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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중한 경험' 쌓은 신유빈, 3년 후 파리 겨냥

양형석 입력 2021. 08. 04. 09: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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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0 도쿄 올림픽] 3일 단체전 8강에서 독일에게 2-3 패배, 여자탁구 일정 마감

[양형석 기자]

한국 여자탁구가 메달을 수확하지 못한 채 도쿄 올림픽 일정을 마무리했다.

추교성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탁구 대표팀은 3일 일본 도쿄의 메트로폴리탄 체육관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탁구 여자단체 8강전에서 독일에게 매치 스코어 2-3으로 패했다. 한국은 전지희와 신유빈이 나선 1경기 복식에서 산샤오나와 페트리사 솔자조를 3-2로 꺾었고 3경기 단식에 나선 전지희도 솔자를 3-0으로 제압했지만 단식 2,4,5경기에 나선 최효주와 신유빈이 독일 한잉과 산샤오나의 벽을 넘지 못하면서 4강진출이 무산됐다.

여자단식에서 전지희가 16강, 혼합복식에서 이상수-전지희조가 8강에서 탈락한 여자 대표팀은 단체전마저 8강에서 탈락하면서 메달 도전이 아쉽게 무산됐다. 특히 이번 올림픽을 통해 처음으로 올림픽에 출전한 막내 신유빈은 단식 3라운드 탈락에 이어 단체전 8강 4경기에서도 독일의 에이스 한잉에게 패하며 경기가 끝난 후 눈물을 보이고 말았다. 하지만 이번 도쿄올림픽은 만17세 소녀 신유빈에게 '경험'이라는 큰 선물을 안긴 소중한 대회였다.
 
  3일 일본 도쿄체육관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탁구 단체전 8강 한국-독일.
ⓒ 연합뉴스
 
역대 최연소 국가대표에 빛나는 탁구신동

신유빈은 탁구장을 운영하는 아버지의 영향으로 어린 시절부터 자연스럽게 탁구를 접하며 성장했다. 신유빈은 2009년 9월 SBS의 예능프로그램 <스타킹>에서 '탁구신동'으로 출연하면서 대중들에게 처음 얼굴을 알렸다. 당시 작은 몸으로 테이블 모서리에 있는 음료수병을 정확하게 맞추고 국제탁구협회 명예의 전당에 헌액된 '탁구여왕' 현정화 앞에서 과감하게 드라이브를 시도하며 시청자들을 놀라게 했다.

2년 후 <스타킹>에 한 번 더 출연해 순조로운 성장과정을 보여준 신유빈은 2014년 <무한도전-지구를 지켜라> 특집에서 이등변삼각형 모양으로 개조된 테이블에서 탁구를 쳐 <무한도전> 멤버들에게 가볍게 승리했다. 초등학생 시절이던 2013년 종별선수권대회에서 대학생을 이기며 탁구계를 놀라게 한 신유빈은 중학교 진학 후에도 각종 최연소 기록들을 갈아 치우며 성장했다.

신유빈은 청명중학교 3학년에 재학 중이던 지난 2019년 6월 아시아 선수권 선발전에서 이에리사와 유남규(이상 만15세)가 가지고 있던 기록(만15세)을 깨고 역대 가장 어린 나이(만14세)에 성인 국가대표에 발탁됐다. 신유빈은 중학교 때 키가 20cm나 자라면서 유럽 선수들에게도 뒤지지 않는 신체조건을 갖게 됐다. 하지만 라켓을 휘두르는 타점이 바뀌면서 성장통을 겪었고 이는 꾸준한 훈련을 통해 극복했다.

작년 중학교를 졸업한 신유빈은 뜻밖의 선택을 했다. 고등학교 진학 대신 실업팀 대한항공 입단을 선택한 것이다. 올림픽을 목표로 하는 만큼 학교를 다니며 시간을 빼앗기고 몸이 무거워지느니 실업팀에서 전문적이고 체계적인 훈련을 받아 기량을 향상시킨다는 생각이었다. 신유빈은 실업팀 입단 후 받은 첫 월급으로 운동화를 구입해 복지기관에 기부했고 어린 시절 자신을 후원해 준 한국여성탁구연맹에도 탁구용품을 기부하며 선행을 실천했다.

신유빈은 2010년대 한국 여자탁구를 이끈 백전노장 서효원을 제치고 도쿄올림픽 출전티켓을 따냈다. 신유빈은 작년 포르투갈에서 열린 도쿄 올림픽 예선에서도 스페인, 우크라이나, 프랑스를 연파하며 한국이 본선진출 티켓을 따내는데 중요한 역할을 했다. 특히 신유빈은 프랑스와의 단체전 패자부활 결승전에서 복식 1경기와 단식 4경기를 따내며 한국 대표팀의 실질적인 에이스로 활약했다.

올림픽에서 다양한 유형의 선수들과 맞대결

작년 12월을 기준으로 신유빈의 세계랭킹은 94위였다. 100명이 넘게 출전하는 올림픽 무대에서 94위는 매우 낮은 순위였다. 하지만 신유빈은 대회를 치르면서 성장하는 선수였다. 1라운드에서 가이아나의 첼시에젤을 꺾은 신유빈은 2라운드에서 룩셈부르크 대표로 출전한 중국 출신의 니시아리안을 만났다. 1980년대 초·중반 중국 국가대표로 활동했다가 결혼과 함께 룩셈부르크 대표로 활동하고 있는 1963년생의 베테랑 선수다.

하지만 신유빈은 자신의 어머니보다 9살이나 많은 노련한 니시아리안을 상대로 풀세트까지 가는 대 접전 끝에 4-3으로 승리하며 3라운드에 진출했다. 경험이나 경기운영은 상대가 될 수 없었지만 어쩔 수 없이 많은 나이에서 오는 느린 스피드를 공략해 41살 많은 대선배에게 승리를 따냈다. 신유빈에게 패하며 2라운드에서 탈락한 니시아리안은 경기가 끝난 후 인터뷰에서 신유빈의 성장 가능성과 잠재력을 극찬했다. 

니시아리안이라는 쉽지 않은 상대를 꺾은 신유빈은 3라운드에서 세계랭킹 15위인 홍콩의 두 호이 켐을 만나 2-4로 패했다. 하지만 신유빈은 0-2로 패색이 짙던 상황에서 2-2 동점을 만드는 등 홍콩의 에이스를 상대로 선전을 펼쳤다. 단식 3라운드에서 탈락하며 개인전 일정을 마친 신유빈은 단식의 아쉬움을 단체전에서 풀겠다는 각오를 밝혔고 16강에서 복식 1경기와 단식 3경기를 따내며 한국의 3-0 승리를 이끌었다.

하지만 한국 탁구 여자대표팀과 신유빈의 전진은 8강까지였다. 8강에서 세계 3위 독일을 만난 한국은 5경기까지 가는 접전 끝에 2-3으로 아쉽게 패했다. 복식 1경기에서 전지희와 짝을 이뤄 승리를 따낸 신유빈은 4강행을 결정지을 수 있는 단식 4경기에서 독일의 에이스 한잉에게 세트스코어 1-3으로 패하며 아쉬움을 남겼다. 신유빈은 1983년생의 노장 한잉을 상대로 패기 있게 맞붙었지만 노련한 수비탁구의 완급조절에 말려 들고 말았다.

신유빈은 경기가 끝난 후 "나 때문에 진 거 같아 언니들과 팬분들께 너무 죄송하다"며 눈물을 보였다. 아쉬움이 남긴 하지만, 도쿄 올림픽에서의 경험을 자양분 삼아 앞으로 3년 동안 더 성장해 오는 2024년 파리 올림픽에서 성적으로 보여주면 된다. 스포츠 팬들이 잊지 말아야 하는 사실은 2004년생 신유빈이 파리 올림픽이 열리는 2024년이 되도 만20세에 불과하다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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