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쿄올림픽]독도표기·욱일기 방관한 IOC, 이순신 현수막엔 발끈

이석무 2021. 7. 17.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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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또다시 균형을 잃고 일본의 편을 들었다.

대한체육회는 "IOC에 응원 현수막 문구에 대한 우리 측 입장을 적극 설명하는 동시에 경기장 내 욱일기 응원에 대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며 "IOC는 모든 올림픽 베뉴 내 욱일기 사용에 대해서도 올림픽 헌장 50조 2항을 적용해 판단하기로 약속하고 한국 선수단 숙소의 응원 현수막을 철거하는 데 상호 합의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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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도쿄 올림픽선수촌 인근에서 일본 시민들이 ‘이순신 정신’ 글귀가 걸린 한국선수단 숙소동을 배경으로 사진을 찍고 있다. 대한체육회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의 압력으로 현수막을 떼기로 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데일리 스타in 이석무 기자]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또다시 균형을 잃고 일본의 편을 들었다.

대한체육회는 17일 오전 일본 도쿄에 위치한 올림픽 선수촌 아파트 거주층에 내건 ‘이순신 장군’ 현수막을 철거했다.

당초 체육회는 도쿄올림픽을 앞두고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라는 한글 현수막을 선수촌에 걸었다. 임진왜란 당시 이순신 장군이 임금에게 올린 장계 ’상유십이 순신불사‘(尙有十二 舜臣不死·아직도 제게 열두 척의 배가 있고, 저는 아직 죽지 않았습니다)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제작한 것이었다.

우리 선수들의 의지를 다지기 위한 단순한 문구일 뿐이었지만 파장은 컸다. 일본 언론에서 정치적인 의도가 있다며 문제를 삼았다. 일본 극우 단체는 한국 선수촌 앞에서 일본 제국주의 상징인 욱일기를 흔들며 시위를 했다.

결국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한국 선수단 사무실을 찾아 현수막 철거를 요청했다. 서신으로도 철거를 재차 요구했다. ‘현수막에 인용된 문구는 전투에 참여하는 장군을 연상할 수 있기에 IOC 헌장 50조 위반이다’는 것이 이유였다. IOC 올림픽 헌장 50조는 경기장 등 어떤 장소에서건 올림픽 기간 정치적·종교적·인종적 선전을 불허한다고 돼있다..

대한체육회는 “IOC에 응원 현수막 문구에 대한 우리 측 입장을 적극 설명하는 동시에 경기장 내 욱일기 응원에 대해 강력하게 이의를 제기했다”며 “IOC는 모든 올림픽 베뉴 내 욱일기 사용에 대해서도 올림픽 헌장 50조 2항을 적용해 판단하기로 약속하고 한국 선수단 숙소의 응원 현수막을 철거하는 데 상호 합의했다”고 밝혔다.

대한체육회 직원들은 IOC와 합의가 이뤄진 뒤 현수막을 풀었다. 선수촌을 지나가던 일본 시민들은 현수막이 철거되는 장면을 배경으로 기념사진을 찍기도 했다.

현수막을 제거하도록 만든 IOC의 조치는 명백히 균형을 잃은 것이었다. IOC는 도쿄조직위원회가 공식 홈페이지에 독도를 자국 영토로 표기한 것과 관련해 우리 정부와 대한체육회가 항의하자 “도쿄조직위원회에 문의 결과 성화봉송로 내 독도 표시는 순수한 지형학적 표현이며 어떠한 정치적 의도도 없다는 확인을 받았다”는 무성의한 답을 내놓아 물의를 빚었다.

사실상 일본의 주장을 그대로 반복한 대답이었다. 이후에도 우리 정부와 체육회가 여러 차례 항의 서한을 보냈지만 일본 입장만 대변했을 뿐 해결의지는 보이지 않았다. 심지어 전범기인 욱일기 응원에 대해서도 미온적인 태도를 보였다.

그런 전례와 비교할 때 이번 이순신 장군 현수막 철거 요구는 다시 한번 일본 쪽으로 기울어진 IOC의 현 상황을 보여준다. ‘신에게는 아직 5천만 국민들의 응원과 지지가 남아 있사옵니다’란 문구에선 어떤 정치적인 의미가 담겨 있지 않다. 그럼에도 IOC는 일본 언론과 극우 세력의 주장을 그대로 받아들였다.

그나마 이번 일을 계기로 IOC가 전범기인 욱일기 사용을 제한하기로 한 것은 다행이라고 볼 수 있다. 이 결정은 향후 2022 베이징동계올림픽, 2024 파리하계올림픽 등에서도 욱일기 사용을 규제할 근거가 될 수 있다.

하지만 이미 일본에 치우칠대로 치우쳐있는 IOC의 최근 행보를 볼때 욱일기 금지 조치가 실제로 이뤄질지는 미지수다. 대회가 사실상 무관중으로 치러지는 상황에서 실질적인 효과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체육회 측은 “이번 협의에 따라 선수들이 경기에만 집중할 수 있도록 논쟁을 제기하지 않을 것이다”며 “IOC도 모든 올림픽 베뉴에서 욱일기 전시 등을 금지해 정치적 문제가 발생하지 않도록 할 것이다”고 밝혔다.

이어 “앞으로도 우리 선수단이 올림픽에 참가함에 있어 어떠한 불이익이나 피해를 입지 않도록 모든 지원을 아끼지 않겠다”고 덧붙였다.

이석무 (sports@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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