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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전 벤치 머문 정승원 "몸 부서지는 한 있어도 뛰고 싶었다" [이근승의 킥앤러시]

이근승 기자 입력 2021. 08. 04. 1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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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 정승원, 2020 도쿄 올림픽 도전 마쳤다
-“멕시코전이 끝난 뒤 ‘아쉽다’는 말만 수백 번 반복했다”
-“뉴질랜드전 패한 뒤 1997년생 선수들에게 한마디 했다”
-“시대가 변해도 내 안의 모든 걸 쏟아붓는 정신력은 중요하다”
-“내가 덜 뛰면 동료가 더 뛰어야 한다는 사실 절대 잊지 않겠다”
 
2019년 10월 14일 생애 처음 태극마크를 달고 그라운드를 누빈 정승원(사진 가운데)(사진=대한축구협회)
 
[엠스플뉴스]
 
2019년 10월 14일. 정승원에겐 잊지 못할 날이다. 정승원은 이날 생애 처음 태극마크를 달았다.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 일원으로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에 출전했다. 
 
정승원은 올림픽 대표팀에 빠르게 녹아들었다. 2020년 1월 태국에서 열린 AFC(아시아축구연맹) U-23 챔피언십에선 4경기에 출전해 한국의 우승에 이바지했다. 한국은 이 대회 우승으로 9회 연속 올림픽 본선 진출을 확정했다. 김학범 감독은 이후에도 정승원의 이름을 잊지 않았다. 
 
정승원은 대구 FC에서도 핵심이다. 오른쪽 윙백으로 공·수 양면에서 빼어난 활약을 보인다. 2017시즌 K리그1에 데뷔해 2년 차 시즌부터 주전 자릴 꿰찼다. K리그 통산 기록은 112경기 출전 8골 12도움. 정승원은 태극마크를 단 이후 더 빠른 성장세를 보인다. 안정환 이후 최고의 꽃미남 선수란 칭호가 더해지면서 K리그 최고 인기스타로까지 발돋움했다. 
 
정승원은 2020 도쿄 올림픽에서 가장 큰 관심을 받은 선수였다. 어느 때보다 치열했던 최종 명단 경쟁에서 살아남았다. 7월 25일 승리가 절실했던 2020 도쿄 올림픽 조별리그 2차전 루마니아와의 경기에선 선발로 나서서 한국의 4-0 대승에 이바지했다. 정승원은 왕성한 활동량과 투지 넘치는 플레이로 활력을 불어넣었다. 
 
정승원의 바람은 딱 하나였다.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걸고 돌아오는 것. 대구 팬들이 자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매 순간 온 힘을 다했다. 그랬던 정승원의 올림픽 도전이 끝났다. 한국은 7월 31일 멕시코와의 8강전에서 3-6으로 졌다. 정승원은 이날 벤치에서 경기를 지켜봤다. 교체 명단에 포함돼 출격을 준비했지만, 기회는 주어지지 않았다. 
 
엠스플뉴스가 2020 도쿄 올림픽을 마치고 돌아온 정승원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정승원 “시대가 변해도 내 안의 모든 걸 쏟아붓는 정신력은 중요하다”
 
정승원(사진 맨 왼쪽에서 네 번째)은 2020 도쿄 올림픽 조별리그 2차전 루마니아와의 경기에서 팀 승리에 이바지했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이 2020 도쿄 올림픽 도전을 마쳤습니다. 한국은 7월 31일 2020 도쿄 올림픽 8강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3-6으로 패했습니다. 
 
큰 관심과 응원을 받았습니다. 2012 런던 올림픽 동메달에 버금가는 성적을 내지 못해 죄송해요. ‘아쉽다’는 말을 수백 번 반복했습니다. 너 나 할 것 없이 죽을힘을 다해 준비한 올림픽이었어요. 특히나 7월 25일 2020 도쿄 올림픽 조별리그 2차전 루마니아와의 경기 이후 출전 기회를 잡지 못했습니다. 벤치에서 멕시코전을 지켜봤어요. 그래서 더 아쉽습니다. 
 
한국은 8월 2일 귀국했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이 끝났다는 게 믿기지 않아요. 2019년 10월 14일 우즈베키스탄과의 친선경기로 올림픽 대표팀에 데뷔했습니다. 그때부터였어요. 머릿속엔 대구 FC와 도쿄 올림픽으로 가득했죠.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대구를 대표하고 싶었습니다. 올림픽에서 좋은 성과를 내고 싶었어요. 대구 팬들이 자랑스러워할 수 있는 메달을 선물하고 싶었죠.
 
올림픽 명단에 들기 위한 경쟁부터 만만치 않았습니다. 김학범 감독은 K리그 동계훈련 기간인 1, 2월(강릉·제주)을 시작으로 3월(경주), 5월(제주), 6월(파주) 선수들을 소집해 경쟁을 펼치게 했죠. 최종명단에 든 선수들을 소집해 훈련한 건 7월 2일부터였습니다. 어느 때보다 선수들을 오랫동안 지켜보고 선발했습니다. 
 
6월 30일 도쿄로 향할 수 있다는 걸 알았습니다. 전날까지 불안했어요. 올림픽 본선 도전을 확신하지 못했죠. 다 똑같을 겁니다. 소속팀에서 매 경기 온 힘을 다해 뛰었어요. 태극마크를 달고서도 마찬가지였죠. 
 
7월 2일부터 최종명단에 포함된 선수들과 손발을 맞췄습니다. 뭐가 달랐습니까. 
 
이전까진 체력 운동에 집중했어요. 쉽지 않았죠. 하지만, 이겨내야 올림픽에 갈 수 있다는 걸 알았어요. 어떻게든 살아남으려고 했습니다. 7월 2일부턴 체력보단 전술 훈련에 초점을 맞췄어요. 몸 상태를 끌어올리는 데 집중했습니다. 2020 도쿄 올림픽 본선에서 만나는 상대 분석도 철저히 했고요.
 
시작이 좋지 않았습니다. 7월 22일 뉴질랜드와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0-1로 졌습니다. 
 
예상하지 못한 결과였죠. 누구보다 철저히 준비했다고 자부했습니다. 간절한 마음으로 뛰었고요. 경기 내용에서도 상대를 압도했습니다. 하지만, 패했어요. 뉴질랜드전을 마치고 선수단 분위기가 안 좋았습니다. 이대로 가면 안 될 것 같았죠. 1997년생 선수들이 모였습니다. 
 
24살 선수들이군요. 와일드카드 세 명(황의조·권창훈·박지수)을 제외하면 최고참입니다. 
 
1997년생이 가장 많았어요. 저를 포함해 정태욱, 송범근, 이유현, 원두재, 이동경, 이동준 등이 있었죠. 제가 얘길 했어요. 
 
어떤?
 
선수들에게 “올림픽 끝난 거 아니다. 지금 분위기면 루마니아, 온두라스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우리가 훈련장에서 준비한 걸 보여주자. 상대보다 많이 뛰는 건 기본이다.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기술은 세계 최고가 아닐 수 있다. 그런데 승리에 대한 간절함에선 밀리지 말자. 심장이 터질 때까지 죽기 살기로 뛰어보자. 그래야 하는 시기”라고 했죠. 
 
올림픽 축구 대표팀의 숨은 리더였군요. 
 
많은 분이 “시대가 변했다”고 해요. “악으로 깡으로 뛰던 시대는 지났다”고 하죠. 제 생각은 다릅니다. 하루 이틀 준비한 올림픽이 아니에요. 한국에서 올림픽은 월드컵 다음으로 큰 관심을 받는 대회입니다. 응원해주는 분이 한둘이 아니에요. 부족한 것 하나 없지만 함께하지 못한 동료들도 생각해야 했습니다. 최소한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소린 듣지 말아야죠. 
 
무슨 뜻입니까. 
 
공을 빼앗기면 끝까지 따라가서 되찾아와야 합니다. 혼자서 안 되면 동료와 힘을 합쳐 볼 소유권을 찾아와야 해요. 상대 기술이 뛰어나 슈팅을 내줄 수밖에 없다면 몸을 날려서 막아야 합니다. 오늘 경기가 마지막이란 생각으로 모든 걸 쏟아붓는 것. 제가 말하는 정신력은 이런 겁니다. 
 
“딱 한 경기로 더 나아가지 못한다는 사실이 너무 슬펐다”
 
한국 올림픽 축구 대표팀은 2020 도쿄 올림픽 8강전 멕시코와의 경기에서 3-6으로 졌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7월 25일 루마니아와의 조별리그 2차전에 선발 출전해 투지가 뭔지 보여줬습니다. 정승원은 몸을 아끼지 않았습니다. 
 
처음 축구를 시작했을 때부터 그랬습니다. 경기장에서만큼 후회를 남기고 싶지 않아요. 이기고 지는 건 그다음입니다. 
 
소속팀 대구 FC에선 오른쪽 윙백으로 뜁니다. 그런데 올림픽 대표팀에선 중앙 공격형 미드필더나 수비형 미드필더로 뛰었어요. 어려운 점은 없었습니까. 
 
팀보다 위대한 선수는 없습니다. 선수는 팀이 필요로 하는 포지션에서 최고의 경기력을 보일 수 있게 준비해야 해요. 김학범 감독님이 올림픽 전 이야기했습니다. 감독님은 “포지션 변경이 있을 것이니 준비해야 한다”고 했죠. 올림픽 대표팀에선 미드필더로 많이 뛰었습니다. 적응하는 데 어려움은 없었어요.   
 
한국이 조별리그 1위로 8강에 올랐습니다. 루마니아(4-0), 온두라스(6-0)를 크게 이겼어요. 멕시코전을 앞둔 팀 분위기는 어땠습니까. 
 
뉴질랜드전을 패한 뒤 반전을 꾀했습니다. 2경기 연속 대량득점에 성공하면서 자신감이 붙었죠. 매 경기 결승전처럼 임한 게 좋은 결과를 가져왔어요. 8강전 상대가 누구든 상관없었습니다. 솔직히 말하면 8강전 상대를 생각할 여유가 없었죠. 멕시코전 분석도 철저히 했습니다. 그래서 더 아쉬운 것 같아요. 
 
멕시코전에서 6실점을 허용했습니다. 
 
전방에서부터 강하게 압박하고 공을 빼앗으면 빠르게 공격으로 나아가는 데 중점을 뒀어요. 하지만, 경기가 생각한 대로 풀리지 않았습니다. 
 
멕시코전 교체 명단에 있었지만 그라운드를 밟진 못했습니다. 
 
선수라면 누구든 선발로 뛰고 싶을 겁니다. 저도 마찬가지예요. 벤치에서 함께 땀 흘린 동료들이 힘들어하는 걸 보니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라운드를 밟으면 어떻게든 팀에 도움을 주려고 했어요. 전반전이 끝나고 평소보다 더 강하게 몸을 풀었습니다. 교체해 들어가는 순간 폭발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말이죠. 팀에 도움을 주지 못해 미안한 마음입니다. 
 
멕시코전을 마치고 어떤 이야기를 나누었습니까. 
 
동료들과 ‘수고했다’는 말만 주고받았어요. 다른 말은 할 수 없었습니다. 경기에서 뛴 선수, 밖에서 경기를 지켜본 이 모두 마찬가지였어요. 한동안 멍했습니다. 딱 한 경기로 더 나아가지 못한다는 게 슬펐어요. 많은 분이 이런 말을 해줬습니다. 
 
어떤?
 
많은 분이 “어려운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했다. 8강 진출도 잘한 것”이라고 했습니다. 더 죄송했어요. 우린 그 이상의 성적을 내야 했습니다. 그러고 싶었어요. 기후나 시차 등에 적응할 필요가 없는 일본에서 올림픽이 열렸습니다. 상대보다 많이 뛸 수 있는 체력도 다진 상태였어요. 동료들과 오랜 시간 손발을 맞췄습니다. 계속 ‘아쉽다’는 말을 하네요,  
 
“내가 덜 뛰면 동료들이 더 뛰어야 한다”
 
정승원(사진 오른쪽)은 그라운드 위에서 몸을 아끼지 않는 선수다(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2020 도쿄 올림픽이 끝난 겁니다. 황의조, 이강인 두 유럽 리거를 제외한 선수들은 K리그에서 활약 중입니다. 곧장 소속팀으로 복귀해 남은 시즌 일정을 치러야 합니다. 
 
올림픽은 잊고 K리그1에 집중해야죠. 대구 FC가 최고의 한 해를 보내려고 합니다. 대구가 팀 최다인 11경기 무패(8승 3무)를 기록 중이에요. 팀이 K리그1 2위로 뛰어올랐습니다. 대구는 K리그 최고의 홈구장과 팬을 보유한 팀이에요. 그분들에게 잊지 못할 순간을 선물하고 싶습니다.
 
매 경기 왕성한 활동량을 보입니다. 힘들진 않습니까. 
 
제가 덜 뛰면 동료들이 더 뛰어야 합니다. 한 발 더 뛰면서 팀 승리에 이바지하는 게 제 역할이에요. 다리에 쥐가 날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마다 생각해요. 열심히 뛰었구나. 다음번엔 더 뛸 수 있도록 준비하자고 다짐하죠. 대구는 한 선수에 의존하는 팀이 아닙니다. 11명의 선수가 똘똘 뭉쳐 성과를 내고 있어요. ‘원 팀’이 얼마나 강한지 보여주겠습니다. 
 
올림픽 대표팀 훈련으로 AFC 챔피언스리그(ACL)엔 참여하지 못했습니다. 
 
동료들이 ACL 조별리그 통과를 일궜습니다. 16강에 진출했죠. J리그(일본) 나고야 그램퍼스와 8강 진출을 두고 다툽니다. 대구가 토너먼트에 강한 팀이에요. 2018시즌 FA컵 우승이 대표적인 예죠. 올 시즌 FA컵에서도 8강에 오른 상태에요. 대구가 K리그를 대표하는 팀으로 성장했다는 걸 보여주겠습니다. 아시아 최고의 팀을 가리는 무대인 만큼 설레는 마음으로 철저히 준비하겠습니다. 
 
대구 복귀전은 언제로 예상합니까. 
 
8월 7일 전주월드컵경기장에서 펼쳐지는 전북 현대전에 맞춰 몸 상태를 끌어올리고 있어요. 경기력으로 말하겠습니다. 전북 원정에서 승점 3점을 가져올 수 있도록 준비할게요. 
 
아직 A대표팀엔 데뷔하지 못했습니다. 9월부턴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 돌입합니다. K리그1과 올림픽 대표팀에서 경쟁력을 여러 번 증명했습니다. A대표팀으로 향해야 하지 않습니까. 
 
욕심이 없다면 거짓말이죠. 처음 축구를 시작한 날부터 A대표팀에서 뛰는 꿈을 꿨습니다. 대구에서 꾸준한 경기력을 보이는 데 집중하면 좋은 날이 있을 거로 믿어요. A대표팀에서 뛸 기회가 주어진다면 매 순간 온 힘을 다하겠습니다. 누구보다 많이 뛰고 빠른 공·수 전환이 이뤄질 수 있도록 힘쓰겠습니다.
 
 
이근승 기자 thisissports@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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