타격폼 살짝 바꿨을뿐인데.. 꿈의 4할타자 보인다

김상윤 기자 2021. 6. 1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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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 강백호, 타율 0.397 1위 질주
프로야구 KT의 강백호(22)가 2021시즌 중반을 향해 가는 지금 ‘꿈의 4할 타율’을 넘어섰다. 강백호는 2018년 데뷔 때부터 약점을 하나씩 보완해가며 거포 이미지에서 교타자 이미지로 성장했다는 평을 듣는다. /정재근 스포츠조선 기자

현대 야구에서 4할 타율은 ‘마(魔)의 벽’이다. 미국 메이저리그(MLB)에선 1941년 테드 윌리엄스 이후 80년째 나오지 않고 있으며, 일본 프로야구(NPB)에선 70여년 동안 단 한 명도 없었다. 국내 프로야구에선 원년인 1982년 백인천(MBC)이 유일한 4할 타율(0.412)로 이름을 남겼지만, 그는 80경기 미니 시즌에 72경기만 뛰었다.

이번 시즌에는 KT 강백호(22)가 그 벽에 도전한다. 11일 현재 팀이 53경기를 치른 가운데 타율 0.397(204타수 81안타). 한때 0.420까지 올랐다가 떨어진 것이다. 그렇지만 2위 삼성 강민호(0.352)를 멀찍이 따돌리며 43일째 타격 선두를 이어가고 있다.

타율 0.393으로 4할에 근접한 1994년 이종범(해태)도 시즌 중 4할을 넘긴 건 4일 뿐이었다. 2012년 김태균(한화)은 6월 중순 3할로 내려갔다가 다시 올라와 8월 3일까지 4할을 유지하며 분전했다. 강백호도 ‘4할 타자’까지 아직 갈 길이 멀지만 기대감은 키워볼 만하다.

◇2스트라이크 이후가 달라졌다

데뷔 첫해인 2018년부터 정상급 타자로 활약한 강백호는 올해 타격이 한 단계 더 업그레이드됐다는 얘기를 듣는다. KT 구단 데이터기획팀 관계자는 “강백호의 올 시즌 2스트라이크 이후 성적을 보면 작년과 확연한 차이를 느낄 수 있다”고 했다.

아무리 잘 치는 타자라도 불리한 볼 카운트에선 타율이 높게는 1할가량 낮아진다. 강백호 역시 지난해에 그랬다. 2스트라이크 이후 타율이 0.236으로 시즌 평균 타율(0.330)보다 크게 떨어졌다. 그러나 올해는 0.340(103타수 35안타)으로 평소(0.397)와 격차가 줄었다.

작년보다 2스트라이크 이후 헛스윙은 줄고 인플레이 타구는 늘면서 성적이 좋아졌다. 그의 2스트라이크 상황 스윙 시도율은 작년 59%에서 올해 64%로 늘어났다. 반면 헛스윙은 20%에서 17%로 줄었고 인플레이 타구는 38%에서 46%로 뛰었다. KT 관계자는 “강백호가 올 시즌 삼진 비율이 작년 16%에서 13%로 줄어든 것도 2스트라이크 이후 대응 능력이 향상됐기 때문이라고 분석된다”고 했다.

투수는 유리한 볼 카운트에 가장 자신 있는 구질, 소위 ‘결정구’를 던진다. 강백호가 상대의 결정구에 대한 대처 능력이 좋아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강 KT 타격코치는 “2스트라이크 이후 투구에 대처하는 방법에 무게를 둔 것은 사실”이라면서도 “꼭 2스트라이크가 아니더라도, 전체적으로 상대 투수와 상황에 맞는 타격 전략을 짠 뒤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올해 뭐가 달라졌나

① “볼카운트 몰려도 끄덕없다”
2스트라이크 이후 스윙 시도 늘었는데(59%→64%) 헛스윙은 줄어(20%→17%)

② “상대 실투를 놓치지 않는다”
스윙 때 파울 43%→36%, 인플레이 39%→43%
타격 자세 살짝 바꿔 정타율 상승

③ “강한 타구로 수비 시프트 뚫는다”
평균 타구 속도 시속 145㎞로 리그 상위권

※KT 데이터기획팀·김강 타격코치 분석

◇거포에서 교타자로, 파울도 줄었다

강백호는 올해 이강철 KT 감독의 주문에 따라 타격 폼을 살짝 바꿨다. 오른쪽 발을 드는 ‘레그 킥’을 하기 전에 발을 지면에 한번 살짝 디딘다. 소위 ‘투 웨이 스트라이드’라고 불리는데, 상대 투수의 투구 타이밍에 맞춰 방망이를 내는 데 좀 더 유리하다고 알려졌다. 강백호는 “다양한 투구 유형에 대응하기 위해 시도한 것”이라고 했다.

타격은 정확해졌지만, 대신 홈런은 작년보다 줄었다. 강백호는 올해 53경기에서 7개의 아치를 그렸다. 홈런 페이스는 129경기에서 23홈런을 때렸던 지난 시즌보다 조금 느리다. 하지만 정타(正打)가 많이 나오며 파울 비율은 작년 43%에서 올해 36%로 줄었다. 김강 코치는 “강백호가 상대의 실투를 파울로 만드는 실수를 줄이려고 한다”며 “자신의 장점인 과감함과 적극성은 최대한 살리면서도 절제되고 안정된 스윙을 해 좋은 성적이 나오는 것 같다”고 했다.

올 시즌 KBO 리그에선 좌타자 상대로 수비 시프트가 유행하고 있다. 각 팀은 강백호를 상대로도 내야수를 우측에 몰아서 배치한다. 그가 당겨치기를 주로 하는 좌타자라는 점을 노린 것이다. 김 코치는 “시프트를 의식하지 않고 강한 타구를 그라운드 안에 넣을 수 있게 집중하는 것이 할 수 있는 최선이다. 강백호도 이를 잘 알고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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