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용일의 도쿄 관중석1열] 사격듀오의 '마스크 투혼' 유독 찡했다, 올림픽에선 'K-방역' 맞다

김용일 2021. 7. 26.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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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이 열린 지난 23일 일본 도쿄 메인프레스센터(MPC)로 향하는 미디어 셔틀버스에 수많은 취재진이 몰려 있다. 도쿄 | 김용일기자

[스포츠서울 | 도쿄=김용일기자] 도쿄올림픽 현장은 갈수록 안전은 실종되고 고통만 늘어나는 상황이다. 한국 취재진은 더욱더 그런 감정을 느낄 것 같다.

국제올림픽위원회(IOC)와 도쿄올림픽조직위원회는 대회를 앞두고 ‘버블 방역 시스템’을 가동한다며 안전 올림픽을 표방했다. 취재진과 관계자에게 사전 2주짜리 ‘액티비티 플랜’ 등 여러 서류를 제출하게 했고, 격리 기간부터 타액을 통한 코로나19 자가진단 키트를 조직위에 제출하도록 했다. 또 2주간 대중교통 이용도 금지하고 미디어 전용버스 위주로 다니게 했다.

기자는 숙소에서 대중교통으로 메인프레스센터(MPC)나 일부 경기장에 20~30분이면 도달할 수 있다. 그러나 미디어 전용버스를 이용하면 ‘돌고 돌아’ 1~2시간을 이동해야 한다. ‘안전이 담보된다면’ 모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하지만 버블 방역 시스템은 너무나 허술한 점이 많다. 타액PCR은 제대로 수거가 되지 않고 있고, 결과도 제때 나오지 않는다. 취재진은 ‘누가 감염됐는지’ 대회 기간 제대로 인지할 수 없어 보인다. 미디어 버스는 각 국가 기자를 빼곡하게 채워두고 운행해 감염 위험성이 높은 공간으로 불린다.

한국 취재진을 더 불안하게 만드는 건 방역 수칙의 기본인 마스크 착용에 대한 다른 나라 관계자, 기자와 인식 차이다. 여러 한국 기자들은 무더위에도 방역 강도를 높이기 위해 KF94 마스크를 착용하고 다닌다. 반면 대다수 다른 나라 기자는 얇은 덴탈 마스크를 쓴다. 이마저도 코와 입을 가리고 장시간 쓰는 경우는 드물다. 현장에서 조금이라도 더위를 느끼면 ‘턱스크’로 변한다.

지난 23일 일본 도쿄 신주쿠 국립경기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개막식. 마스크를 쓰지 않은 선수들과 관계자들이 보인다. 도쿄 | 연합뉴스
도쿄 | 연합뉴스

지난 23일 전 세계 취재진이 몰린 올림픽 개막식은 한국 기자들을 가장 불안하게 만들었다. 이날 기자 옆엔 이탈리아 매체 기자가 여러 명이 앉았다. 모두 개막식이 열리기 전부터 마스크를 벗고 큰 소리를 내고 있었다. 기자는 그들을 보고 쓰고 있던 마스크에 손을 갖다 댔다. 그들은 ‘미안하다’는 손 표시를 하더니 모두 덴탈 마스크를 착용했다. 그런데 10분이 채 지나지도 않아 옆을 바라보니 턱스크로 바뀌어 있었다. 반면 기자를 비롯해 한국 취재진은 ‘귀가 아프도록’ 종일 마스크를 쓰고 현장을 뛰고 있다.
지난 24일 도쿄 아사카 사격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10m 공기권총 예선에서 한국 진종오가 마스크를 쓴 채 경기를 펼치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사격 남자대표팀 김모세. 도쿄 | 연합뉴스

지난 25일 아사카 사격장에서 바라본 진종오와 김모세의 ‘마스크 투혼’은 그래서 가슴을 더 찡하게 만들었다. 둘은 남자 10m 공기권총 본선에 나선 36명 중 유일하게 마스크를 착용하고 총을 쐈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진종오는 아쉽게 본선에서 탈락했고, 김모세는 결선에 올랐지만 최하위(8위)에 그쳤다. 여러 실패 요인이 따르겠으나 ‘마스크 변수’도 한몫했다. 올림픽 5회 연속 메달에 도전한 진종오는 베테랑이나 마스크를 쓰고 도전한 건 처음이다.

사격은 심리적 요인이 커다란 영향을 끼친다. 자신은 마스크를 썼는데 주변 선수가 쓰지 않고 총을 쏘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불편했을 수도 있다. 김모세는 결선에서 규정상 마스크를 벗어야 했다. 그는 진종오와 국내 훈련서부터 마스크를 쓰고 총을 쐈다. 마스크를 썼다가 벗으면 호흡 크기가 달라지기 마련인데, 결선이라는 중압감과 더불어 경기력에 부정적인 영향을 끼쳤을 것으로 보인다. 그럼에도 진종오와 김모세는 혼성전에서도 마스크를 쓰겠다고 했다. 군인 신분인 김모세는 “올림픽이 끝나면 부대에 복귀하는데 전우에게 (코로나19가) 전파될 수 있다. 또 진종오 선배와 서로 마스크 쓰고 피해 주지 말자고 했다”고 말했다.

올림픽이 추구하는 화합의 정신, 기본은 타인에 대한 배려다. 코로나19 시대 올림픽 현장에서 마스크 착용은 모든 이가 공통으로 수행해야 할 배려 요소로 볼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의 선수단과 관계자, 취재진의 ‘성실한 마스크 착용’은 성적을 떠나 올림픽 기본 정신에 부합하는 태도로 보여 미소짓게 만든다.
도쿄 | 김용일기자kyi0486@sportsseou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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