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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종투수 160km 시대 오나

박관규 입력 2021. 06. 11.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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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때부터 과학적 훈련 성장
프로에선 빅리그 첨단장비로 훈련
고우석 올해 리그 최고 157.4km 
안우진은 156.6km 던져
신준석, 문동주 등 고교에도 강속구 투수 즐비
LG 고우석이 8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NC전에서 9회 마운드에 올라와 역투하고 있다. 고우석은 이날 자신의 최고 구속인 157.4㎞를 뿌렸다. 올 시즌 KBO리그에 기록된 가장 빠른 볼이다. 연합뉴스

LG 고우석(22)이 8일 NC전에 9회 마무리 투수로 등장했다. 2사를 잡은 뒤 만난 홈런 1위 애런 알테어에게 초구 볼을 던진데 이어 직구를 뿌렸다. 몸쪽으로 제구된 볼은 스트라이크가 됐고, 자신의 최고 구속인 157.4㎞가 찍혔다. 올 시즌 KBO리그에 기록된 가장 빠른 볼이다.

삼성 선발 원태인(21)은 6일 키움전에서 1회 제구에 어려움을 겪었다. 초반부터 최고 150㎞까지 구속이 나왔지만, 힘이 잔뜩 들어가면서 볼넷만 3개를 내줬다. 원태인의 승부를 자극한 이는 천적 키움 박동원이 아닌 상대 선발 안우진(21)이었다. 안우진은 1회초 마운드에 올라 잇따라 150㎞ 초반대 직구를 뿌리더니, 2번 호세 피렐라를 상대로는 156.4㎞를 던져 헛스윙 삼진을 만들었다. 원태인은 “제구 위주로 쉽게 가려고 했는데 우진이 형 공이 너무 빨라 나도 모르게 의식하게 됐다”고 했다.

영건 투수들이 KBO리그의 160㎞ 시대 진입을 앞당기고 있다. 미국, 일본처럼 체격이 좋아지고, 체계적인 기술향상이 이뤄진 신인 투수 유입이 늘어나면서 꿈의 구속을 손쉽게 던지는 국내 선수 등장이 머지않은 것이다.

10일 한국야구위원회(KBO)에 따르면 리그 전체 직구 평균 구속은 5년 전과 크게 차이(141.3→142.2㎞) 나진 않지만, 상당수 구단에 과거와 다르게 150㎞ 초중반을 던지는 국내선수가 포진해 있다.

올 시즌만해도 안우진, 고우석 외에도 키움 장재영이 4월 7일 KIA전에서 10회초 최형우에게 155.4㎞를 뿌렸고, 두산 곽빈도 지난달 14일 SSG전에서 로맥에게 153.2㎞를 찍었다. 두산 홍건희(153.1㎞), KIA 장현식(152.9㎞), LG 백승현(152.7㎞), 롯데 윤성빈(152.4㎞), 키움 조상우(152.2㎞), 삼성 김윤수(152.2㎞) 등도 150㎞를 넘어선 강속구를 올 시즌 던진 투수들이다.

특히 고우석, 장재영, 안우진은 직구 평균 구속 또한 150㎞를 넘어서며 외국인 선수를 포함한 평균 구속 경쟁에서 각각 1~3위에 위치해 있다. 안우진은 선발투수로 이 같은 구속을 유지한다는 점에서 아구계의 주목을 받고 있다.

이들 강속구 투수들은 모두 90년 중후반부터 2000년대 출생한 영건들이다. 세대를 거듭할수록 구속을 낼 조건을 갖춘 우람한 체격의 선수 입단이 늘어난 것이다. 안우진 역시 191㎝, 몸무게 90㎏으로, 류현진이 입단하던 당시 신체 조건을 뛰어넘었다.

프로뿐만 아니라 고교 무대에도 156㎞ 심준석(덕수고), 154㎞ 문동주(광주진흥고) 등 강속구 자원이 풍부해 머지않아 160㎞ 시대를 열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160㎞를 뿌릴 가능성 있었던 투수들은 2000년대부터 리그에 간헐적으로 등장해왔다. 한기주(159㎞ㆍ은퇴), 엄정욱(158㎞ㆍ은퇴), 최대성(158㎞ㆍ은퇴), 한승혁(157㎞ㆍKIA) 등이 대표적이다. 관심을 받고 데뷔했지만, 제구 또는 부상 문제로 리그에서 꽃을 피우진 못했다. 그러는 사이 프로리그가 있는 미국과 일본에선 주요 투수들이 160㎞를 넘어서며, 이젠 세계무대에서 강속구 기준은 160㎞가 됐다. 메이저리그에선 급기야 올 시즌 투수 평균 구속까지 처음으로 150㎞를 넘어섰다.

KBO리그에선 투구추적 시스템(PTS)이 도입된 2011년 이후 160㎞ 이상을 던진 투수는 외국인 선수 단 2명(LG 레다메스 리즈 2012년 162.1㎞, 한화 파비오 카스티요 2016년 160.4㎞)뿐이다.

키움 안우진이 6일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삼성전에 선발 등판해 직구를 던지고 있다. 안우진은 팔의 유연성에서 오는 부드러운 투구폼을 갖춰 강속구를 뿌릴 수 있다. 뉴스1

현재 영건들과 직전 세대인 80년대 출생 세대와 차이는 체격 조건 뿐만 아니라 어릴 때부터 체계적이고 과학적인 훈련을 통해 성장해왔다는 점이다. 학창 시절부터 은퇴한 프로선수들이 운영한 아케데미 등을 통해 전문적인 훈련을 받으며 성장한 선수들이 상당수다. 또 키움 이정후처럼 프로야구 2세 출신이 많아, 직간접적 부모 영향을 받아 온 세대기도 하다. 장정석 전 키움 감독 아들인 장재영은 “빠른 구속은 보강 운동 덕이다. 운동을 시작했을 때부터 아버지가 보강 운동을 안 하면 야구를 못 하게 한다고 해 꾸준히 해왔다”고 했다.

프로 입단 후 보다 전문적인 트레이닝을 통해 제이크 디그롬(32ㆍ뉴욕 메츠), 오타니 쇼헤이(27ㆍLA 에인절스) 등 빅리그 선수들처럼 구속 향상이 이뤄지고도 있다. 이젠 국내에도 투수교습에 짧은 테이크백에서 시작한 간결한 팔 스윙, 골반 등 하체를 활용한 중심이동, 유연성이 동반된 부드러운 투구폼, 보강트레이닝 등이 정립되면서 구단마다 투구 추적 레이더, 투구 동작 데이터 시스템 등 빅리그에서 사용하는 첨단장비를 도입하며 전문 트레이닝 파트를 운영한 결과다.

실제 고우석은 하체 움직임 개선으로 입단 당시인 2017년 152.2㎞에서 5.2㎞나 구속을 늘렸고, 안우진 역시 2019시즌에는 154.2㎞였던 구속을 지난해 3.2㎞ 끌어올려 자신의 최고구속(157.4㎞)을 찍었다. 김용일 LG 컨디셔닝 수석코치는 “고우석 선수는 웨이트 중량을 많이 올려 훈련하면서 구속을 낼 수 있는 몸을 만들었다”며 “컨디셔닝 파트에서 프로그램을 짜 함께 훈련하는 것도 도움이 되지만, 무엇보다도 본인의 의지가 있어야 보다 좋은 결과로 이어지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관규 기자 ac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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