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투수들에게 너무 높은 100마일 벽, 고우석은 깰 수 있다

윤세호 입력 2021. 6. 11.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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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 고우석이 지난달 14일 잠실 삼성전에서 승리를 확정지으며 웃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잠실=스포츠서울 윤세호기자] 흔히 강속구는 재능의 영역이라고 한다. 그런데 재능만으로는 진정한 파이어볼러가 될 수 없다. 어쩌다 한 두 번 150㎞를 찍는 게 아닌 항상 타자를 압도하는 투수가 되기 위해서는 후천적인 노력이 반드시 필요하다.

LG 마무리투수 고우석(23·LG)이 그렇다. 고등학생 시절부터 150㎞를 던진 그는 수준급 근력과 순발력을 자랑한다. 선배이자 동료인 이우찬은 고우석을 두고 “사실 우석이는 마운드 위에서보다 실내에서 운동하는 모습이 더 무섭다. 중량이나 횟수 모두 말이 안 되는 수준”이라고 혀를 내두른 바 있다.

실제로 고우석은 운동 중독이다. 그는 자신의 강속구 비결을 두고 “초등학교 4학년부터 고등학교 2학년까지 매일 팔굽혀펴기 200개씩 했다. 아침에 일어나서 100개, 학교 갔다와서 100개씩 늘 했다. 지금 생각해보니 그래서 공이 빨라진 것 같은데 키는 별로 안 큰 것 같다”고 미소지었다.

고등학교 2학년 이후에는 보다 체계적으로 투수 맞춤형 트레이닝에 임했다. 고교시절 고우석을 지도한 충암고 이영복 감독은 “오랫동안 고등학교 감독을 하고 있지만 우석이만한 모범생은 정말 드물었다. 웨이트 트레이닝과 러닝을 하루도 거르지 않더라. 2학년 때 무릎을 크게 다쳐서 수술했지만 금방 구속을 회복한 것은 기본적으로 야구를 대하는 자세가 워낙 좋았기 때문이다. 우석이는 예전부터 무슨 운동이든 한 번 알려주면 깊게 파고 들었다”고 말했다.

고우석은 프로 입단 후 매년 스스로를 보다 강하게 만들었다. 근력 운동과 러닝은 물론 필라테스를 통한 유연성 향상까지 투수에게 좋다는 모든 운동을 일찌감치 경험했다. LG는 올해부터 스티브 홍 스트렝스 코치를 영입해 선수별 맞춤 훈련 프로그램을 실행하고 있는데 고우석은 예전부터 스트렝스 코치 없이도 프로그램을 만들고 실행했다.

고우석은 “무슨 운동이든 최소 6개월은 꾸준히 한다고 마음먹고 이어갔다. 근력이든 유연성이든 지금까지 한 모든 운동이 도움이 되고 있는 것 같다. 사실 내가 직접 느끼는 것보다 주위에서 좋아졌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고 웃었다. 그러면서 그는 “어릴 적에 고모부의 영향을 받아 야구를 좋아했고 야구 선수가 됐다. 당시 고모부께서 박찬호와 같은 훌륭한 투수가 되려면 팔굽혀 펴기를 많이 해야한다고 해서 팔굽혀 펴기도 시작했다”고 시작점을 돌아봤다.
LG 고우석이 지난 14일 잠실 삼성전에서 힘차게 공을 던지고 있다. 고우석은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시즌 7세이브를 기록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꾸준함의 결과는 뚜렷하다. 고우석은 입단 후 패스트볼 평균 구속이 상승곡선을 이어가고 있다. 입단 3년차이자 마무리투수 첫 해였던 2019년 처음으로 패스트볼 평균 구속 150㎞ 이상(야구 통계사이트 스탯티즈 참조)을 찍었고 올해는 평균구속이 153.2㎞까지 올랐다.

그는 “구단 트래킹데이터 기준 최고 구속은 지난 2일 경기에서 기록한 157.8㎞인 것 같다”며 “어렸을 때부터 꾸준히 100마일(약 160㎞)을 던지는 투수가 되고 싶었다. 김용일 트레이닝 코치님이 늘 좋은 훈련을 시켜주시고 류지현 감독님과 경헌호 코치님도 잘 관리해주신다. 그래서 점점 더 좋은 공을 던질 수 있다는 자신이 생기고 있다”고 목표점을 밝혔다.

메이저리그에서는 심심치 않게 볼 수 있는 100마일 패스트볼이지만 한국 투수들에게 100마일은 불가능의 영역이다. KBO리그 공식 경기에서 160㎞를 찍은 한국 투수도 없다. 그런데 절차탁마하는 고우석이라면 한계를 넘어서는 것도 충분히 가능해 보인다. 인위적으로 만든 160㎞가 아닌 꾸준히 흘려온 땀으로 160㎞를 이룰 수 있다.
LG 고우석(왼쪽)이 5월 5일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리그 두산과 경기 9회말 등판해 승리를 지켜낸 뒤 포수 유강남과 주먹을 맞대고 있다. 잠실 | 박진업기자 upandup@sportsseoul.com
물론 마냥 구속에만 집착하지는 않는다. 입단 당시 포심 패스트볼·슬라이더 투피치였던 그는 어느덧 컷패스트볼과 커브까지 네 가지 구종을 구사한다. 빠른 공을 던지기 위해 마운드에 오르는 게 아닌 팀승리를 지키기 위해 마운드에 오른다. 고우석은 앞으로 자신이 추구할 방향에 대해서 “구종이 늘면서 타자와 상대할 때 여유가 생기는 것 같다. 타자가 변화구도 생각하니까 나 또한 이를 잘 이용하려고 한다. 이제는 타자들의 타이밍을 보고 구종을 선택하고 있다”며 “궁극적으로는 내가 갖고 있는 모든 구종을 보다 정확하게 던지는 투수가 되고 싶다”고 각오를 다졌다.

bng7@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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