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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부리그→국대→군대→올대' 박지수, 멕시코 봉쇄 명 받았습니다

도쿄/이태동 기자 입력 2021. 07. 30. 03:05 수정 2021. 07. 30. 07: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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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재 공백 지운 현역 이등병

60도로 꺾은 팔꿈치, 눈썹 끝에 붙인 검지, 그리고 부릅뜬 눈.

박지수(27)는 지난 28일 온두라스전 킥오프에 앞서 애국가가 연주되는 57초 동안 ‘칼각’으로 경례를 하며 부동자세로 서 있었다. 그는 지난 6월 21일 입대해 국군체육부대 축구팀(김천 상무)에 배치된 현역 이등병이다.

군인(김천 상무) 신분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박지수가 28일 온두라스전에 앞서 애국가가 연주되자 거수 경례를 하고 있다. /SBS 캡처

그는 도쿄올림픽 남자 축구 B조 2차전(루마니아·4대0 승)과 3차전(온두라스·6대0 승)에 중앙 수비수로 출전했다. 골 잔치 속에서도 박지수의 존재감이 빛났다. 수비 뒷공간을 틀어막고, 상대의 패스 길을 차단했다. 흔들리던 수비는 두 경기에서 이렇다 할 위기를 내주지 않았다. “박지수가 있어서 다행”이란 말과 함께 ‘군사훈련의 힘이 이렇게 무섭다’는 농담이 나왔다.

실제로 그가 선발로 나서기 전까지 대표팀은 올해 5경기에서 모두 실점(총 7골)했다. 김학범 감독이 합류 여부가 불투명했던 수비수 김민재(25)를 와일드카드로 선택했을 만큼 수비가 불안했다. 김 감독은 김민재 카드가 불발되자 박지수를 급히 불러들였다.

걱정의 시선이 많았다. 수원 FC 소속인 박지수는 국내 리그 전반기에 부진했고, 훈련소에서 군사훈련을 받느라 컨디션이 떨어진 상태였다. 갑자기 소집된 박지수는 필사적으로 경기력 회복에 매달렸고, 그라운드에서 우려를 떨쳐냈다. 올림픽 금메달을 바라보며 반전을 이뤘다.

사실 박지수에게 ‘간절함’은 익숙한 무기다. 그는 2013년 인천 유나이티드에 입단했으나 1년 만에 방출됐다. 은퇴까지 생각했지만 다리가 불편한 아버지를 떠올렸다. 마음을 돌려 아마추어 팀인 4부 리그 FC의정부(현재 해체)에 들어갔고, 야산을 뛰어다니며 체력과 근력을 키웠다. 1년 만에 2부 경남FC 입단 테스트에 합격했다. 2018년 팀과 함께 1부 무대를 밟았고, 그해 처음 국가대표로 뽑혔다. 2019년 중국 최강 팀인 광저우에 진출했다.

이번 올림픽에선 ‘드라마’의 완성을 꿈꾼다. 해피 엔딩을 위해선 우선 31일 8강 상대인 강호 멕시코를 넘어야 한다. 박지수는 “수사불패(雖死不敗) 정신으로 무장하겠다. 죽을 각오로 맞서면 이길 수 있다”고 했다. 메달을 따면 ‘조기 전역(병역 특례)’이란 보상도 따라온다. 행정 절차를 밟고 한두 달 후 민간인 신분으로 돌아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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