위기에 더 강한 '오뚝이 배구'.. 철저한 경기분석의 쾌거

서필웅 2021. 8. 4.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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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여자배구는 올림픽에서 두번이나 4강 이상의 성적을 만들어냈지만 단 한번도 세계적인 강호로 인정받은 적이 없었다.

배구라는 종목에서 높이가 전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탓이다.

에이스이자 리더인 김연경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똘똘 뭉쳐 코트에 한국배구다운 플레이를 펼쳐냈고, 풀세트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승리를 잡아내 한국 배구의 3번째 올림픽 4강 신화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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女 배구 9년 만에 4강 진출
세계 4위 터키에 똘똘 뭉쳐 대응
김연경, 박정아, 김희진, 양효진
압박공격 구사로 상대 실책 유도
끈끈한 팀워크 한국만의 강점
"10억명 중 1명 나올까 말까 해"
국제배구聯, SNS서 김연경 극찬
한국 여자배구 대표팀의 김연경이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 터키전에서 스파이크를 날리고 있다. 도쿄=허정호 선임기자
한국 여자배구는 올림픽에서 두번이나 4강 이상의 성적을 만들어냈지만 단 한번도 세계적인 강호로 인정받은 적이 없었다. 배구라는 종목에서 높이가 전력을 결정하는 가장 중요한 요소 중 하나인 탓이다. 서구팀들에 비해 작게는 몇㎝, 크게는 20㎝까지 밀리는 신체조건 속에 한국 여자배구는 늘 힘겨운 싸움을 해야만 했다. 대신 이 간극을 조직력과 투혼으로 메웠다. 선수들이 하나로 뭉쳐 끊임없이 소통하는 가운데 한발이라도 더 뛰고, 주저 없이 코트에 몸을 던지는 플레이로 버텨 수많은 승리를 얻어냈다.

4일 일본 도쿄 아리아케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배구 8강전에서도 어김없이 힘든 싸움이 이어졌다. 상대는 B조 3위로 8강에 오른 터키. 세계랭킹 4위로 세터조차 180㎝ 이상의 장신인 데다 공격수들은 전원이 2m에 육박하는 신장을 갖췄다. 그럼에도, 빠른 스피드까지 갖춘 팀이기에 대표팀은 내심 추첨으로 상대가 정해지는 8강에서 터키를 만나지 않기를 바랐다.

물론 일단 만나게 된 만큼 물러서지 않았다. 에이스이자 리더인 김연경을 중심으로 선수들이 똘똘 뭉쳐 코트에 한국배구다운 플레이를 펼쳐냈고, 풀세트까지 가는 명승부 끝에 승리를 잡아내 한국 배구의 3번째 올림픽 4강 신화를 만들었다. 중요한 것은 이날 승리가 단순히 경기에서만 최선을 다해서 이뤄진 결과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여자배구 대표팀은 2019년 이탈리아 출신의 지장 스테파노 라바리니가 지휘봉을 잡은 뒤 단순히 조직력으로 ‘버티는’ 팀이 아닌 철저한 분석을 통해 상대를 공략하는 팀으로 거듭났다. 이날도 사전에 이뤄진 철저한 분석 속에 강호 터키와 맞섰다. 라바리니 감독은 경기 뒤 “터키는 브라질과도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높이와 스피드를 동시에 갖춘 강한 팀”이라면서 “다만 효율이라는 면에서는 다소 떨어지는 부분이 있다”고 이날의 공략 포인트를 설명했다. 강력한 신체 능력에 비해 세기에서 다소 부족한 터키의 약점을 찌르기 위해 서브를 한층 더 과감하고 공격적으로 구사했고 에이스 김연경 외 박정아, 김희진 등 날개 공격수들과 양효진 등 중앙 공격수들도 적극 활용했다. 이런 폭넓은 배구 덕분에 중요한 순간마다 터키의 실책이 나왔고, 이는 승리에 결정적으로 작용했다.

이런 분석에 기반한 전략을 선수들이 완벽히 수행했기에 가능했던 일이었다. 대표팀 센터 양효진은 “라바리니 감독은 상대 팀에 따라 맞춤식 전략을 마련한 뒤 이를 한 치의 어긋남도 없이 경기에서 구사하도록 끊임없이 독려한다”면서 “올림픽 준비 과정에서 이런 전략에 따라 엄청난 훈련을 했는데, 그 과정이 결과로 나온 것 같다”고 설명했다.
김연경을 비롯한 배구 여자 대표팀이 4일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 경기장에서 열린 여자배구 8강전 터키와의 대결에서 공격을 성공 시킨 후 기뻐하고 있다. 도쿄=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
이렇게 철저하게 준비된 게임플랜이 있었기에 수차례 이어진 위기에도 무너지지 않고 되살아날 수 있었다. 자연스럽게 접전에서도 더 강한 팀이 됐고 앞선 조별리그 3경기에서 두 차례 풀세트 승부를 펼쳐 모두 승리한 데 이어 이날도 강호를 상대로 5세트 외나무다리 승부를 펼쳐 이겨냈다.

입증된 기량 속에 상대팀인 터키도 한국을 인정했다. 김연경과 터키 페네르바체에서 오랜 기간 한솥밥을 먹었던 터키 대표팀 주장 에다 에르뎀은 “한국 대표팀은 준결승에 오를 만한 자격이 된다. 준결승에 오른 것을 진심으로 축하한다”고 밝혔다. 국제배구연맹은 공식 사회관계망서비스를 통해 “우리는 말하고 또 말해왔다. 한국의 김연경은 10억명 중 1명 나올까 말까 한 선수”라고 극찬했다.

도쿄=서필웅 기자 seoseo@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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