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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박상은의 야구민국] "경북에서 태어나 야구하는 게 죄인가요?"

입력 2021. 07. 29. 23:15 수정 2021. 07. 30. 00: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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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경주 대표 초등야구부 올해 공식대회 참가 전무
야구부원 줄어들면서 경기 가능한 인원 못 채운 탓 
열악한 환경에 다른 지역 학교로 전학간 학생들도
야구부 학부모 "학교와 교육청이 너무 무관심했다"
구미 A초등학교 실내 연습장. 그물이 찢어진 채 방치되어 있다. 박상은 기자
구미 A초등학교 감독실. 열악하기 짝이 없다. 박상은 기자
구미 A초등학교 화장실. 낡고 비좁다. 박상은 기자
경주 B초등학교. 평평한 투수 마운드. 박상은 기자
경주 B초등학교. 25년 전에 설치한 백열등을 라이트로 쓰고 있다. 박상은 기자
경주 B초등학교. 운동장에 플레이트 3개만 놓고 훈련한다. 박상은 기자

구미 A초등학교와 경주 B초등학교 야구부는 각각 구미와 경주를 대표하는 초등학교 야구팀이다. 지역을 대표하는 초등학교 팀이지만 2021년 들어 공식 대회에서 자취를 감추었다. 경기에 나설 수 있는 인원을 채우지 못해서다. 2021년 현재 A초에는 팀원 9명, 전학 대기 선수 2명, 27살의 신임감독으로 구성되어 있다. B초는 더 힘든 상황이다. 팀원 8명에 감독 1명이 전부다. 구미시 인구는 42만, 경주시는 25만이다.

포항과 구미, 안동을 중심으로 300여개의 사회인 야구팀이 형성되었을 정도로 야구 열기도 뜨겁다. 그런데 왜 경기 출전 인원도 못 모았을까. 야구인들은 야구팀의 유지와 발전에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학교와 교육청, 해당 지역의 야구 관련 단체의 무관심이 이런 상황을 몰고 왔다고 지적한다. 이들 학교의 환경은 인근 대도시와 비교해 열악하기 짝이 없다.

A초의 경우 7월초에 직접 학교를 방문했을 때 학생들이 훈련에 임해야 할 운동장에는 잡초가 자라고 있었고, 화장실은 아무도 관리하지 않는 공중화장실을 연상시켰다. 낡고 실그러진 기물들로 가득한 실내 연습장과 찢어진 그물망은 한 마디로 ‘방치’라는 단어를 떠올리게 한다. 가건물인 감독실은 창고라고 해도 무방한 정도였다. 한 야구인은 “낡고 방치된 정도를 생각하면 시설이 이렇다 저렇다 하는 수준을 넘어서 인권 문제가 아닌가 하는 생각까지 든다”고 일침을 했다.

B초는 실내연습장도, 야구장도 없다. 일반 운동장에 자갈이 섞인 운동장에서 연습한다. 투수 마운드도 없다. 닳고 닳은 인조 잔디 같은 장판 한 장을 깔아놓은 게 전부다. 투수는 평평한 땅에서 공을 던진다. 포수 플레이트도 없다. 그물망도 없고, 라이트는 25년 전에 설치한 백열등이 전부다. 야구 박물관 수준이다. 감독은 "지난달에 아이들이 친 공에 자동차 3대가 파손됐다"고 말했다. 운동장에 베이스 3개를 놓는 게 유일한 구색이다. 지난해 5명의 전학생이 발생했다. 한 학부모는 "학교와 교육청 모두 무관심했다"면서 "대한민국 대표 스포츠인 야구가 교육자들의 무지와 무관심으로 천덕꾸러기가 된 셈"이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학교와 교육청, 야구협회 등 관련 단체의 관심과 지원이 절실한 실정이다. 모집을 하는 데도 선수가 안 모인다는 해명으로 끝나기에는 아쉬운 부분이 너무 많다. 담당 장학관이 분기에 한번씩이라도 현장 점검을 제대로 했다면 있는 선수들마저 전학을 가는 상황이 벌어졌을까. 곧잘 비교되는 대도시와는 경제 규모와 야구를 지망하는 학생의 숫자에서 차이가 나는 것이 사실이지만 그럼에도 지금의 상황은 당황스럽다. A초의 경우 감독을 찾기 위해 전국공모를 했지만 지원자는 몇 명이 전부였다. 한 야구인은 "이런 불경기에 이례적인 지원율”이라면서 “열악한 인프라가 지원의 뜻을 접게 만든 요인일 것"이라고 말했다.

학교와 교육청 사람들도 류현진, 김하성 선수가 뛰어난 활약을 펼치거나 올림픽에서 야구팀이 메달을 따면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자부심을 느끼며 뿌듯해 할 것이다. 그러나 그런 선수들을 키워내는 풀뿌리 팀들이 약해지면 한국 야구의 미래는 결코 장담할 수 없다. 한 학부모는 "대구의 본리초 같은 수준은 바라지도 않는다. 하지만 80년대 수준으로 추락하고 있는데도 방관만 하고 있는 건 아니라고 본다"면서 "야구만 놓고 이야기하자면 우리 아이들은 경북에서 태어난 게 죄"라고 울분을 토했다.

대구 본리초등학교 야구장. 경북 지역 야구팀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인프라가 잘 갖추어져 있다. 박상은 기자
대구 본리초등학교 야구장. 아이들이 보다 능률적이고 안전한 공간에서 야구 선수의 꿈을 키워가고 있다. 박상은 기자

이와 관련해 A초등학교 측은 "코로나19라는 초유의 상황을 맞다 보니 지난해에 야구부 운영이 정상적으로 되지 않았고, 올해 3월 새로운 감독에 부임에 맞춰 벽지, 장판, 소파 등을 교체했으나 가건물인 관계로 환경개선의 한계가 있었다"고 해명했다. 또한 "감독실, 펜스 등과 관련해 교육청에 예산을 신청할 예정이고 그물망에 관해선 8월초에 교체 예산을 내려주겠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전해왔다. B초등학교에서는 "지난해 그물망을 교체하는 등 해마다 조금씩 노력을 기울여 왔으나 전용구장이 아니고 많은 예산이 수반되는 일이어서 한계가 있었다"면서 "유관 기관과 더욱 적극적으로 협의하여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경상북도교육청 관계자는 "학교에서 필요로 하는 부분에 있다면 어떠한 것들이 있는지 적극 검토하여 지원하겠다. 아울러 지자체의 체육시설도 활용이 가능한지 지역사회의 협조도 이끌어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

박상은 기자 subutai1176@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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