하위로 처진 팀 성적과 성민규 단장-허 감독 불화설이 경질의 직접적인 배경은 아니다"라고 설명했다. 구단 관계자는 "성적은 매년 평가받는 것인데, 좋을 수도 있고 나쁠 수도 있다"라고 했다. 이 설명을 믿는 야구인들은 물론, 아무도 없다.

성민규 단장은 부임 후 공석이던 사령탑을 선임하면서 감독 후보자 인터뷰도 했다. 구단 창단 후 처음이었다.

하지만 감독 임명권을 쥔 성민규 단장과 허문회 감독은 자주 충돌했다. 구단은 "단장과 감독의 갈등은 사실이 아니다"라고 밝혔지만, 지난해 이석환 대표이사가 인터뷰를 통해 이를 공식적으로 인정하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 허문회 감독은 지난해 방출 선수 명단에 대해서도 "기사를 보고 알았다. 정보 고맙다"라며 구단에 간접적으로 불만을 나타냈다. 자신과 상의 없이 이뤄졌다는 의미였다.

허문회 감독은 부임 첫 시즌인 지난해 초반부터 성민규 단장과 부딪쳤다. 장원삼의 선발 등판을 추천한 프런트에 공개적인 불만을 드러냈다. 성민규 단장이 트레이드로 데려온 지시완(개명 전 지성준)의 기용 문제로 올 시즌 초반에도 시끄러웠다. '단장의 선수'와 '감독의 선수'가 따로 존재한 것은 내홍을 야기했다.

성 단장과 허 감독의 불화설의 기저에도 이처럼 선수 기용을 놓고 대립하는 의견 차가 존재했다.

허문회 감독은 자기 신념과 주관이 뚜렷한 지도자다. 2015년 넥센(현 키움) 타격 코치시절에도 훈련양을 놓고 구단과 마찰을 빚었다. 허 감독은 당시 메이저리그식 자율 훈련을 추구했는데, 이는 재계약 거취와 2군 강등의 배경이기도 했다.

롯데가 이번에 허문회 감독의 경질을 결정한 가장 큰 이유도 마찬가지다. 구단 관계자는 "1군에 컨디션이 안 좋은 선수가 있고, 2군에 좋은 선수들이 있어도 엔트리 교체가 적었다. 2군에 젊은 선수들이 많은데 구단 입장에선 육성도 중요하다"라고 했다. 허문회 감독 체제에서는 1군 주전이 확고해, 2군에서 올라온 선수에게 제공되는 기회가 적은 편이었다. 이 관계자는 "방향성에 대한 차이가 컸다"라고 밝혔다. 구단은 부인했지만, 롯데는 지난해 7위로 마친 뒤 감독 교체설이 나돌기도 했다. 이를 의식한 것인지 허 감독은 지난 시즌 종료 후 "달라지겠다"고 약속했다.

재신임을 받았지만 크게 달라진 것은 없었다. 베테랑 위주로 팀을 운영했고, 1군 주전은 확고했다. 그래서 1군 선수, 베테랑으로부터 신뢰는 두터웠다.

허문회

구단은 허문회 감독에게 선수 기용을 폭넓게 가져갈 수 있도록 시그널을 보냈지만, 달라진 부분은 없었다. 허 감독은 '유망주는 1~2명만 써야지, 3명 이상 쓰면 팀이 망가진다'는 주장을 거듭했다.

허문회 감독은 최근에도 "선수 기용은 감독의 선택인데 이런 논란이 황당하다. 선수 기용은 감정을 배제하고 공정하게 하고 있다. 성민규 단장과 의견이 안 맞을 수는 있지만, 사이가 좋지 않다는 건 오해"라며 "난 나이에 상관없이 좋은 선수를 쓴다. 떳떳하다"라고 했다. 그러나 KBO리그 최초로 한 경기에 야수 3명을 투수로 올리는 등, 안팎으로 논란을 자초했다는 평가다.

이에 구단 관계자는 "떠나는 사령탑에 대해 자세한 언급을 하는 것은 죄송하다"면서도 "허문회 감독님의 고집이 셌다"라고 표현했다.

롯데는 공식적으로 허문회 감독 경질에 대해 "이번 결정은 구단과 감독이 가고자 하는 방향성 차이가 지속된 데 따른 것"이라며 "향후 팬들의 바람과 우려를 더욱더 진지하게 경청하고, 겸허히 받을들이겠다"라고 밝혔다.

서튼 감독이 11일 사직 SSG전에 앞서 취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이형석 기자

서튼 감독은 11일 사직 SSG전부터 지휘봉을 잡아 2022년까지 롯데를 이끈다. 롯데는 로이스터 이후 6명의 사령탑이 연속해서 계약 기간을 채우지 못하면서, 팀 운영의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게 됐다.

부산=이형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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