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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용우가 만난 사람] 그가 제주를 선택한 이유..오형진 전 e스포츠협회 심판

김용우 입력 2021. 06. 11. 01:03 수정 2021. 06. 11. 0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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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에 잊혀가던 그를 만난 건 2015년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IEM) 월드 챔피언십이었다. 우연히 선수들과 같은 비행기에 탑승한 기자는 최종 목적지인 폴란드 바르샤바에 도착했다. 바르샤바에서 기자는 선수들과 호스트를 배웅하기 위해 나온 ESL 스태프 중에서 낯선 인물을 만날 수 있었다. 그는 오형진 전 한국e스포츠협회 심판이었다.

스타크래프트로 진행되던 프로리그에서 오형진 전 심판은 통산 두 번째 500전 기록을 세우는 등 한국 e스포츠 심판 쪽에서 없어서는 안 될 존재였다.

미국 텍사스 알링턴에서 열린 '피파 인터렉티브 월드컵'을 본 뒤 6년 동안 활동했던 심판직에서 물러난 오형진 전 심판은 아일랜드 더블린으로 유학을 떠났다. 주방 보조를 하면서 유럽 e스포츠 대회에 자원 봉사를 다닌 그는 2015년 IEM 월드 챔피언십 이후 독일에 위치한 ESL에 정식 입사했다.

e스포츠 토너먼트 매니저. 정확하게 말하자면 e스포츠 심판 일과 플레이어 케어, 리그 운영을 종합적으로 하는 일을 의미한다. 당시 IEM, 드림핵 등 해외 대회가 인기를 얻는 상황서 e스포츠 심판 일을 하는 이는 거의 없었다. 그렇지만 오형진 전 심판이 합류한 뒤 리그 체계를 구축해갔고 유럽 대회는 성장세를 이어갔다.

이후 네달린드 암스테르담에 위치한 펍지 유럽지사로 이직한 오형진 심판은 지난해 유럽에서의 모든 일을 정리하고 한국으로 돌아왔다. 놀랍게도 서울이 아닌 그가 거주하는 곳은 제주도였다. 제주도에서 e스포츠 관련 강의를 준비 중이라고 했다. 그래서 제주도로 가서 새로운 도전을 준비하는 그를 만나서 이야기를 들어보는 시간을 갖기로 했다. 2016년 대만 타이베이에서 열린 IEM 타이베이 이후 6년 만이었다.

Q, 자기소개를 부탁한다

A, 12년간 전 세계 18개국 32개 도시를 돌며, 글로벌 e스포츠 리그 현장에서 스태프로 경험을 쌓아온 오형진이다. ESL 독일 본사, 펍지 암스테르담(유럽 지사) 그리고 한국e스포츠협회에서 e스포츠 리그 운영을 담당했고, 주요 대회로는 인텔 익스트림 마스터즈(IEM), 블리즈컨, 펍지 유럽리그 그리고 실내 무도 아시아경기대회 등이 있다. 평창 올림픽에서는 e스포츠를 올림픽 관계자분들에게 처음 소개한 자리였던 IEM 평창 대회서 리그 운영을 맡았다.

2015년 IEM 월드 챔피언십 당시 오형진 전 심판(사진=본인 제공)
Q, 2016년 IEM 타이베이 이후 오랜만에 만나는 거 같다. 어떻게 지냈나?

A, 한국과 유럽 등에서 일한 기간을 세보니 12년 정도 됐다. 제가 가진 경험들을 공유해 주는 자리를 만들어주고 싶었다. 그렇지만 제가 전문 강사가 아니다 보니 경험을 쌓음과 동시에 e스포츠의 영향이 적은 곳을 찾다 보니 제주도로 오게 됐다. 지금은 강의 내용을 만들고, 학교를 다니면서 선생님들에게 제가 가진 강의 계획서를 제출하며 지낸다.

Q, 전국적으로 e스포츠를 연구하는 사람이 많아졌다. 육지에서 활동해도 될 거 같은데 홀로 제주도로 온 이유는 무엇인가?

A, 제주도에서는 타지역인을 육지 사람이라고 하더라. 육지 쪽은 e스포츠에 대한 교육 기회와 유능한 사람이 많다. 개인적으로 살펴보다가 체계화가 되지 않았고, e스포츠 교육을 받기 어려운 곳이 제주도라고 봤다. 제주도로 온 뒤 지도를 보는 데 완도 등 섬들이 많았다. 섬 안에도 중, 고등학교가 있는데 그 안에서 e스포츠를 좋아하고 그쪽으로 진로를 생각하는 학생들이 있을 거로 생각했다. 저도 그랬다. 영어를 한마디도 못 했는데 해외 쪽에서 일하고 싶어서 떠났고 최근까지 독일 ESL과 네덜란드 펍지 암스테르담(유럽 지사)에서 일했다. 제가 가진 이런 경험을 공유했을 때 한 명이라도 도전하는 사람이 나온다면 보람되고 좋을 거 같았다.

Q, 유럽을 떠나 한국으로 왔는데 지금까지 고생하면서 이룬 걸 정리한 이유는 무엇인가?

A, 국내와 유럽 e스포츠 회사 생활을 약 10년 동안 했고, 아일랜드에서 영어 공부하면서 자원봉사 다닌 시간을 포함하면 약 12년의 시간이 지났다. 지난해 8월에 한국에 돌아온 뒤 내 인생에서 처음으로 공백기를 갖게 됐다.

국내에서 일해보고 싶은 마음은 있었지만, 기회가 오지 않았다. 그런 가운데 제 경력을 보고 전 직장의 경쟁 게임을 서비스하는 미국 본사에서 직접 글로벌 e스포츠팀 헤드 포지션 제안을 해줬다. 미국 취업 비자 지원 등 풀 로케이션 지원의 입사 제의였다. 거부할 수 없는 좋은 조건으로 잠시 흔들렸지만 정중하게 거절 의사를 보냈다.

얼리엑세스부터 지켜봐 왔고 2017년 독일 게임스컴 현장에서 ESL 직원으로 펍지 인비테이셔널 대회 운영을 담당한 이후 지금까지도 나는 국산 게임인 배틀그라운드를 사랑한다. 제가 배틀그라운드 e스포츠 리그에서 배운 경험을 경쟁 회사를 위해 일하고 싶지 않았다.

지금 이 시간을 더 의미 있게 보내길 원했다. 그동안 한국과 유럽 그리고 전 세계 현장에서 배운 e스포츠 리그 운영 경험을 공유하고 싶은 자리를 만들고 싶었다. 앞서 말했지만 그런 이유로 제주도로 오게 됐다.

2014년 유럽 e스포츠 안에서 일해보고 싶은 꿈 하나로 아일랜드로 향했다. 영어 공부와 레스토랑 아르바이트를 병행하면서 유럽에서 열리는 e스포츠 대회에 자원봉사로 참여하기 위해 직접 영국 코번트리와 리버풀 그리고 벨파스트에 영문 이력서가 담긴 A4 용지를 들고 현장을 찾아다녔다. 담당자에게 이력서를 건넨 후에도 연락이 없었지만 결국 리버풀에서 열린 스타크래프트2 대회에 선수로 참가해 입상하고 난 뒤 대회의 스태프로 자원봉사 기회를 가질 수 있었다. 아일랜드부터 몸으로 부딪치며 기회를 가졌던 것처럼 다시 초심으로 돌아와 시작하려고 한다.

펍지 암스테르담에서 활동하던 오형진 전 심판(사진=본인 제공)
Q, 제주에서 처음부터 다시 시작하는 건데 힘든 점은 없었나?

A, 똑같은 경험을 7년 전에 아일랜드로 갔을 때 했다. 어찌 보면 그때 상황이 더 안 좋았다. 왜냐하면 전 재산을 들고 갔는데 돈이 금방 바닥났기 때문이다. 버텨야 하는데 방법이 없어서 한국에서 안 한 주방 보조 아르바이트를 1년 6개월간 일을 했다. 이런 나를 바꿔놓은 건 2015년 폴란드 카토비체에서 열린 IEM 시즌9 월드 챔피언십이었다. 당시에는 임시 스태프로 일했는데 그 대회를 통해 ESL 정직원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지금은 한국이라서 괜찮다.

아일랜드서는 항상 돈이 없었고 미래가 불투명했다. 일을 안 하면 월세를 낼 수 없는 상황도 있었다. 그렇지만 운 좋게 ESL에 들어갔는데 300여 명 직원 중 아시아계 직원은 내가 유일했다. 내가 할 수 있는 건 하루하루 살아남기 위해 노력하는 거였다. 펍지 암스테르담(유럽 지사)서는 나에게 기회를 너무 많이 줘서 감사할 따름이다. 해외에서 일을 하면서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나를 돌아보려고 한다.

Q, 이야기를 들어보니 한국e스포츠협회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었을 거 같은데 이야기를 하지 않은 이유는 무엇인가?

A, 개인적으로 강의는 한 번 밖에 하지 않았다. 초보 강사라고 할 수 있는데 돈을 받고 거대하게 한다고 했을 때 준비되지 않은 나에게 실망할 부분이 생길 거 같았다. 지금은 하고 싶은 분야에 대해 경험을 쌓는 게 우선이었다. 경험을 쌓고 인지도를 얻고, 피드백도 좋다고 생각되면 협회 등 한국 e스포츠 안에서 일을 찾을 수 있을 거 같다.

IEM 평창 시절 오형진 전 심판(사진=본인 제공)
Q, 해외에서 일한 6년이라는 시간 동안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은?

A, 2018년 평창 올림픽에서 e스포츠를 올림픽 관계자들에게 처음 소개한 자리였던 IEM 평창 대회였다. 100명이 넘는 전 세계 ESL 동료들과 함께 준비했었고, 제가 태어나고 자라나서 배워온 한국에서 e스포츠 대회를 동료들에게 소개해 주는 것이 뜻깊었다. 평창 동계 올림픽의 다른 정식 종목과 동일한 대회 운영 방식을 적용해 IEM 평창 국가대표 선발 전부터 대회 본선까지 진행하면서 새로운 방식의 e스포츠 리그 운영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

많은 올림픽 관계자가 대회 경기장을 찾았고, 도쿄 올림픽 관계자들도 찾아와 e스포츠에 관해 관심을 보여줬다. 이런 과정에서 큰 사고 없이 무사히 대회를 치르기 위해 전 스태프가 정말 고생을 많이 했다. 평창 올림픽을 통해, 올림픽 관계자, e스포츠 프로덕션 그리고 게임 회사와의 관계, 그리고 올림픽에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선정되기 위해 어떤 과정이 이뤄져야 하는지 경험하면서 국산 게임에 대한 애정이 생겼고, 2018년 말 ESL을 떠나 펍지 암스테르담(유럽 지사)로 이직하는 계기가 됐다.

Q, 화제를 돌려 제주도에서 준비 중인 강의 내용을 알려줄 수 있는가?

A, 기회를 주는 학교의 방과 후 시간을 활용해 진행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 1개월 과정으로 주 1시간씩 총 4회 진행을 계획하고 있다. 첫 번째로는 제가 직접 직장인으로 생활한 독일과 네덜란드의 해외 e스포츠 취업 1시간, 두 번째로 영어를 배운 아일랜드에서의 현지 생활과 자원봉사 경험 1시간, 세 번째로 진로를 고민하는 학생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는 국내외 다양한 e스포츠 직업 소개 1시간, 마지막으로 아마추어 선수로서 해외 e스포츠 대회에 준비부터 참가하는 과정까지 1시간 등, 총 4시간을 계획하고 있다.

강의 기회를 주는 학교에서 방과 후 시간과 강의실만 제공해준다면 강의료없이 무료로 기부하려고 한다. 앞으로 1년 안에 이 과정을 1개 이상의 학교에서 가지는 것이 목표다. 제주도에 머무는 기간 동안 가능한 모든 고등학교 강의 계획과 이력서를 제출하려고 한다. 그리고 제주도에서 진도와 완도로 가는 길에 있는 여러 섬 지역의 학교도 직접 찾아가 제 강의가 필요한 곳의 강단에 섰으면 하는 바람이다.

Q, 마지막으로 하고 싶은 말은?

A, 한국 선수, 코칭스태프에게 감사하다. 그들이 국위 선양을 해준 덕분에 한국어와 영어를 할 줄 아는 사람이 필요해졌고, 저도 기회를 잡을 수 있었다. 저는 인복이 좋았다. ESL에 있을 때 독일 국적 팀장님이 있었다. 그분에게 많이 배웠다. 내가 지금까지 알고 배웠던 리그 운영과 다른 새로운 걸 알게 됐다. 막히거나 어려운 게 있으면 먼저 나서서 알려줬다. 펍지에서는 알렉스 본부장이 나에게 기회를 줬다. 리더가 어떤 상황서 믿음을 주면 더 잘하게 되는 거 같다. 그게 가장 크다. 결론적으로 좋은 분 밑에서 일할 수 있다는 건 나에게 큰 행운이었다.

제주=김용우 기자 (kenzi@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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