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포츠박사 기자의 스포츠용어 산책 407] 왜 스크린(Screen)이라 말할까

김학수 입력 2021. 6. 11. 07:13 수정 2021. 6. 21. 0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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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린플레이는 현대농구에서 가장 기본적이고 유용한 공격전술로 쓰인다. 사진은 시카고 불스 수비수를 스크린으로 묶어놓고 득점기회를 만드는 보스턴 셀틱스 선수들.
농구에서 스크린(Screen)은 공격자가 합법적으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진로 방해동작이다. 상대 수비수와 심한 신체접촉 없이 상대가 원하는 위치로 이동하는 것을 지연시키거나 방지하는 행위를 말한다. 스크린은 드리블, 패스, 슛 만큼이나 중요한 플레이다. 스크린을 얼마나 잘 하느냐에 따라 경기의 성패가 걸려있기 때문이다.

영어 ‘Screen’이라는 말은 어원이 앵글로 프랑스어 ‘Escren’, 중세 네덜란드어 ‘Scherm’에서 유래했으며, 800-1100년 남부 독일어로 알려진 고대 고지 독일어(Old High German) ‘Skirm’과 관련이 있는 것으로 미국용어사전은 설명한다. 영어에서는 14세기부터 방호물, 덮개 등의 의미로 쓰이기 시작했다.

스크린을 스포츠 용어로 처음 사용한 것은 야구였다. 미국 ‘딕슨 야구사전’에 따르면 1879년 타자가 친 파울볼로부터 관중들을 보호하기 위해 미국 북동부 로드아일랜드주 프로비던스의 매서 파크에 관중 보호용 스크린을 처음으로 설치했다. 당시 스크린은 네트 그물망으로 이루어진 것이었다. 야구에서 스크린이라는 말은 볼과 야수(Fielder) 사이에서 끼어드는 주자를 뜻하기도 했다.

농구에서 스크린이 언제, 어떻게 도입돼 사용했는 지는 불분명하다. 아마도 야구에서 비슷한 개념으로 쓰인 것을 들여온 것이 아닐까 추측해 볼 수 있다. 농구 용어 스크린이 야구 용어 스크린과 의미적으로 비슷하기 때문이다. 초창기 농구부터 스크린이라는 용어가 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 운영되다가 농구보다 먼저 시작한 야구 용어를 빌려와 본격적으로 쓰게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 가능하다.

스크린은 농구의 기술적 발전에 따라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플레이 방법이다. 현대 농구는 공격과 수비가 상호 보완적인 작용을 하면서 발전했다. 스크린은 공격수들이 상대 수비수에 의해 공격 기회가 자주 막히게 되면서 이를 보완하기 위해 도입됐다. 볼을 가진 공격수와 이를 방어하려는 상대 수비수 사이에 끼어들어 동료 공격수를 보호하기 위한 방법이었다.

초창기 농구서 패스만 허용했다가 드리블과 점프슛을 도입한 뒤 다양한 콤비플레이가 가능해지면서 전술적 개념으로 스크린이 탄생했다고 보는 이들도 있다. 스크린플레이는 지역방어가 프로농구에서 금지하면서 활성화 할 수 있었다. 현대 농구서는 스크린은 득점의 주요 방법으로 개인기, 커팅과 함께 꼽힐 정도로 모든 공격 전술에 들어가 있다. 스크린은 농구 공격 전술에서 수많은 방법으로 활용되고 있다.

스크린을 잘 하려면 포지션과 타이밍에 대한 센스가 필요하다. 먼저 위치를 잡아 동료가 자신을 향해 움직일 수 있도록 한다. 볼을 가진 동료는 공격 속도와 방향을 바꾸고 스크린을 건 선수는 가까운 거리에서 상대 수비수를 차단한다. 스크린을 건 선수(스크리너)가 상대 수비수의 몸을 접촉하거나 건드리면 파울이 선언되기 때문에 조심해야 한다. 또 수비수들은 스크리너를 밀거나 하면 공격자 파울을 내줘 득점 기회를 허용할 수 있다. 스크리너가 아무리 앞에서 움직여도 불법적인 신체접촉이 없어야 하는 이유이다.

사실 스크린 플레이는 순간적으로 여러 명이 동시에 움직이면서 이루어져 팬들조차 쉽게 분별하기 어렵다. 선수들에게도 개념적으로 보면 쉬워 보이지만 이를 운영하는게 결코 쉽지 않은 플레이다. 스크린이 단순히 서있기만 해서 하는 것이 아니라 동료 공격수와 상대 수비수 등 여러 명의 동작 등을 긴밀히 파악하고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미국 농구에서 스크린이라는 말이 생긴 것이 불명확한 것처럼 국내 농구서 스크린 플레이가 언제 들어왔는지는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다. 국내 농구인들은 스크린이라는 용어 대신 ‘리가’라는 용어를 오래 전 사용하기도 했다. 스크린이 합법적인 진로방해 행위(Legal Block)라는 데서 온 의미였다. 두 음절 단어를 다 발음하기가 어려워 간단히 줄여서 리가라고 불렀던 것이다.

[김학수 마니아타임즈 편집국장 kimbundang@maniarepor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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