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재자가 된 토마스 바흐, 일장춘몽이 된 2032 서울-평양 올림픽

김경호 선임기자 2021. 7. 22.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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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토마스 바흐 국제올림픽위원장(IOC)은 뛰어난 전략가로 인정받았다. 2013년 10월 IOC 위원장 선거에서 세계 스포츠 대통령이 된 그는 ‘올림픽 아젠다 2020’이라는 혁신안을 통해 IOC의 비합리적인 관행들을 개혁하는데 앞장서 왔다.

그는 지난 3월 IOC 총회에서 4년의 추가 임기를 보장받는데 성공했다. 연임투표 결과는 찬성 93표, 반대 1표. 8년 전 경선에서 후보 6명 가운데 2차 투표에서 49표를 얻어 당선됐던 당시의 상황과는 비교할 수 없는 압도적인 결과다.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21일 도쿄 오쿠라 호텔에서 열린 제138회 IOC 총회에서 2032년 올림픽 개최지로 브리즈번을 발표하고 있다. 도쿄ㅣ게티이미지 AP 연합뉴스


강력한 지도력을 갖춘 바흐 위원장의 IOC가 21일 도쿄 총회에서 2032년 하계 올림픽 개최지로 호주 브리즈번을 선정했다. 브리즈번은 단독후보로 IOC 위원들의 선택지에 올랐고 찬성 75표, 반대 5표로 올림픽 개최권을 가져갔다. 2024년 파리, 2028년 로스앤젤레스에 이어 2032년엔 남반구의 브리즈번 올림픽이다. 2000년 이후 시드니, 아테네, 베이징, 런던, 리우, 도쿄 등 세계적인 대도시에서만 열린데 비해 인구 260만 명의 브리즈번이 올림픽을 가져간 것은 매우 이례적이다.

이번 파격에는 호주 출신 존 코츠 IOC 부위원장의 영향력이 매우 컸다. 호주 올림픽위원회 위원장인 그는 2013년 새 IOC 집행부에 합류한 이후 바흐 위원장과 함께 한 최측근으로 꼽힌다. 바흐에 의해 2020 도쿄 올림픽 조정위원장도 맡았다. 결국 바흐 위원장의 강력한 의지가 브리즈번에 2032년 올림픽을 선물로 안긴 것이다.

IOC를 8년간 이끌면서 바흐는 ‘IOC 역사상 가장 강력한 힘을 가진 위원장’으로 변모했다. 까다로운 올림픽 개최지 선정 절차는 바흐의 개혁안에 의해 대폭 간소화 됐고, 그 결과 매 대회 7년 전 개최지를 선정하던 관례가 깨지고 2015년 총회에선 2024년, 2028년 개최지 동시 선정이란 파격으로 이어졌다. 바흐는 내친 김에 11년 뒤에 열리는 2032년 올림픽 개최지까지 굳혔다. 종전엔 그의 임기 말인 2025년에야 결정될 사안이었다.

2032년 서울-평양 올림픽을 구상했던 한국 정부의 꿈도 물거품이 됐다. 2018년 평창 동계 올림픽의 평화 무드에 이어 남북 정상회담, 비핵화 논의가 계속될 무렵 장밋빛 희망으로 떠올랐던 평화 올림픽은 현재의 국제정세에 비춰보면 일장춘몽에 다름없게 됐다. 올림픽이 세계평화, 비핵화에 기여하길 기대하며 분위기를 띄우던 바흐 위원장은 재빨리 실익을 찾아 노선을 바꿨다.

이번 개최지 선정에는 절차의 불공정성과 불투명성에 대한 비판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바흐의 독주를 막을 힘은 현재 IOC에는 없다. 어느덧 바흐의 이미지는 개혁가에서 독재자로 변해 있다.

김경호 선임기자 jerom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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