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구

오마이뉴스

"목표는 올림픽 메달" 꿈에 더 가까워진 식빵언니

양형석 입력 2021. 08. 04. 17:42

기사 도구 모음

음성 기사 옵션 조절 레이어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o i

번역할 언어 선택
글자 크기 조절 레이어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4강 진출로 올림픽 메달에 한 발 더 다가간 김연경

[양형석 기자]

한국 여자배구가 9년 만에 올림픽 4강 무대를 밟아 메달에 더욱 가까워졌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4일 일본 도쿄의 아리아케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 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 터키를 세트스코어 3-2(17-25, 25-17, 28-26, 18-25, 15-13)로 꺾었다. 최소 동메달 결정전 진출을 확정 지은 한국은 남은 2경기 중 한 경기만 승리하면 1976년 몬트리올 올림픽 동메달 이후 45년 만에 올림픽 메달을 목에 걸 수 있다(물론 남은 2경기를 모두 승리하면 역대 최초의 금메달을 딸 수 있다).

한국은 조별리그에서 일본과 도미니카 공화국을 차례로 꺾고 조 3위로 8강에 진출했지만 세계 4위에 올라 있는 강호 터키의 벽을 넘을 수 있을 거라 예상한 배구팬은 많지 않았다. 하지만 한국은 풀세트까지 가는 접전 끝에 터키를 꺾고 준결승 무대에 올랐다. 한국이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터키전 승리를 연출할 수 있었던 가장 큰 비결은 한국 대표팀을 이끄는 캡틴이 다름 아닌 '식빵언니' 김연경이기 때문이다.

서른 넘어 올림픽 메달 노린다는 김연경의 무모한(?) 도전
 
▲ [올림픽] 환호하는 김연경 4일 일본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8강 한국과 터키의 경기에서 승리, 4강 진출에 성공한 한국의 김연경이 환호하고 있다
ⓒ 연합뉴스
 
'작은 새' 조혜정, '거포' 지경희, '여우' 박미희, '악바리' 장윤희 등 한국 여자배구에는 한 시대를 풍미했던 많은 스타들이 있었다. 하지만 그 누구도 한국 여자배구 역사상 최고의 선수가 김연경이라는 사실에 이견을 내놓을 사람은 없을 것이다. 192cm의 축복 받은 신체조건과 뛰어난 운동능력, 여기에 상대의 목적타 서브를 모두 받아낼 수 있는 수비까지 겸비한 선수는 한국 배구 역사에서 아무도 없었기 때문이다.

김연경의 위엄은 그녀의 커리어를 자세히 보면 더욱 확실하게 알 수 있다. V리그에 입단하자마자 4년 동안 3번의 우승을 견인한 김연경은 2009년 일본리그에 진출해 JT마블러스를 우승으로 이끌었다. 2011년 터키리그 진출 후에는 2011-2012 챔피언스리그 MVP와 득점왕, 2013-2014 시즌과 2014-2015 시즌 터키리그 득점왕과 공격상을 휩쓸었다. 2012년 런던 올림픽에서는 경기당 평균 25.9득점을 기록하며 배구 종목 MVP에 선정되기도 했다.

김연경은 2016년 리우 올림픽이 끝난 후 기회가 있을 때마다 "2020년 도쿄 올림픽 메달에 도전한 후 대표팀에서 은퇴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배구팬들은 대표팀 주장으로서 으레 하는 립서비스로 받아 들였다. 그도 그럴 것이 도쿄 올림픽이 열리는 2020년이 되면 김연경은 한국 나이로 33세가 된다. 전성기가 지난 김연경이 미국과 브라질, 중국, 터키, 세르비아, 러시아, 일본 등 배구 강국들과 경쟁해 올림픽 메달을 따는 것은 무리한 목표처럼 보였다.

하지만 김연경은 2017년 7년간의 터키 생활을 끝내고 올림픽이 열리는 일본과 시차가 크지 않은 중국리그로 이적했고 작년엔 올림픽이 연기되자 경기감각 유지를 위해 11년 만에 국내 복귀를 선택했다. 중국리그로 이적할 때도, V리그에 복귀할 때도 김연경은 언제나 국가대표로서의 마지막 목표는 '올림픽 메달'이라고 강조했다. 김연경은 올림픽을 향한 자신의 각오가 '진심'이라는 메시지를 배구팬들에게 끊임 없이 전달했다.

'한국 여자배구의 기둥' 김연경의 진심이 통한 것일까. 대한배구협회는 지난 2019년 도쿄 올림픽을 위해 이탈리아와 브라질에서 여러 클럽을 이끌며 좋은 성적을 올렸던 라바리니 감독을 영입했다. 라바리니 감독은 도쿄올림픽을 목표로 열심히 팀을 꾸리고 있었다. 하지만 올림픽 개막을 5개월 밖에 남겨두지 않았던 지난 2월 배구계가 발칵 뒤집히는 대형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바로 쌍둥이 자매의 '학원폭력 스캔들'이었다.

출중한 실력과 뛰어난 리더십으로 4강 견인

흥국생명에서 김연경과 함께 '빅3'를 구성했고 대표팀에서도 주전 윙스파이커와 세터로 활약하던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학창시절 팀원들과 후배들에게 폭력을 가했다는 폭로가 드러난 것이다. 결국 두 선수는 대한배구협회로부터 국가대표 자격 무기한 박탈 징계를 받았다. 물론 학원폭력 가해자가 나라를 대표하는 일이 있어선 안되지만 결과적으로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올림픽을 앞두고 졸지에 주전 2명을 잃었다.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올림픽의 전초전이라 할 수 있는 VNL 대회에 출전했지만 15경기에서 3승 12패의 부진한 성적으로 16개 참가팀 중 15위에 머물렀다. 당연히 올림픽에 대한 전망도 어두울 수밖에 없었다. 애초에 '김연경의 원맨팀'이라는 평가를 받았던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에서 그나마 김연경의 부담을 덜어줄 수 있는 이재영과 주전 세터로 자리를 잡아가던 이다영의 이탈은 매우 크게 느껴졌다.

한국은 우승후보 브라질과의 조별리그 첫 경기에서 0-3으로 패하며 우울하게 올림픽 일정을 시작했다. 하지만 케냐를 3-0으로 꺾으며 분위기를 바꾼 한국은 도미니카 공화국과 일본을 풀세트 접전 끝에 제압하며 파죽의 3연승을 내달렸다. 그리고 김연경은 3연승 기간 동안 경기당 평균 22득점을 기록하는 활약으로 한국을 이끌었다. 특히 박정아가 부담을 느끼는 서브리시브에도 더욱 적극적으로 참여하며 상대의 목적타 서브를 무력화시켰다.

한일전 승리를 통해 8강에 진출하면서 배구팬들은 한국 여자배구의 성적에 어느 정도 만족하는 분위기였다. 하지만 김연경의 목표는 올림픽 8강이 아닌 메달이었고 김연경은 세계 4위 터키와의 8강전에서도 또 한 번 엄청난 투혼을 발휘했다. 양 팀 합쳐 가장 많은 28득점을 기록하며 한국의 공격을 이끈 김연경은 세트당 3.20개의 디그와 55.56%의 리시브효율을 기록하는 공수에서의 맹활약을 통해 한국의 승리를 이끌었다.

많은 배구팬들이 선수로서 김연경의 기량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이번 올림픽을 통해 드러난 김연경의 최대 장점은 위기의 순간에도 선수들을 포기하지 않고 하나로 뭉치게 만드는 리더십이다. 한국 여자배구가 김연경의 목표인 메달을 따내기 위해선 남은 2경기에서 아직 1승을 더 올려야 한다. 과연 '식빵언니' 김연경이 이끄는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은 올림픽 일정을 끝내고 목에 자랑스런 메달을 건 채로 입국할 수 있을까.

Copyrights ⓒ '모든 시민은 기자다' 오마이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시각 인기영상

    이 시각 추천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