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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동경만 눈에 띈 한국 남자축구, 쓸쓸히 돌아서다

심재철 입력 2021. 08. 01.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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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쿄 올림픽 남자축구 8강] 한국 3-6 멕시코

[심재철 기자]

 31일 요코하마 국제경기장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8강전 대한민국과 멕시코의 경기. 후반전 멕시코의 코르도바가 골을 넣은 뒤 동료 선수들과 기뻐하고 있다. 2021.7.31
ⓒ 연합뉴스
 
축구는 많은 골을 내주고 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기본적인 팀 플레이조차 의심할 정도라면 다음 세대들을 위해 어디서부터 잘못된 것인지 솔직하게 인정하고 반성해야 한다. 멕시코와의 8강 게임에서 가장 뛰어난 활약을 펼친 플레이 메이커 이동경이 중앙선 부근에서 공을 몰고 앞으로 나갈 때 뒤에서 상대 선수가 빠르게 따라붙었지만 주위에 있는 동료 선수들이 아무도 위험 상황을 알리지 못한 듯 허무하게 공을 빼앗기고 말았다.

바로 뒤에 상대가 붙었다는 말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본인이 고집을 피우다가 빼앗긴 것인지는 알 수 없지만 이런 한 장면만으로도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의 팀 플레이는 어디 가서 명함을 내밀 수 없는 상황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김학범 감독이 이끌고 있는 한국 올림픽 남자축구대표팀이 7월 31일(토) 오후 8시 요코하마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2020 도쿄 올림픽 남자축구 멕시코와의 8강 토너먼트에서 3-6으로 완패하며 쓸쓸하게 돌아섰다.

상대 팀 주요 선수 분석은 한 것일까?

이전 올림픽 남자축구에서 멕시코에게 진 적 없다고 이번에도 우습게 본 것일까? 유명한 골키퍼 기예르모 오초아만 떠올리고 8강 게임에 덤벼든 것처럼 우리 선수들은 곳곳에서 부끄러운 구멍들을 드러내며 너무나 많은 골을 내줬다. 멕시코에는 주장 완장을 찬 골키퍼 오초아 말고도 '엔리 마르틴, 알렉시스 베가, 루이스 로모, 에두아르도 아기레' 등 골을 터뜨릴 수 있는 능력자들이 즐비했고 양발을 손흥민만큼 잘 쓰는 미드필더 세바스티안 코르도바도 있었는데 이를 상대하는 우리 필드 플레이어들은 힘없이 무너지고 말았다.

알렉시스 베가(1도움)는 왼쪽 측면에서 우리의 오른쪽 측면을 마음대로 주물렀고, 엔리 마르틴(2득점)은 멕시코 공격 상황에서 언제나 우리 골문 앞 위험 지역에 있었다. 미드필더 루이스 로모(1득점 1도움)는 우리 수비수들에게 기습적인 공간 침투는 이렇게 하는 것이라고 한 수 가르쳐 주었다. 29분에 알렉시스 베가의 자로 잰 듯한 로빙 패스를 받은 루이스 로모가 오른발 터치 기술에 이은 왼발 슛으로 완벽한 추가골을 터뜨린 순간은 모두가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그러는 사이에 한국 미드필더, 수비수, 골키퍼는 아무런 대응도 못했다.

멕시코에서 가장 눈에 띈 인물은 미드필더 세바스티안 코르도바였다. 왼발, 오른발을 자유자재로 잘 쓰는 코르도바는 73분을 뛰면서 2득점 1도움 기록을 만들어내기까지 한국 선수들 앞에서 자기 실력을 맘껏 뽐냈다. 39분에 페널티킥을 오른발로 정확하게 왼쪽 구석으로 차 넣은 세바스티안 코르도바는 잔디 위에 옆으로 누운 세리머니부터 본격적으로 자신의 이름을 반짝반짝 빛내기 시작했다. 

54분에 엔리 마르틴이 헤더 추가골을 넣을 때 세바스티안 코르도바는 왼발로 프리킥 세트 피스 실력을 자랑했고, 63분에도 블라디미르 로로나가 밀어준 공을 잡아서 기막힌 왼발 중거리슛을 시원하게 꽂아넣었다. 크로스바 하단을 스치며 빨려들어간 코르도바의 왼발 킥은 그 방향을 미리 알려줘도 웬만한 골키퍼들이 막을 수 없는 수준이었다.

한국 올림픽 축구대표팀도 멕시코의 세바스티안 코르도바만큼이나 활약한 이동경이 있었지만 자랑할만한 팀 플레이는 별로 없었다. 20분에 수비형 미드필더 김진규의 패스를 받아 상대 미드필더 한 명을 따돌리고 왼발로 감아차 넣은 1-1 동점골 순간이 그나마 짜릿했다. 51분에 이동경이 왼발로 차 넣은 만회골은 김진야가 몸을 아끼지 않고 상대 역습을 차단하기 위해 달려든 덕분이었고, 후반전 추가 시간에 왼쪽 코너킥 세트 피스로 만든 골은 과정(이동경 코너킥 - 정태욱 헤더 어시스트 - 황의조 골)부터 결과가 좋았지만 너무 늦은 것이었다.

멕시코에게 첫 골과 마지막 여섯 번째 골을 내준 장면만으로도 한국 팀의 수비가 얼마나 큰 구멍을 안고 있었는가를 확인할 수 있다. 12분, 알렉시스 베가의 왼쪽 측면 크로스가 비교적 완만하게 날아와 반대쪽 골 에어리어 안쪽으로 이동하는 루이스 로모의 이마에 도달하기까지 우리 골키퍼 송범근은 적극적으로 나와서 공을 쳐내지 못했고, 84분에 오른쪽 측면에서 넘어온 컷 백 크로스가 에두아르도 아기레의 오른발에 걸릴 때까지 우리 수비수들은 위험 지역 상대 선수를 제대로 체크하지 못했다. 교체 선수 디에고 라이레스의 유연한 드리블 앞에 우리 필드 플레이어들 셋은 그대로 나가 떨어졌고 골문 바로 앞 에두아르도 아기레가 뒤로 트래핑한 공을 따라 물러나면서 오른발로 차 넣을 때까지 달라붙은 수비수도 없었다.

동메달이라도 도전하기 위해 멕시코를 넘어 브라질을 만나고 싶어했지만 그 꿈은 허황된 것이었다. 이번 한국 올림픽 남자축구대표팀이 탄탄한 수비 조직력을 갖추지 못한 팀이라는 사실을 올림픽 개막 직전에 아르헨티나, 프랑스와의 평가전 두 게임을 통해 분명히 확인했으면서도 고치지 못했고, 도쿄로 날아가서 끝내 그 구멍이 크게 드러난 것이다.

2020 도쿄올림픽 남자축구 8강 결과(7월 31일 오후 8시, 요코하마 스타디움)

한국 3-6 멕시코 [득점 : 이동경(20분,도움-김진규), 이동경(51분,도움-김진야), 황의조(90+1분,도움-정태욱) / 엔리 마르틴(12분,도움-루이스 로모), 루이스 로모(29분,도움-알렉시스 베가), 세바스티안 코르도바(39분,PK), 엔리 마르틴(54분,도움-세바스티안 코르도바), 세바스티안 코르도바(63분,도움-블라디미르 로로나), 에두아르도 아기레(84분,도움-디에고 라이네스)]

한국 선수들
FW : 황의조
AMF : 김진야, 이동경, 이동준
DMF : 김동현(46분↔권창훈), 김진규(46분↔엄원상 / 73분↔이강인)
DF : 강윤성(46분↔원두재), 박지수(81분↔김재우), 정태욱, 설영우
GK : 송범근

남자축구 4강 토너먼트 일정
☆ 브라질 - 멕시코 (8월 3일 오후 5시, 이바라키 가시마 스타디움)
☆ 스페인 - 일본 (8월 3일 오후 8시, 사이타마 스타디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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