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가을의 도쿄리포트]아직 1964년인가, 분노 유발 도쿄올림픽

김가을 2021. 7. 2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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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일 도쿄 올림픽을 위해 입국한 각국 취재진과 선수단이 입국 수속을 밟고 있다. 조직위는 외국에서 오는 취재진들에 대해 각종 건강관리 어플과 동선추적이 가능한 어플을 스마트폰에 입력해야 입국을 허락하고 있다. 스마트폰이 없는 취재진에 대해서는 공항에서 스카트폰을 빌려서 사용하겠다는 서류에 서명해야 한다. 도쿄=최문영 기자 deer@sportschosun.com /2021.07.19/
[도쿄(일본)=스포츠조선 김가을 기자]"WHY!"

끝내 폭발해 버렸습니다. 출국 전 무수히 들었던 '참아야 한다'는 말은 잊었습니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올림픽 가는 길이 더욱 험난해졌습니다. 특히 비행기에서 내려 공항 밖으로 나가는 과정이 매우 복잡합니다.

비행기에서 내리자마자 전쟁 시작. 올림픽 사전등록카드(PVC)를 확인하는데, 한 발 움직일 때마다 '체크' 하는 겁니다. 어디선가 "이미 확인 했다고요", 울분의 목소리가 들렸습니다.

저는 더 큰 문제가 있었습니다. 일본 입국 절차에서 필수라는 오차 애플리케이션(건강상태 보고 앱)이 실행되지 않았습니다. 일본 정부에서 제 활동 계획서를 '아직' 승인하지 않은 탓이죠. 대한체육회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니 17~19일 입국자 중 일부가 승인을 받지 못했다고 합니다. 일본에 연락을 취했지만, 답이 돌아오지 않아 답답하다고도 했습니다.

결국 어두컴컴한 장소로 끌려갔습니다. 이들은 어딘가로 쉴 새 없이 전화를 돌렸습니다. 전화만 돌렸지 답은 없었습니다. 그 사이 다른 사람들은 코로나19 테스트를 하러 갔습니다. 그들은 "미안한데 기다려 달라. 언제 승인 날지 모른다"는 말만 되풀이 했습니다.

이건 아니다 싶었죠. 강하게 나갔습니다. "난 영어와 일본어를 할 줄 모르니 한국어 할 줄 아는 분을 모셔와 달라. 시간이 없다. 바쁜 사람이니 빨리 처리해 달라." 오, 웬일이죠. 정말 됐습니다. 놀랍게도 사람이 바뀐 뒤 곧장 답이 왔고, 코로나19 검사를 받으라는 승인이 떨어졌습니다. 하지만 '분노 유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또 다시 "커뮤니케이션 오류"라는 이유로 오락가락 했습니다.

다시 폭발 했습니다. "WHY? What problem?" 눈을 흘겼습니다. 그랬더니 어? 어김없이 이번에도 금방 해결됐습니다. "미안합니다. 오늘이 처음이라"면서요.

도대체 숙소 도착 전까지 미안하다는 말을 얼마나 많이 들었는지. 미디어 버스 타는 곳을 물었을 때도, 버스 출발 시간을 물었을 때도 답은 늘 같았습니다. 이들은 이번 올림픽에서 '미안하다'는 말만 준비한 게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했습니다.

손님을 맞이하는 일본. 왜 이렇게도 미안한 일을 하는 걸까요. 결국은 답답한 시스템이 만든 문제가 아닌가 싶습니다. 그들은 단계를 거칠 때마다 무언가를 계속 적었습니다. 애플리케이션에 등록한 자료인데도 그들은 '다시' 작성했습니다.

급기야 숙소 이동 때는 컴퓨터로 주소를 찾아 수기로 작성, 그것을 택시 기사에게 전달하는 광경을 목격했습니다. 단 두 명이 수 백명의 사람 주소를 일일이 손으로 적어 보냈습니다. 미디어호텔은 한정돼 있습니다. 사전에 택시 회사와 협업해 숙소 이름만 알면 도착하는 시스템으로 만들 순 없었을까요. 최소한 주소를 미리 프린트 해 둘 수도 있었을텐데요.

그제야 알았습니다. 일본이 코로나19 재난 지원금 지급에 왜 두 달이나 허비했는지 말입니다. 우체국에서 받은 서류를 구청에 다시 보내야 신청할 수 있다는 것. 다 이유가 있었습니다.

올림픽은 동네잔치가 아닙니다. 전 세계에서 수 만 명의 사람이 모이는 지구촌 축제입니다. 물론 이번 대회는 코로나19 탓에 최소 인원만 현장에 갑니다. 그럼에도 엄청난 인원입니다. 한국만 해도 선수단 포함 수 백 명이 일본 땅을 밟습니다. 그런데 정작 주최국은 이 수많은 인원을 대접할 준비가 돼 있지 않은 듯합니다. 오직 모르겠다는 말만 하죠.

2017년 삿포로동계아시안게임 때의 일입니다. 일본 관계자가 이런 질문을 했습니다. "동계올림픽을 개최하고 싶은데, 이 정도 시설이면 괜찮을까요?" 깜짝 놀랐습니다. 진심으로 하는 말인가 싶어서요. 그들은 1972년 삿포로동계올림픽 당시의 시설을 지금도 사용하고 있습니다. '레거시'라는 점에서는 분명 배울 부분이 있습니다. 하지만 지금은 '밀레니엄'이죠. 규모와 시스템 면에서 50년 전과는 차원이 다릅니다. 선진국이라는 일본은 아직도 1964년 도쿄올림픽에 머물러 있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도쿄(일본)=김가을 기자 epi17@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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