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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술판'에 휘청인 프로야구, 이의리 인성이 새삼 돋보인 이유

정철우 입력 2021. 07. 22. 15: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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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야구 선수들의 인성이 뜨거운 비판을 받고 있다.

최근 불거진 코로나 음주 파문 탓에 기본적인 인성부터 바로 잡아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프로야구를 이끌어 가던 주축 선수들이 엄중한 코로나 방역 시기에 술판을 벌였다. 야구인을 떠나 국민의 한 사람으로서 신의를 저버렸다.

이의리는 남달랐다. 모두가 성적을 이야기할 때 인성을 이야기했던 선수다. 그의 목표는 "인성이 바로 된 선수"이다. 사진=MK스포츠 DB
바른 인성을 지녔다고 평가받던 한 고참 선수는 야구계가 코로나 사태로 발칵 뒤집힌 상황에서 훈련장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와 마치 피크닉을 즐기 듯 시간을 보냈다.

프로야구 선수들의 인성이 기본부터 의심 받게 된 이유다.

한 코치는 "선수들에게 인성 교육을 시키고 싶어도 이미 야구만 잘하면 된다는 문화에 적응돼 있는 선수들을 처음부터 가르치기는 대단히 어렵다. 야구 가르치기에도 바쁘다. 인성 교육이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프로까지 온 선수를 가르친다는 건 어려운 일이다. 아마 시절에 익히고 올라오는 것이 가장 이상적"이라고 말했다.

사태가 이렇게 악화되면서 새삼 KIA 신인 이의리의 인성이 돋보이고 있다. 다른 선수들과는 출발선부터 남달랐던 이의리의 인성이다. 프로야구 선수가 갖춰야 할 기본 덕목을 이미 아마추어부터 갖추고 들어 온 선수라는 점에서 차별점이 있었다.

이의리는 입단 전 목표를 묻는 질문에 "인성이 바로 된 선수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보통 선수들은 "신인왕이 되고 싶다"거나 "10승을 하고 싶다"고 말하는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물론 이의리도 야구적인 목표가 있었다. "양현종 선배 같은 투수가 되고 싶다"고 했었다.

그런데 그 이유도 '인성'이었다.

이의리는 "양현종 선배는 인성으로 한 번도 문제가 된 적이 없는 선수다. 기량도 빼어나다. 모든 면을 갖춘 양현종 선배 처럼 바르고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었다.

치열한 경쟁에서 이기면 모든 것을 갖게 되는 프로 세계. 선수들의 인성 논란이 끊임 없이 제기되는 것은 이기면 모든 것이 해결되는 승자 독식 문화가 한국 프로야구에 뿌리 깊게 박혀 있기 때문이다.

이의리는 그런 문화에서 한 걸음 벗어나 있는 선수다.

KIA 한 코치는 "이의리는 모범적인 선수다. 신인이기 때문에 모든 것이 낯설고 어렵게 느껴질 수 있는데 언제나 배우려는 자세로 스스로를 낮추고 받아들이려고 애쓴다. 주위에서 신인왕 후보라는 말이 일찌감치부터 나오고 최고 신인이라는 평가까지 받고 있지만 달라지는 것은 하나도 없었다. 늘 낮은 자세로 귀를 기울이고 더 잘하려고 노력한다"며 "투구 내용을 봐도 인성을 느낄 수 있다. 보통의 선수들 같으면 경기 초반 실점을 많이 하면 그대로 경기를 포기해 버린다. 이후 투구 내용이 형편없어 지는 경우가 많다. 이의리는 다르다. 초반에 실점을 하더라도 어떻게든 책임 이닝을 채우려고 노력한다. 부진한 출발을 했을수록 이후 투구 내용이 더 좋아진다. 투구수도 줄이려고 애쓰고 실점도 최소화 하려고 노력한다. 아직 기술적으로 완전하다고 할 수 없지만 인성이 바로 된 선수라는 목표는 이미 이룬 것이나 다름 없다"고 극찬했다.

박용택 KBSN 해설 위원도 "이의리가 입단 전에 "인성이 바로 된 선수가 되고 싶다"고 한 인터뷰를 보고 싹이 다른 선수라는 생각을 했다. 그런데 여기에 실력까지 갖추고 있다. 야구 선배로서 반할 수 밖에 없는 후배다. 시즌 초반 리그 적응에 어려움을 겪기도 했지만 이제 많이 올라왔다고 생각한다. 인성이 바르기 때문에 성장도 빠르게 할 수 있다고 본다"고 높게 평가했다.

이런 시기일 수록 이의리를 다시 보게 된다. 그가 자신의 목표인 인성이 바로 된 선수로 성장할 때 한국 프로야구는 롤 모델이 될 수 있는 훌륭한 재목을 얻게 될 것이다.

선수들은 방역 수칙을 어기고 밤새 술판을 벌였다. 일부 선수만의 일탈이라 말하기 어렵다. 어디선가 들키지 않은 제2, 제3의 문제아들이 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그만큼 프로야구에 대한 신뢰가 땅에 떨어졌다.

하지만 우리에겐 아직 이의리 같은 선수가 남아 있다. 야구에 앞서 인성을 먼저 갖추고 싶다는 의지를 지닌 선수들을 보유하고 있다.

한국 프로야구가 아직 희망의 끈을 놓을 단계는 아닌 이유다.

신뢰는 바닥을 치고 믿음은 종잇장 처럼 구겨졌지만 이의리 같은 선수가 있기에 아직은 희망을 이야기할 수 있다.

부디 이의리가 초심을 잃지 않고 자신의 목표를 끝까지 이루며 유지할 수 있길 바라본다.

[정철우 MK스포츠 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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