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처음으로' 벤투가 '손흥민 의존증' 버렸다

최용재 입력 2021. 6. 11. 0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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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울루 벤투 감독이 처음으로 '손흥민 의존증'을 버렸다. 사진은 벤투 감독의 한국 대표팀 데뷔전이었던 코스타리카전. 대한축구협회 제공

지난 9일 열린 2022 카타르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 예선 5차전 스리랑카와 경기에서 축구대표팀의 파울루 벤투 감독은 신선한 변화를 시도했다.

4차전 투르크메니스탄전과 비교해 베스트 11 중 10명의 이름을 바꾼 것이다. 남태희(알 사드)를 제외하고 전부 바꿨다. 그동안 벤투 감독은 베스트 라인 변화에 보수적이었다. '누구나 다 알 수 있는 베스트'라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이번 변화는 그래서 파격적이라 할 수 있다.

또 벤투 감독은 그동안 A대표팀에 처음 발탁된 선수들에게 곧바로 기회를 주는 일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송민규(포항 스틸러스)를 선발로 내세웠고, 정상빈(수원 삼성)에게도 기회를 줬다.

벤투 감독의 변화 중 핵심은 손흥민(토트넘)을 출전시키지 않은 것이다. 벤투호가 출범한 후 '최초'다. 2018년 9월 코스타리카와 친선전으로 시작한 벤투호 여정은 스리랑카전까지 총 30경기를 채웠다. 벤투 감독에게는 '손흥민 의존증'이 있었다.

손흥민은 부상이거나 혹은 유럽파가 차출되지 않는 동아시아축구연맹(EAFF) E-1 챔피언십을 제외하면 언제나 대표팀의 부름을 받았다. 벤투호가 출항한 후 손흥민이 뛴 경기는 20경기. 상대가 강하든, 약하든 손흥민은 '무조건 선발'이었다. 손흥민은 20경기 중 16경기에서 풀타임을 소화했다.

2019년 10월 아시아 최약체 스리랑카와 2차 예선에서도 손흥민은 선발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2019년 1월에 열린 아랍에미리트(UAE) 아시안컵에서는 '손흥민 혹사 논란'이 거세게 일었다.

당시 손흥민은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 일정 도중 대표팀에 합류했다. 12월부터 3~4일에 한 번 꼴로 경기를 치른 '살인 인정'을 소화하고 대표팀에 왔다. 7시간 비행과 4시간 시차와도 싸워야 했다. 추운 잉글랜드와 무더운 UAE 날씨에도 적응할 시간이 필요했다. 그런데 벤투 감독은 14일 UAE에 도착한 손흥민을 16일 중국과 C조 3차전에 선발 출전 시켰다. 후반 44분 뺐다. 사실상 풀타임을 뛴 것이다.

당시 전문가들은 "토너먼트를 위해서라도 손흥민은 쉬게 해줘야 한다"고 제안했지만 벤투 감독은 귀를 닫았다. 이 무리수는 결국 손흥민의 컨디션 저하로 이어졌고, 한국은 8강에서 카타르에 패배하며 짐을 싸야 했다.

2022 카타르월드컵 2차 예선 5차전 스리랑카전에서 손흥민이 경기에 뛰지 않았다. 벤투호 출범 후 처음이다. IS 포터

이랬던 그가 처음으로 '손흥민 의존증'을 버렸다. 벤투 감독도 융통성을 발휘할 수 있다는 메시지를 보낸 것이다.

이런 변화에 대해 벤투 감독은 "기존 A매치 기간과 이번은 다르다. 세 경기를 치러야 하는 상황이다. 첫 번째 경기를 준비할 수 있었던 시간에 비해 두 번째, 세 번째 경기를 준비할 수 있는 물리적인 시간이 짧았다"며 "선수들의 회복을 위해 출전 선수를 많이 바꾸기로 결정했다. 또한 마지막 경기 킥오프가 낮 시간(13일 오후 3시 레바논전)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체력적 부담을 느낄 것을 고려했다"고 설명했다.

에이스를 쉬게 해줬다는 건 최종전에 올인하겠다는 의도이기도 하다. 체력을 비축한 손흥민이 있기에 승리 기대감은 더욱 높아진다.

벤투호는 오는 13일 레바논과 H조 최종전을 치른다. 사실상 한국의 최종예선 진출이 확정된 상황이다. 한국은 승점 13, 레바논은 10이다. 골득실에서 한국(+20)이 레바논(+4)에 앞선다. 한국이 8골 차 이상으로 패배하지 않는다면 조 1위를 확정한다.

하지만 벤투 감독은 긴장감을 놓지 않았다. 2019년 11월 레바논과 첫 대결에서 0-0 무승부를 거뒀다. 벤투 감독은 비판을 피할 수 없었다. 이를 만회하기 위해서라도 승리가 필요하다.

벤투 감독은 "레바논전은 최상의 라인업을 구축해 승점 3을 얻을 것이다. 이 경기에서 확인할 것들이 많다. 최종예선 진출을 사실상 달성한 것은 맞지만 우리가 추구하는 목표를 위해서 열정을 가지고 경기를 치를 것"이라고 결연한 의지를 드러냈다.

최용재 기자 choi.yongja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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