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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호정] 송민규 잃은 김기동 감독 "이 시련도 운명인가? 이겨내겠다"

서호정 기자 입력 2021. 07. 21.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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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7월 20일로 K리그의 여름이적시장(선수 추가 등록 기간)이 마무리됐다. 이적시장을 가장 뜨겁게 달군 것은 역시 포항스틸러스의 젊은 에이스 송민규의 전격적인 이적이었다. 전북현대 유니폼을 입게 된 송민규는 20일 모든 절차를 마무리했고, 구단 공식 발표가 났다. 


지난 시즌 영플레이어 수상, A대표팀 발탁 등 승승장구하던 리그 내 최고 유망주를 데려오기 위해 전북은 21억원으로 추정되는 거액의 이적료를 지불하기로 했다. 2012년 윤빛가람이 경남FC에서 성남일화(현 성남FC)로 이적한 이래 K리그에서 발생한 국내 선수 이적료로는 모처럼 20억원을 돌파했다. 전북은 송민규의 가치를 높이 샀고, 지난 겨울부터 보낸 러브콜의 금액을 약 2배 가까이 올린 끝에 영입에 성공했다. 


반대로 팀의 핵심 선수를 내 준 포항은 팬덤을 중심으로 심각한 상실감에 빠졌다. 구단은 이번 이적을 통해 고질적인 부채라는 현실적인 문제는 어느 정도 해소했지만, 2018년 1월 손준호, 2019년 7월 김승대에 이어 다시 한번 주축 선수를 전북으로 보낸 팬들은 상실감을 넘어 분노까지 표출했다. 이적 과정에서 선수단을 이끄는 김기동 감독과의 협의가 가장 뒤로 미뤄진 것도 분노의 주요 원인이었다. 


김기동 감독의 상실감도 이루 말할 수 없었다. 송민규는 김기동 감독의 지도자 인생에서 가장 큰 자랑이었다. 김기동 감독이 포항의 수석코치였던 2017년 팀에서 진행한 입단 테스트에 참가한 고교생 송민규의 개성과 특징을 눈여겨보며 최순호 감독과 구단을 설득해 영입했다.


송민규는 김기동 감독이 부임한 2019시즌 여름부터 본격적인 상승세를 탔고, 2020시즌에는 11골 7도움을 올리며 포항의 AFC 챔피언스리그 출전권 획득에 크게 기여했다. 지난 시즌이 끝나고는 김기동 감독이 감독상, 송민규가 영플레이어상을 수상하며 함께 웃었다. 


보통의 사제 관계 이상의 특별한 사이였던 송민규의 이적에 대해 김기동 감독은 늘 신중했다. 지난 겨울부터 송민규와 강상우를 향한 전북의 적극적인 러브콜에 김기동 감독은 자신의 재계약을 위한 전제 조건으로 두 선수의 잔류를 걸었을 정도였다. 송민규에게는 유럽 진출을 권했고, 최소한 올 시즌까지는 함께 하자고 약속했지만 구단이 현실적 문제 앞에 그 또한 지키지 못한 약속이 됐다. 


김기동 감독은 지난주 토요일부터 사흘 연속 팀 훈련에 나타나지 않았다. 그러다 송민규가 전북으로 가는 것이 결정 난 20일 오후 훈련에 참가하며 포항 선수들 앞에 섰다. 그는 훈련 전 선수들을 모아 긴 시간 얘기를 나눴다. 김기동 감독은 "우리가 어떤 한 선수에 좌우되는 그런 팀은 아니다. 여기 있는 선수들이 더 중요하다. 이제 주말 벌어지는 경기부터 집중하자"고 말했다. 


21일은 포항 선수단의 전체 휴식일이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은 송라 클럽하우스에 출근했다. 송민규 이적으로 인한 마음 정리를 끝냈다는 그는 "밀린 업무가 좀 있으니까 나왔다. 서울전 분석부터 철저히 해야 한다"라며 전화 통화에 응했다. 


감독과의 상의 없이 이미 대부분이 진행된 송민규 이적 협상에 상실감과 배신감을 함께 느꼈다는 그는 사임이라는 배수의 진을 쳤었던 사실도 고백했다. 김기동 감독은 "일요일(18일)에 (장영복) 단장님을 만나서 민규를 보내시면 저도 그만두겠다고 얘기드렸다"고 말했다. 그날은 구단이 송민규 이적 문제에 대해 뒤늦게 김기동 감독을 설득하기 위해 마련한 미팅이었다. 사임 의사를 전한 것이 홧김에 나온 감정적 발언의 성격이 있지만, 그만큼 이번 이적으로 김기동 감독의 감정 소모도 컸다. 


17일 송민규와 연락이 닿은 김기동 감독은 서운함을 표출했다. 송민규도 스승의 이야기에 마음이 흔들렸지만, 이미 이적 협상은 돌아올 수 없는 강을 넘은 상태였다. 18일 밤 송민규가 김기동 감독에게 직접 이적 의사를 전달했고, 김기동 감독도 그 연락을 받고 잔류시키기 위한 마음을 접었다. 


19일에도 팀 훈련에 빠진 김기동 감독은 마음 정리를 위한 시간을 가졌다. 그는 "처음엔 너무 힘들었다. 매일 감정이 요동쳤다. 처음엔 정말 그만두고 싶었다. 하지만 일은 벌어졌고, 누군가는 수습해야 한다. 여기서 내가 그만두고 뛰쳐나가는 것도 무책임한 일이다. 선수 하나 때문에 그런 결정을 하면 이 팀은, 남은 선수들은 뭐가 되겠나? 홀로 생각하며 감정을 누르고 생각을 정리했다"고 말했다. 


나흘의 시간이 지나고 김기동 감독은 "이런 상황, 시련도 내 운명일까? 그렇다면 받아들이기로 했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지난 2년 동안 동고동락하고 있는 선수들과 코칭스태프, 지원스태프,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자신을 믿고 포항으로 와 준 신진호, 신광훈, 임상협 등의 고참 선수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었다. 김기동 감독은 베테랑들을 따로 불러 흔들리지 말고 후배들을 이끌어 달라는 부탁도 했다. 


자신의 의사를 확인하는 과정을 소홀히 한 구단에 대한 서운함이 없을 리 없다. 하지만 김기동 감독은 그 부분도 안고 가기로 했다. "후반기 상황이 쉽지 않다. 이제는 함께 이겨내야 한다. 프런트도 실책을 인정했다. 포항스틸러스가 더 좋은 팀, 건강한 팀으로 발전하는 계기로 삼지 않겠나"라며 차분한 목소리로 말했다. 


선수단 앞에서 김기동 감독은 "포항은 선수 한 명에 흔들리는 약한 팀이 아니라는 걸 보여주자. 이번 주말 서울을 상대로 꼭 이겨서 그걸 증명하자"고 말했다. 지난 수일 간의 아픈 감정은 마음 한켠에 정리했다. 그렇게 그는 포항이라는 팀을 이끄는 감독으로서의 역할에 다시 집중하기 시작했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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