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반

스포츠서울

이변은 없었고, 새 역사만 있었다..천하무적 한국 여자 양궁, 단체전 올림픽 9연패 명중

김용일 입력 2021. 07. 26. 06:01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25일 일본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양궁 단체전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여자 양궁 국가대표 강채영(왼쪽부터), 장민희, 안산이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도쿄 | 연합뉴스

[스포츠서울 | 도쿄=김용일기자] “올림픽 챔피언, 코리아!”

장민희(22·인천대)의 마지막 화살이 과녁 중앙 노란색 9점에 꽂히고 우승이 확정됐다. 여자 양궁 태극낭자는 얼싸안고 환호했다. 이들을 응원한 남자 대표팀 선수들과 코치진, 한국 올림픽 관계자도 손뼉을 치며 웃었다.

이변은 없었다. 세계 최정상에서 30년 넘게 자리를 지킨 한국 여자 양궁이 또 한 번 ‘금빛 명중’에 성공했다. 세계랭킹 1위 강채영(25·현대모비스)을 비롯해 장민희, 안산(20·광주여대)으로 구성된 한국 여자 양궁대표팀은 25일 일본 도쿄 유메노시마 공원 양궁장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양궁 여자 단체전 결승에서 러시아올림픽위원회(ROC)를 세트 포인트 6-0(55-54 56-53 54-51)으로 꺾고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지난 1988년 서울 대회를 시작으로 올림픽 9연패라는 전대미문의 기념비를 세웠다.

전날 혼성전에서 한국 선수단 1호 금메달을 안긴 양궁은 여자 단체전에서도 정상에 오르면서 한국 선수단에 두번째 금메달을 선물했다. 혼성전에서 남자 대표팀 막내 김제덕과 짝을 이뤄 금메달을 목에 건 안산은 대회 첫 2관왕을 차지했다. 인산은 오는 30일 여자 개인전에서 한국 역대 하계올림픽 단일대회 사상 첫 3관왕에 도전하게 됐다.

도쿄 | 연합뉴스
도쿄 | 연합뉴스

‘믿고 보는’ 한국 여자 양궁에 적수는 없었다. 지난 23일 랭킹 라운드에서 2032점으로 올림픽 신기록을 세운 대표팀은 전체 1위를 차지, 8강에 직행했다. 이날 8강과 4강에서도 각각 이탈리아, 벨라루스를 맞아 한 세트도 내주지 않으면서 가볍게 결승에 선착했다.

결승에서 안산~강채영~장민희 순으로 활을 쏜 대표팀은 긴장감 때문인지 1세트 8점이 한 번 나왔지만 강채영과 장민희가 한 번씩 10점을 꽂으며 다시 정상 궤도에서 활시위를 당겼다. 2세트엔 안산이 두 차례 활을 모두 10점에 명중하는 등 6발 모두 9~10점대를 쐈다. 반면 ROC는 3세트 초반 두 발의 활을 8점, 7점에 꽂는 등 갈수록 흔들리면서 한국 추격에 실패했다.

경쾌하고 안정적인 슈팅도 일품이었으나 경기 내내 서로에게 엄지손가락을 치켜세우고 ‘파이팅’을 불어넣는 팀워크도 빛났다. 주장 강채영은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서로 칭찬과 격려를 해주자고 얘기했다”며 팀원 간 심리적 안정을 불어 넣었다고 강조했다.

표정 변화가 거의 없는 막내 안산도 “일부러 긴장을 풀려고 나부터 웃고 그랬다”면서 슬쩍 미소지었다. 우승을 확정 짓는 마지막 화살을 쏜 장민희는 “솔직히 ‘빨리 끝내자’는 생각만 하고 쐈다”며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이라는 것을 증명해 보여서 영광”이라고 감격해 했다.

도쿄 | 연합뉴스

시상대 맨 위에 자리한 세 선수는 한국 여자 양궁의 신들린 활시위의 비결에 대해 “종이 한 장 차이밖에 나지 않는 (국내) 선수 간의 경쟁”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 양궁은 과거의 영광은 뒤로하고 오로지 현재 실력만을 바라보는 철저한 원칙으로 유명하다. 매년 새롭게 국가대표를 선발하면서 경쟁 체제를 구축하고 있다.

강채영은 지난 2016년 리우 대회 선발전에서 1점 차이로 4위를 기록하면서 아쉽게 탈락한 적이 있다. 그러나 인내와 노력 끝에 도쿄 무대에 섰고 마침내 금메달을 품에 안았다. 그는 “리우 대회 이후 슬럼프가 왔지만 정신적으로 더 단단해져 준비했다. (우승 순간) 그동안 준비해온 게 스치더라”고 말했다.

여자 개인전에서 3관왕에 도전하는 안산은 “본래 목표가 단체전 금메달이었다. (2관왕으로) 원하는 건 다 이룬 것 같다. 개인전은 즐기겠다”고 당돌하게 말했다. 이날 자신의 독특한 이름에 관한 질문이 나오자 그는 “안산엔 가본 적은 없다”며 “언니 이름은 솔(소나무), 남동생 이름은 결(바람)이다. 어머니가 ‘소나무 산의 바람결’이라는 의미로 삼남매의 이름을 지었다”고 밝혔다.

여자 양궁 단체전 응원하는 현대차그룹 회장인 정의선(가운데) 대한양궁협회 회장. 도쿄 | 연합뉴스

현재 진행형인 여자 양궁 신화는 선수의 노력 뿐 아니라 정의선 회장이 이끄는 대한양궁협회의 디테일한 지원 사격이 주효했다. 양궁협회는 이전 대회에서도 현지 기후와 특성을 예측하고 사전준비를 하는 데 모든 노력을 기울였다.

이번에도 도쿄에 오기 전 진천 국가대표선수촌에 유메노시마 양궁장과 똑 닮은 세트를 꾸려 선수들이 미리 도쿄에 온 것과 같은 기분으로 활을 쏘게 했다. 정 회장은 바쁜 일정에도 도쿄로 날아와 직접 선수를 격려하고 나섰다.

초반 타 종목의 고전에도 흔들림이 없는 양궁은 선수들의 자신감과 협회의 든든한 지원이 어우러지며 리우에 이어 또 한 번 전 종목 석권 신화에 도전하게 됐다.

도쿄 | 김용일기자 kyi0486@sportsseoul.com

Copyright ⓒ 스포츠서울 & sportsseoul.com

이 시각 인기영상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