윗몸일으키기 하루 1000개씩 하던 '골프 여제'가 돌아왔다

민학수 기자 입력 2021. 8. 2. 10:49 수정 2021. 8. 2. 15: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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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니카 소렌스탐, 시니어 데뷔전인 US 시니어 여자오픈서 8타차 압도적 우승
US.시니어여자오픈에서 우승한 안니카 소렌스탐(왼쪽부터)과 캐디백을 멘 남편 마이크 맥기, 아들 윌, 딸 아바의 모습. /사진=USGA 홈페이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에서 72승을 거둬 ‘골프 여제’란 별명이 붙은 안니카 소렌스탐(51·스웨덴)은 미국 언론이 ‘골프 기계’라고 꼬집던 한국 골퍼들보다 더 혹독하게 자신을 몰아붙이던 선수였다. 한 라운드 54타를 치겠다는 ‘비전 54’ 목표 아래 하루 1000개씩 윗몸일으키기를 하고 엄청난 웨이트 트레이닝으로 근육질 몸집을 키웠다. 여자 선수로는 유일하게 꿈의 59타를 기록했고, 남자대회에 도전장을 내밀기도 했다.

2008년 현역에서 은퇴했던 ‘골프 여제’가 미국여자프로골프(LPGA)투어 시니어 투어 데뷔전에서 우승했다.

소렌스탐은 2일 미국 코네티컷주 페어필드의 브룩론 컨트리클럽(파72)에서 열린 US 시니어 여자오픈 4라운드에서 버디 5개, 보기 1개로 4타를 줄여 합계 12언더파 276타를 기록해며 2위를 8타 차이로 따돌리고 우승했다.

안니카 소렌스탐이 2021년 US.시니어여자오픈에서 경기하는 모습. /AFP 연합뉴스

2위를 차지한 리셀로테 노이만(55·스웨덴)은 1988년 US여자오픈을 우승해 스웨덴 출신 선수로는 남녀를 통틀어 첫 메이저 대회 우승을 차지한 레전드다. 소렌스탐도 노이만을 보며 골퍼의 꿈을 키웠다. 소렌스탐은 1994년 미 LPGA 투어에 데뷔해 메이저 대회 10승을 포함해 72승을 거두었다. 비슷한 시기 호주의 캐리 웹과 한국의 박세리와 경쟁하면서도 LPGA 올해의 선수(1995·1997·1998·2001·2002·2003·2004·2005)는 대개 소렌스탐의 차지였다. 소렌스탐이 공식 대회에서 우승한건 2008년 11월 LET(레이디스 유러피언 투어) 쑤저우 타이후 레이디스 오픈 이후 13년 만이다. 소렌스탐은 서른 여덟이던 2008년에도 미 LPGA투어 3승과 LET 1승을 거두고 은퇴했다.

소렌스탐은 그동안 아카데미 운영과 골프 설계 등 사업에 전념했다.

이번 대회 소렌스탐의 백은 남편 마이크 맥기가 멨다. 소렌스탐의 11살 된 딸 아바와 10살 아들 윌은 코스를 따라 돌며 엄마를 응원했다.

그동안 이벤트 대회에 가끔 모습을 드러내던 소렌스탐은 만 50세때 가족회의를 열고 아이들에게 “엄마가 선수로 뛰는 모습을 보고 싶으냐”고 물었다고 한다. 아이들은 “정말 보고 싶다”고 했다. 소렌스탐은 올해 US시니어여자오픈에서 시니어 투어 데뷔전을 치르기로 마음을 정하고는 그에 맞춰 스케쥴을 짰다. 지난 3월 미 LPGA 투어 게인브리지 대회에 출전해 컷을 통과하며 공식 대회 감각을 익혔다. 학창시절 컴퓨터 엔지니어를 장래 직업으로 꼽을 만큼 수학과 컴퓨터 프로그래밍에도 소질이 있었던 그녀는 경기 내용을 컴퓨터로 분석해 단점을 고치는 데 활용하는 등 체계적이고 정밀한 훈련으로도 유명했다.

이날 압도적인 우승을 거둔 소렌스탐은 “뭐라 표현할지 모르겠군요. 오늘 뭘 해야 할지 알고 있었고 그걸 해냈어요. 행복합니다”라고 기뻐했다. 그녀는 또 “아이들은 제가 연습을 하면서 많은 땀과 눈물을 흘리는 걸 봤어요. 가족의 응원이 아니었다면 오늘의 영광은 없었어요”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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