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들어가는 게 올림픽" 취재진 입국승인도 엉망

도쿄/이태동 기자 2021. 7. 13. 0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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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D-10] 조직위 업무 수시로 마비
7월 11일 일본 도쿄 하네다 공항을 통해 입국한 한 외국인이 벤치에 앉아 코로나 검사 결과를 기다리고 있다.도쿄올림픽 조직위원회는 올림픽에 참가하는 관계자들에게 사전 음성 판정을 받아오도록 요구하고 공항에서 추가 검사도 하고 있다. 이렇게 입국한 뒤에도 직종별 감염위험도에 따라 1~4일 간격으로 자가 검사를 해 결과지를 내야 한다./TASS 연합뉴스

출국 하루도 남지 않은 시각에 날아든 ‘승인 불가’ 통보. 국내 한 매체는 최근 2020 도쿄올림픽 출장차 출국을 준비하다 날벼락을 맞았다. 조직위원회가 자체 개발한 인터넷 방역 정보 사이트와 담당자 이메일을 통해 관련 서류를 모두 제출했는데, 5일간 침묵하던 담당자가 출국 전날 오후 6시 40분쯤 ‘심사가 안 됐다’고 알려왔다. 특별한 이유는 적혀 있지 않았다. 이 매체 관계자는 “동선을 보고해야 하는 입국 후 14일 동안의 목적지를 지우라는 말밖에 없었다. 뭐가 잘못됐는지 알려라도 줘야 수정할 게 아닌가”라고 말했다. 여러 매체가 아예 출국날 새벽에 “승인이 안 됐으니 일정을 바꿀 수 있느냐”는 메일을 받기도 했다. 한 매체는 이 때문에 일부 취재 인력이 울며 겨자 먹기로 일본 입국을 미뤄야 했다. 하지만 입국을 강행한 다른 매체는 사실상 무사 통과됐다.

“일본에 들어가는 것 자체가 올림픽 종목이라도 된 것 같다.”

개막을 딱 열흘 남긴 2020 도쿄올림픽 참가를 앞두고 입국부터 막히는 경우가 늘면서 한국 체육계와 미디어 관계자들 사이에서 이런 한탄이 자주 나온다. 조직위가 만든 필수 방역 시스템이 제 기능을 못 하는 데다 조직위 업무가 수시로 마비돼 불만에 제대로 대응을 못 하는 탓이다. ‘긴급’ 사안도 2~3주가 지나 처리가 이뤄지는 건 예사다. 조직위가 뒤늦게 콜센터를 개설하고 이용을 당부했지만, 상시 연락 두절이다.

취재진이 사용하는 진단키트 - 도쿄올림픽에 참가하는 취재진이 자가 진단 검사에 사용하는 키트. 타액 1.5㎖를 시험관에 넣어 제출하는 방식이다. /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출입국 관리가 엉망이 된 건 개막 직전 혼돈에 빠진 도쿄의 모습을 드러내는 한 사례일 뿐이다. 최근 델타 변이 등 코로나 바이러스가 재확산되자 ‘방역'에 모든 에너지를 집중하기로 정책을 갑자기 바꾸면서 곳곳에서 손발이 맞지 않는 모습이 노출되고 있다. “코로나 전쟁통에 매뉴얼이 고장이라도 난 것 같다”는 말까지 나온다.

일부에선 기본적인 코로나 대책조차 안일하게 짜였다고 지적한다. 조직위는 방일(訪日)한 관계자들에게 ‘격리’ ‘동선 사전 보고’ 등 엄격한 규칙 준수를 요구하면서도 숙소 근처 편의점은 제한적으로 이용할 수 있도록 했다. 일본 제1야당이 즉각 “시민과의 접촉을 엄금한다면서 편의점행은 허용하는 게 모순된다” “코로나 버블(거품처럼 외부와 차단)이 무의미해졌다”며 재검토를 요청하고 나섰다. 조직위 사정을 잘 아는 현지 체육계 관계자는 “일본 정부와 조직위, 지자체 간 소통이 잘 이뤄지지 않고 있다. 현장에서 우왕좌왕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7월 12일 도쿄 도심 거리에 마스크를 쓴 시민들이 걸어가고 있다./AFP 연합뉴스

엇박자 행보 가운데 대회 관계자들의 감염 소식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8일엔 영국 선수단 담당 일본인 40대 여성이 버스 탑승 보조 등 업무를 시작한 지 8시간 지나고 나서 양성 판정을 받는 일도 있었다. NHK에 따르면 이번 달 1일부터 10일까지 코로나에 감염된 대회 관계자(선수 제외)가 총 18명에 이른다.

도쿄 시민들의 불안은 갈수록 커져간다. 지난 10일엔 토마스 바흐 IOC(국제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의 도쿄 숙소 앞에서 일명 ‘올림픽 반대파’의 성토 집회가 열리기도 했다. 집회 주최 측은 도쿄스포츠와의 인터뷰에서 “IOC가 개최국에 부담을 지우고 자신들은 이득만 챙겨간다”고 비난했다. 이들은 ‘올림픽 재해(五輪災害)’라는 표현을 사용하면서 “바흐 위원장의 향후 일정도 저지하겠다”고 으름장을 놓았다. 12일엔 도쿄 한 호텔이 일본인과 외국인이 사용하는 엘리베이터를 분리해 운영하기로 했다가 철회하는 일도 있었다. 해외 입국자들에 대한 일본 주민들의 경계심을 반영한 호텔 측 조치였지만 일부에서 ‘인종차별’ 논란을 제기해 없던 일이 됐다.

일부에선 이 혼란의 원인으로 개막 시점까지 넉넉하지 못한 백신 성적을 꼽기도 한다. 지난 8일 기준 일본의 백신 접종 ‘완료’ 비율은 전 국민의 16.8%다. ‘노마스크’ 관중 6만명을 입장시켜 유럽축구선수권 결승을 치른 영국은 완료 비율이 50.6%, 역시 일상 회복을 꾀하는 미국은 47.3%다. 최근 일본의 1일 확진자 수는 2000명대로 영국(3만명대)의 10분의 1이 채 되지 않지만, 아직 접종률이 낮아 감염 공포가 재확산하고 있다. 이에 따라 조직위도 ‘부흥’ ‘코로나를 이긴 증거’에서 ‘안전 올림픽’으로 방향을 급전환했는데, 이러면서 각종 매뉴얼의 기능이 정지하는 사태에 이르렀다는 분석이 나온다. 대한체육회 관계자는 “수많은 올림픽을 겪어봤지만 이렇게 황당한 대응은 처음 겪는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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