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페어플레이어] SSG 랜더스 추신수

조회수 2021. 8. 25. 16:10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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승리보다 가치 있는 것

스포츠에서 가장 중요한 건 역시 승리다. 승리를 쟁취하기 위해 선수들은 기술을 갈고닦고 훈련에 매진한다. 게다가 야구 같은 팀 스포츠는 선수 개인만 잘해서는 이길 수 없다. 협동심, 팀 분위기 등 신경 써야 할 부분이 많다. 하지만 이게 전부는 아니다. 상대 팀의 약점을 분석하고 공략하는 것 역시 승리를 위한 또 다른 방식이다. 그래서 스포츠는 경쟁이 될 수밖에 없다. 남들보다 더 잘해야 하고 더 좋은 기록을 쌓아야 한다. 그런데 당장 눈앞의 성적보다 더 큰 가치를 중요시하는 선수들이 있다. 야구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은 프로 선수라면 누구나 똑같다. 이 같은 바람을 공감해주고 다 같이 잘하자는 마음으로 후배들에게 조언하는 것을 아끼지 않는 것이다. 경쟁하기에 앞서 서로 돕는 마음가짐은 팬들에게 승리보다 더한 감명을 안겨 준다.

Photographer Mino Hwang Interview Sangeun Yeon Editor Nahyeon Kim Location Incheon SSG Landers Field

#함께하는 마음

메이저리그에서 성공적인 시즌을 마치고 한국으로 금의환향한 추신수가 KBO리그 경기를 뛴다는 것만으로도 팬들은 기대했다. 그런데 기대 이상으로 그가 몰고 온 새바람이 있다. 바로 진정한 스포츠 정신이다.

지난 6월 16일 광주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상대 팀인 KIA 타이거즈 최원준에게 타격에 대해 열정적으로 가르쳐주는 모습이 포착됐다. 그라운드에 그림을 그리거나 직접 배트를 잡아가며 비법을 전수하는 추신수의 모습에서 상대 팀에 대한 경계나 불편함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

타자뿐만이 아니다. 투수들 역시 포지션을 가리지 않고 추신수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SSG 랜더스 선수들은 그를 따라 평소보다 일찍 출근해 훈련하기도 하고 무엇보다 분위기가 아주 좋아졌다며 입을 모아 말한다. 많은 선수가 성장함으로써 KBO리그가 더 발전하길 바란다고 말하는 추신수. 2021 KBO리그 6월 페어플레이어상의 수상자인 그를 연상은 아나운서가 만나봤다.

2021 KBO리그 월간 페어플레이어 6월의 수상자는 SSG 추신수 선수입니다. 수상을 축하합니다! (7월 9일 인터뷰)
감사합니다. (혹시 상을 받게 된 이유를 짐작하나요?) 처음에는 딱 떠오르는 게 없었습니다. 제가 경기에서 어떤 모습을 보였나 뒤돌아보게 됐고, 다른 팀 선수들에게 귀감이 됐다는 이야기를 듣게 됐죠. 후배가 야구에 관해 물어봤을 때 열심히 알려준 모습 같은 거요. 당연히 해야 할 일을 한 것뿐입니다.

추신수에게 페어플레이란 어떤 의미일까요?
프로 선수이므로 당연히 프로 의식이 있어야 합니다. 경기를 보러 오신 팬들을 위해서 정정당당하게 경기를 치르고, 항상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것이 페어플레이 아닐까요?

지난 KIA전에서 최원준에게 조언해주는 모습에서 팬들이 깊이 감동했는데요. 상대 팀 선수에게도 진심으로 조언해준 이유가 있을까요?
먼저 최원준 선수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어요. 프로 선수라면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드는 건 당연해요. 하지만 자신이 부족한 걸 알고 누군가에게 물어본다는 건 더 큰 용기와 자신감이 있어야 합니다. 선배들에게 조언을 받고 싶은 마음이 누구나 있을 텐데 대부분 그렇게 하지 못합니다. 선배들이 어려우니까요. 저 또한 그랬고요. 그런데도 용기를 내 다가온 걸 잘 알고 있기에 형식적으로 혹은 성의 없게 대답한다는 건 그 친구에 대한 예의가 아니죠. 최대한 많은 얘기를 해주고 싶었습니다. 타석에서 어떻게 해야 자신의 스윙을 할 수 있는지 물어봤고, 제 경험을 토대로 조언해줬습니다. 저도 처음부터 잘했던 사람이 아니고, 오랜 시간에 걸쳐서 나만의 스윙을 만들어왔다고요.

지난 6월 22일에서는 투수 김정빈에게 직접 자세까지 취하면서 가르쳐주는 모습이 목격됐어요. 어떤 상황이었는지 기억하나요?
총을 쏘는 자세를 취했죠. 저격수가 총을 쏠 때 굉장한 집중력을 발휘해서 과녁을 조준하듯이 공을 던질 때도 그런 집중력이 필요하다고 했습니다. 제가 투수는 아니라서 기술적인 부분에서 도움을 줄 순 없었지만, 포수의 미트를 과녁으로 생각하고 한 구 한 구 힘을 쏟아부어서 던지라고 조언해줬던 게 기억이 납니다.

바쁜데도 불구하고 후배들이 조언을 구하면 최선을 다해 도와주는 이유가 무엇인가요?제 도움으로 후배들이 더 나은 선수가 된다면 그것보다 뿌듯한 일이 어디 있겠어요. 우리 팀 선수라면 팀에 플러스가 되기 때문에, 상대 팀 선수라면 KBO리그를 이끌어나가야 하는 선수이기 때문에 무조건 도와주고 싶습니다. 제가 한국으로 온 이유 중 하나도 그 때문입니다.

지금까지 많은 경기를 했지만, 매일 경기를 나갈 때 어떤 마음가짐으로 들어서는지 궁금합니다.
팀이 이겼으면 하는 마음이 먼저예요. 귀국했을 때 이기기 위해서 왔다고 말했는데 꼭 그 약속을 지키고 싶습니다. 제 개인 성적보다도 팀이 좋은 성적을 거두는 것이 가장 중요하죠. 물론 제가 잘해서 이기면 좋겠지만, 선수들과 좋은 팀워크를 유지해서 승리를 거두고자 하는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고 있습니다.

#첫 KBO리그

벌써 10홈런, 13도루를 기록 중입니다. 20-20클럽도 노려볼 만한데요.
미국에 있을 때는 그런 세세한 기록을 신경 썼어요. 그런데 제가 목표로 둔다고 해서 반드시 이뤄지진 않더라고요. 다치지 않고 건강하게 시즌을 끝까지 치르다 보면 기록은 자연스럽게 따라오게 됩니다. 지금처럼 열심히 한다면 달성하기 어려운 기록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시즌이 끝날 때까지 한번 기대해보겠습니다!) 네. 한번 보시죠.

22일 경기에서 동갑내기 친구 김강민이 투수로 등판해서 이닝을 무사히 마무리했죠. 앞으로 또 이런 상황이 생긴다면 추신수가 등판할 거라는 기대가 많아요.
지금은 팔 상태가 좋지 않아서 어렵겠지만, 은퇴하기 전 한 번쯤은 마운드에 서는 목표를 항상 지니고 있었어요. 저도 강민이처럼 투수로 야구를 시작했거든요. 현재는 수비도 힘든 상태라서 불가능하지만, 능력과 기회가 된다면 꼭 한번 서보고 싶은 욕심은 있습니다. (김강민은 145km/h까지 던졌죠. 몸 상태가 좋아진다는 가정하에 본인은 얼마 정도 나올 것 같나요?) 일단 그런 상황이 온다면 미리 준비할 거예요. 마운드 위에서 연습도 해보고, 보강 운동도 한 상태로 올라간다면 나쁘지 않게 나오지 않을까요? (준비하고 던지면 150km/h도 가능할까요?) 아휴, 그 정도는 안 나올 거예요. (웃음) 145km/h 정도 던질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팀 내 가장 말을 잘 듣거나 잘 따르는 선수는 누구인가요?
정말로 선수들이 전부 착해요. 특히 한국에서는 선후배 문화가 강하기 때문에 다들 깍듯하고 제겐 모두 동생 같습니다. 그래도 굳이 꼽자면 (최)지훈이나 (김)찬형이 같은 어린 선수들이 좀 더 눈에 밟힙니다. 더 챙겨주고 싶기도 하고요. (오)태곤이나 (고)종욱이와도 대화를 자주 나누는 편이고, (최)정이도 제 얘기를 잘 들어줍니다. 다들 저보다 나이가 어리다 보니까 두루두루 잘 지내고 있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얘기하면 다들 잘 받아주더라고요. (웃음)

김찬형이 홈런을 쳤을 때 더그아웃에서의 모습이 굉장히 화제가 됐죠. 팬들이 ‘이 정도면 추찬형이다’라고 말할 정도였어요.
찬형이가 타격이 잘 안 돼 힘들어하는 모습을 오랫동안 지켜봤습니다. 트레이드가 돼서 왔는데 팀 사정상 많은 경기에 나가지도 못하고, 성적 부진에 관한 스트레스를 크게 받더라고요. 특히 같이 트레이드된 NC 다이노스의 정현이나 (정)진기는 계속 경기에 나오고 있잖아요. 그래서 누구보다 잘했으면 하는 마음이 크게 들었어요. 저도 그런 경험이 있었기 때문에 공감도 많이 됐고요. 30일 경기에서는 안타도 치고 드디어 좋은 결과가 나오는구나 싶어 안심했습니다. 게다가 홈런까지 나오자 제가 잘했을 때보다 더 기뻤던 거죠.

#만남을 기다리며

인터넷에 추신수를 검색해보면 추신수 슬리퍼, 추신수 헤어밴드, 추신수 시계 등 패션 아이템이 연관 검색어로 많이 떠요. 팬분들이 추신수의 패션에 관심이 많은 듯해요.
슬리퍼는 한국에 들어왔을 때 광고 제의를 받았어요. 그런데 제가 상품을 잘 알아야 광고를 할 수 있다고 생각해서 먼저 써보게 된 것입니다. 직접 사용해보니 정말 편하고 딱 맞아서 오랫동안 사용하고 있어요. 헤어밴드는 집에 있는 시간이 길어지고 미용실에 가지 못하게 돼서 사용하기 시작했습니다. 작년에 텍사스 있을 때부터 쓰고 경기에 나서니까 팬분들도 좋아하시더라고요.

인천SSG 랜더스필드에 가면 추신수의 유니폼이 정말 많이 보여요. 코로나19로 인해 아직 팬과 대면하는 시간은 갖지 못하고 있는데, 종식된다면 제일 먼저 하고 싶은 팬서비스나 이벤트가 있을까요?
사실 오기 전부터 꼭 하고 싶었던 이벤트가 있어요. 팬 사인회요. 20분이든 30분이든 할 수 있는 상황이 된다면 직접 팬분들께 사인도 해드리고 인사도 나누고 싶은데, 코로나19로 인해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라서 정말 아쉽습니다. 또한, 관중이 꽉 찬 야구장에서 경기를 뛰고 싶은 마음도 간절합니다.

2021 KBO리그 올스타전 드림올스타 외야수 부문 득표율 1위를 달리고 있어요. 첫 출전을 하게 된다면 팬들을 위한 세리머니나 이벤트를 기대해봐도 될까요?
KBO리그에서 맞는 첫 올스타전인 만큼 기대하고 있는데, 역시 코로나19로 제한적일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큽니다. 아직은 어떤 걸 할 수 있을지 모르겠어요. (팬들은 TV 중계를 통해 볼 수 있잖아요?) 무엇을 하면 좋을까요? 솔직히 말씀드리면 저는 유니폼이 아닌 다른 옷을 입는다거나 재밌는 퍼포먼스를 하는 것과는 거리가 좀 있거든요. 팬분들과 가까이서 만나서 무언가를 하고 싶은데 어렵네요.

마지막으로 팬들에게 한마디 부탁해요.
지금 코로나19로 다들 힘든 시간을 보내고 계시는데, 나아질 거라는 믿음으로 포기하지 않고 열심히 버티셨으면 좋겠습니다. 힘든 시간 속에서 KBO리그를 변함없이 응원해주셔서 감사드리고, 한국에서 야구를 하는 동안 끝까지 최선을 다하는 모습을 보여드리겠다고 약속드리겠습니다. 또한, KBO리그가 발전하기 위해 제가 할 수 있는 거라면 뭐든 해보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익숙함에 속아 소중함을 잃지 말자는 말이 있다. 익숙해지면 요령이 생기고, 요령이 생기면 때로 중요한 가치를 잃어버리는 경우가 있다. 메이저리그에서 20년, 한국에서 1년 그리고 어릴 적 야구를 해온 시간까지 합하면 정말 오랫동안 ‘똑같은 운동’을 해왔다. 그런데도 추신수는 한 경기, 한 경기의 소중함을 알고 최선을 다한다. 그렇게 많이 이겼는데도, 여전히 이기고 싶고 이기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말한다. 사그라지지 않고 여전히 활활 타오르는 불꽃 같다.

사실 팬들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오랜 시간 야구 경기를 하는 모습을 봐왔기에 그만큼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것이 많다. 어린 선수들을 아우르는 리더십, 팀 분위기를 이끄는 열정. 본인이 잘못한 것이 아님에도 팀이 무너지면 팬들의 눈초리는 자연스레 베테랑 선수들을 향한다. 게다가 연차와 비례해 실력에 대한 평가도 냉정한 잣대가 가해진다. 그런 팬들이 기대하고 원했던 베테랑의 모습이 바로 추신수가 아닐까. 한국을 대표하는 타자라는 말이 아깝지 않을 정도로, 야구를 대하는 추신수의 자세는 앞으로도 수많은 선수의 본보기가 될 것이다.

▲ 더그아웃 매거진 124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4호(7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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