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노 금메달' 뒤엔 태권도 세계화..21개국 시상대 올라

이준희 2021. 7. 29. 05: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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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에서 태권도 금메달을 획득한 나라들이다.

처음 태권도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나라도 3곳(우즈베키스탄, 북마케도니아, 이스라엘)에 이른다.

세계화에 발맞춰, 한국 태권도가 금메달 개수의 감소보다는 태권도 정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용철 서강대 교수(스포츠 심리학)는 "세계화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금메달을 못 딴다고 종주국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선수들에겐 (한국이) 태권도의 나라로서 경외를 줄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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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올림픽]세계태권도연맹에 210개국 가입
난민팀 포함 61개국 올림픽 참가
특별한 장비 없어 진입장벽 낮아
경제수준 관계없이 누구나 즐겨
센서로 점수 줘 규칙 개정 목소리
"실점 안하려 공격보다 수비 위주
이대훈이 25일 일본 마쿠하리 메세 A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 태권도 68㎏급 동메달결정전 중국 자오슈아이와의 대결에서 패배한 뒤 엄지를 치켜세우며 축하하고 있다. 도쿄/연합뉴스

러시아, 미국, 세르비아, 우즈베키스탄, 이탈리아, 크로아티아, 타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태권도 금메달을 획득한 나라들이다. 러시아가 유일하게 2개를 획득했고, 7개 나라가 8개의 금메달을 나눠 가졌다. 아시아(2개), 아메리카(1개), 유럽(5개) 등 대륙도 다양하다. 특히 동유럽에서 4개의 금메달이 나온 점이 눈에 띈다. 메달 전체로 범위를 넓히면, 32개 메달을 21개 나라가 가져갔다. 처음 태권도 올림픽 메달을 획득한 나라도 3곳(우즈베키스탄, 북마케도니아, 이스라엘)에 이른다. 종주국 한국은 금메달 없이 은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차지해 메달 순위 9위로 대회를 마쳤다.

이번 올림픽은 세계화된 태권도의 모습을 보여줬다. 현재 세계태권도연맹(WT) 가입국은 모두 210개. 국제축구연맹(FIFA·211개국)에 이어 가장 많다. 도쿄올림픽 태권도 참가국은 난민팀을 포함해 모두 61개국이었다. 개막식에는 태권도 선수가 10명 이상 기수로 참여했다. 각 나라에서 태권도가 얼마나 중요한 위상을 차지하고 있는지 보여주는 대목이다. 여자 태권도 결승에서는 스페인 아드리아나 세레소가 ‘열심히 훈련하고, 크게 꿈꾸자’(Train hard, Dream big)를 오역해 “기차 열심히, 꿈 큰”이라고 한글로 적힌 검은 띠를 하고 나와 화제가 되기도 했다.

태권도 세계화는 무엇보다 진입 장벽이 낮은데서 기인한다. 운동 할 때 특별한 장비가 필요하지 않다. 경제 수준에 관계없이 어느 나라에서나 즐길 수 있다. 세계태권도연맹이 2015년부터 요르단, 터키, 르완다 난민촌 등에 태권도를 보급하는 것도 이런 연장선에 있다. 미국 〈뉴욕 타임스〉는 26일 “태권도는 모든 올림픽 종목 중에 가장 관대하다. 기존에 국제 스포츠계에서 소외됐던 국가들이 시상대에 오를 수 있는 희망을 줬다”고 평가했다. 실제 태권도는 2016 리우올림픽 때 코트디부아르와 요르단에 최초이자 유일한 올림픽 금메달을 안겼다. 아프가니스탄은 역대 올림픽 메달 2개가 모두 태권도(2008 베이징, 2012 런던)에서 나왔다.

세계화에 발맞춰, 한국 태권도가 금메달 개수의 감소보다는 태권도 정신을 돌아봐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정용철 서강대 교수(스포츠 심리학)는 “세계화는 긍정적인 면이 있다. 금메달을 못 딴다고 종주국이 바뀌는 것도 아니고, 오히려 선수들에겐 (한국이) 태권도의 나라로서 경외를 줄 수 있다”고 했다. 또 “올림픽 메달은 최고의 선이 아니다. 오히려 우리나라 태권도계가 실제 태권도 정신을 잘 간직하고 있는지를 되물어야 할 때”라고 지적했다.

태권도 경기 규칙을 새롭게 정비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국 태권도 에이스 이대훈(29)은 26일 도쿄에서 은퇴 선언을 하며 “지금은 실점을 안 하기 위한 (수비적인) 경기를 한다”며 현행 점수 체계를 비판했다. 현재 태권도는 발바닥 센서 등을 이용해 점수를 측정하는데, 과거 태권도가 올림픽 종목 등으로 자리 잡는 과정에서 공정성 논란이 일었던 것을 의식해 마련된 규칙이다. 태권도가 명실상부 세계적인 스포츠로 자리 잡은 만큼, 센서 대신 심판의 판정에 맡기고 발차기 등 공격 관련 규칙을 재정비해 경기의 재미를 더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지적도 설득력이 있다.

도쿄/이준희 기자 givenhappy@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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