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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심에 흔들리지 않는 멘털.. 외모도 金 '스타 검객' 오상욱

도쿄/김상윤 기자 입력 2021. 07. 30. 03:04 수정 2021. 07. 30. 10: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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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올림픽 사브르단체金 오상욱, 192cm 키·긴 팔로 세계무대 제패

28일 일본 지바 마쿠하리 메세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펜싱 남자 사브르 결승전. 마지막 9세트에서 연속 5번 공격에 성공하며 경기를 마친 오상욱(25·성남시청)이 얼굴을 가렸던 투구를 벗고 환하게 웃었다. 그러자 시청자 사이에서 “투구를 다시 써달라”는 말이 나왔다. “금메달리스트인데 외모까지 출중한 건 반칙”이라는 우스갯소리였다. “펜싱 대표팀은 외모를 보고 뽑느냐”는 말도 나왔다.

지난 24일 개인전에 출전했을 때의 오상욱. 금메달을 노렸으나 경기 점수 오류로 8강에서 탈락했고, 뒤늦게 그걸 알게 됐으나 그는“괜찮다”고 말하며 덤덤히 넘겼다. '항상 무덤덤한 모습' 그대로였다. /이태경 기자

오상욱은 이번 올림픽을 통해 대표팀 에이스 자리를 공고히 하는 동시에 일약 ‘스타 검객’으로 떠올랐다. 키 192㎝에 팔다리가 긴 체형은 국내외 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았다. 삼 형제 중 둘째인 그는 형 오상민(27)씨를 따라 중학생 때 펜싱에 입문했다. 형은 부상으로 일찍 선수 생활을 접었지만, 오상욱과 학창 시절 내내 붙어 다니며 서로 힘이 돼 줬다. 삼 형제 모두 키가 185㎝를 넘는데, 그중 가장 큰 오상욱은 어렸을 땐 형보다 몸집이 훨씬 작았다고 한다. 체격 조건을 극복하기 위해 스피드를 연마했는데, 키가 갑자기 확 크면서 키도 크고 스피드도 빠른 ‘괴물’이 돼버렸다.

자영업자인 아버지, 준공무원인 어머니 밑에서 부족함 없이 자랐다. 주변에선 “골프를 시키지, 왜 펜싱이냐”며 의아해했다고 한다. 2012 런던올림픽 때부터 한국 펜싱이 강자로 떠오르며 상황이 바뀌었다. 오상욱을 앞세운 대표팀이 올림픽 2연패를 달성하자 “전국에서 펜싱 열풍이 불 것”이란 말이 나왔다.

오상욱 어린 시절. /가족 제공

오상욱은 부모님이 걱정할까 봐 부상이나 힘든 일이 있어도 숨기고, 집에 가끔 갈 때마다 “난 괜찮다” “곧 고3 되는 상혁(동생)이나 신경 쓰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산다고 한다. 올림픽 개막 전 세종에서 만난 아버지 오희랑(52)씨와 어머니 송지영(50)씨는 “상욱이는 부모 걱정 안 시키는 착한 아들”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번 대회 개인전 ‘오심 논란’ 때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경기를 함께 TV로 보던 오씨와 송씨는 “어, 왜 상대가 한 점이 더 올라가지?”라며 이상하게 여겼다. 부부는 그때 이미 ‘나중에 상욱이가 알면 얼마나 아쉬워할까’ 걱정했지만, 오상욱은 전화로 오히려 부모님을 위로했다고 한다. “너무 아쉬워하지 마세요. 지나간 일은 생각하면 안 돼요. 단체전을 준비해야죠.”

여느 펜싱 선수처럼 오상욱의 몸에는 옷을 뚫고 들어온 검에 베이고 찔린 상처가 곳곳에 있다. 얼마 전 아들의 벗은 몸을 본 아버지 오씨가 가슴과 허벅지에 새로 생긴 상처가 깊어 보여 조심스레 “괜찮니”라고 물어도 오상욱의 답은 똑같았다. “괜찮아요. 상혁이도 좀 챙겨주세요.”

오상욱 어린 시절. /가족 제공

부부는 “상욱이는 우리도 ‘도통 속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항상 무덤덤하고 힘들다는 표현을 잘 안 한다”며 “형이나 동생과 단 한 번도 싸우는 걸 못 봤다”고 했다. 오상욱의 덤덤한 태도는 경기에서 빛을 발했다. 생전 처음으로 나선 올림픽에서 금메달을 눈앞에 두고 5점을 내리 내주며 흔들렸지만, 곧바로 정신을 차려 5점을 손쉽게 따내 경기를 끝냈다. 김형열 대표팀 코치가 “코치들도 긴장하는 국제 대회에서 혼자 국내 대회 뛰듯 침착하게 나선다. 정말 타고난 멘털”이라고 할 정도다.

어머니 오씨는 “내색하지 않았지만 속으론 많이 떨렸을 아들에게 고맙고 무엇보다 안 다쳐서 다행”이라고 했다. “상욱이가 집에 오면 제일 먼저 ‘고생했다’고 해주고요. 얼큰한 걸 먹고 싶어 할 테니 제일 좋아하는 묵은지등갈비찜부터 해주려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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