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상혁 날게 만든 김도균 코치 "상혁이도 믿고, 나도 믿었다"

김효경 입력 2021. 8. 2. 10:53 수정 2024. 1. 7. 1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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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기 뒤 엄지를 치켜세운 우상혁(오른쪽)과 김도균 코치. [연합뉴스]

한국 육상의 새 역사를 쓴 우상혁(25·국군체육부대)은 영광의 순간, 관중석을 향해 달려갔다. 2년간 그를 믿고 지탱해준 김도균(42) 육상대표팀 코치였다.

우상혁은 1일 일본 도쿄 올림픽스타디움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육상 남자 높이뛰기 결선에서 2m35㎝를 넘어 4위에 올랐다. 이진택이 1997년 세운 한국기록(2m34㎝)을 24년만에 깨트렸다. 4위는 도로 경기(마라톤, 경보)를 뺀 한국 육상 트랙&필드 올림픽 최고 성적(종전 8위)다.

올림픽 전까지 우상혁에게 주목하는 이는 많지 않았다. 하지만 최고의 무대에서 떨지 않고 자신의 기록(2m31)을 훌쩍 뛰어넘는 우상혁의 모습은 많은 이들의 눈을 사로잡았다.

하지만 우상혁과 김도균 코치는 해낼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다. 김도균 코치는 2일 중앙일보와 통화에서 "2년 동안 시뮬레이션을 해온 높이가 2m35였다. 연습 때는 실패하게 될 경우 부담이 생기기 때문에 그 높이를 넘지 않는다. 하지만 경기에서 상혁이가 자신의 기량을 발휘한다면 넘을 수 있는 높이라고 판단하고 준비했다"고 설명했다.

김도균 코치는 "상혁이가 너무 잘 해줬다. 경기 뒤 상혁이에게 '나는 이미 알고 있었다. 네가 성장할 걸 알고 있었다. 그게 오늘'이라고 말했다. 상혁이가 '선생님이 했던 이야기들이 주마등처럼 지나갔다'고 하더라"고 웃었다. 김 코치는 "상혁이도 믿고, 나도 믿은 결과"라고 했다.

거저 얻은 결과는 아니다. 코로나19로 제대로 된 국제대회 출전이 어려운 환경이었지만 우상혁과 김도균 코치, 그리고 장대높이뛰기 진민섭은 '한 팀'이 되어 매일 땀을 흘렸다. 김 코치는 "우상혁이 국제대회에 나가면서 자기보다 기량이 월등히 나은 선수들 앞에서도 자신의 경기를 하는 법을 익혔다"고 말했다.

김 코치가 강조한 것은 '강박'을 이겨내는 법이었다. 김도균 코치는 "다른 종목은 뛰고 나서 기록이 나온다. 하지만 높이뛰기와 장대높이뛰기는 자기 기록을 보고 뛴다. 강박이 강하면 할 수 있는 걸 못한다. 그런 심리적인 부분을 집중적으로 트레이닝했다"고 떠올렸다.

도쿄올림픽이 끝은 아니다. 우상혁, 그리고 한국 육상에겐 더 큰 무대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생겼다. 국제육상연맹이 주관하는 다이아몬드리그를 비롯한 세계적인 대회의 문이 열린다. 뛰어난 경쟁상대들과 싸우면서 힘을 키우면 더 큰 성과도 기대할 수 있다.

김도균 코치는 "민섭이가 4년, 상혁이가 2년 동안 함께 팀을 이뤄 국제대회에 나섰다. 어떨 때는 대회에 나갈 수 있고, 어떨 때는 거절당했다. 하지만 이제는 좀 더 좋은 조건으로 초청받을 수 있는 선수가 됐다. 그 점이 정말 기쁘다"고 했다.

김효경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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