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UGOUT Story] 두산 베어스 양석환

조회수 2021. 8. 6. 12:36 수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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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풍의 이적생

FA(자유계약선수) 시장에서 오재일을 보내줘야 했던 두산 베어스의 1루에는 공허한 바람이 불었다. 대체 자원이 있긴 했지만, 그의 빈자리를 완전히 메우기엔 다소 부족한 것이 사실이었다. 이런 염려의 말들이 팬들의 입에 오르내리던 개막 직전, 같은 홈구장을 쓰는 ‘잠실 라이벌’ LG 트윈스에서 깜짝 이적생 양석환이 건너왔다. 덕분에 시즌 초부터 이적생의 이미지가 강렬했으나, 전반기를 마무리해가는 이 시점에서 그는 팀 내 홈런 선두를 달리는 두산의 명불허전 에이스로 거듭나고 있다. 스스로 원했던 중장거리형 타자로 가파르게 성장하고 있는 양석환의 두산 적응기를 <더그아웃 매거진>이 들어봤다.


Photographer Mino Hwang Interview Seyeon Kim Editor Yoonjeong Jeon Location Jamsil Baseball Stadium


안녕하세요! 1년 반 만에 인사드립니다. 아나운서 김세연입니다. 비록 코로나19가 여전히 계속되고 있지만, 그라운드에서 펼쳐지고 있는 올 시즌 순위 싸움만큼은 그 어느 해보다 치열한데요. 이번 호 ‘더그아웃 스토리’에서는 그 치열한 경쟁만큼이나 뜨거운 활약을 펼치고 있는 한 선수를 만나보려고 합니다. 이 선수는 올 시즌 개막 직전 깜짝 트레이드를 통해 현재 소속팀으로 이적했습니다. 하지만 단순히 ‘이적생’이라는 수식어를 넘어 새로운 팀에서 알토란 같은 역할을 톡톡히 해주고 있죠. 특히 지난 6월 30일에는 경기 후반 접전 상황에 이적 후 첫 번째 그랜드슬램을 때려내면서 단숨에 영웅으로 등극하기도 했는데요. 요즘은 코치님과 펼치는 귀여운 가위바위보 대결로 유명한 이 선수, 누구일까요? 네! 모두 예상하셨겠지만, 이번 호 ‘더그아웃 스토리’의 주인공은 바로 두산의 양석환 선수입니다.

<더그아웃 매거진>과는 세 번째 만남이에요. (7월 7일 인터뷰)
안녕하세요. 이번에 두산으로 트레이드된 내야수 양석환입니다.

날이 점점 더워지고 있는데 컨디션은 어때요?
6월까지는 좋았는데 7월 들어 몇 경기 성적이 안 나오고 있어서 조금 그래요. 그래도 체력적으로 힘들지는 않아요.

#핫한 이적생

벌써 시즌 절반이 지났는데 새로운 팀에는 완벽히 적응했는지 궁금합니다. 구단 유튜브에 나오는 모습을 보니 두산 10년 차 같다고들 하더라고요.

이제 3, 4개월 됐는데 생각했던 것보다 적응을 빠르게 했어요. 마치 오래 있었던 팀 같아요.

아무래도 LG와는 라이벌 팀인 만큼 평소 두산에 대해 생각하던 이미지가 있었을 텐데요. 실제로 와보니까 어땠어요?

우선 두산이 왜 계속 야구를 잘했는지에 대해 느낀 게 많아요. 또 LG와 비슷하면서도 다른 점들이 느껴졌어요. 두산 선수들은 개인 성적에 욕심이 많더라고요. 경기 끝나고 바로 집에 가는 선수들이 거의 없을 정도로 훈련을 많이 해요. 덕분에 지금까지 계속 좋은 성적을 내지 않았나 싶습니다.

팀을 옮겨올 때 LG 선수들과는 인사를 어떻게 나눴나요?

공교롭게도 그날 두산과 시범경기가 있는 날이었어요. 끝나고 소식을 들은 거죠. (김)현수 형이 선수단이랑 인사할 수 있게 단체 시간을 마련해줬어요. 그때 인사를 했는데 제가 좀 울었어요. 눈물이 나더라고요. 눈물이 어떤 의미였는지는 정확히 잘 모르겠어요. LG 동료 중에도 우는 선수들이 있었고…. 그렇게 인사했어요.

두산에 왔을 때 유독 반겨주거나 적응에 도움을 준 선수는 누가 있을까요?

사실 그날 경기할 때 트레이드에 관해서 소문이 먼저 퍼졌나 봐요. 두산 형들도 “뭐해? 빨리 옷 갈아입어” 이런 식으로 장난을 쳤어요. 그때 (박)세혁이 형이나 (허)경민이 형이 먼저 연락해서 같이 잘해보자고 해줬어요. 지금은 (김)재환이 형이 잘 챙겨주고 있어서 적응을 잘 하고 있습니다.

LG 시절부터 등번호 53번을 달았는데 두산에 와서도 번호를 양보받아 53번을 달았어요. 특별한 의미가 있는 번호인가요?

53번은 프로 입단하면서 받았던 첫 번호예요. 원래는 계속 LG에서 달 수 있을 줄 알았죠. 트레이드되면서 이것저것 어색한 게 많았는데, 등번호까지 어색하면 조금 그럴 것 같아서 양해를 구하고 받게 됐습니다.

함덕주랑 트레이드가 됐잖아요. 두산 팬들한테는 ‘우리 덕주’라고 불릴 정도로 사랑받던 선수인데, 그런 선수랑 트레이드됐다는 사실에 부담감은 없었나요?

부담감보다는 ‘덕주를 내줄 정도로 나한테 기대치가 있구나’라는 생각이 먼저 들었어요. 좋은 기회라고 생각했어요. 경기에 자주 나갈 수 있으니까요. 앞으로 잘해야겠다는 욕심이 더 크게 생겼어요.

LG에도 대단한 선배가 많지만, 두산에도 롤모델로 삼을 만한 선배가 있을 텐데요.

두산 선수단에서는 재환이 형이 몸 관리나 운동 루틴 측면에서 본받을 만했어요. 현수 형이랑 비슷한 점도 있더라고요. 그런 점들은 따라 하고 배우려고 합니다.

#이제는 잠실 거포로

팀에서 홈런을 제일 많이 치는 선수가 됐어요. 이런 점은 예상했나요?

아뇨. 전혀 예상을 못 했던 거라서 저도 신기하게 생각하고 있어요.

6월 30일 경기에서 만루홈런을 쳤어요. 저도 ‘베이스볼S’를 진행하다가 깜짝 놀랐는데, 당사자로서 그때 느낌은 어땠어요?

그때 워낙 두산이 하락세를 타고 있었고, 경기도 이기고 있다가 뒤집힌 상황이었어요. 그래도 8, 9회에 동료들이 좋은 찬스를 만들어줘서 ‘여기서 한 방 치면 이길 수 있겠다’ 이런 생각으로 쳤어요. 그 상황에서 운 좋게 실투가 들어온 거죠. (그래도 만루홈런은 느낌이 다르잖아요. 특히 그땐 경기를 결정적으로 흔드는 만루홈런이었으니까요.) 만루홈런을 여러 번 쳐보진 못했지만, 칠 때마다 느끼는 건데 확실히 다른 홈런을 칠 때와는 기분이 다르더라고요.

올 시즌 홈런이나 장타 페이스가 좋아진 부분이 눈에 띄어요. 어떤 노력이 통했다고 생각해요?

LG에서 비시즌을 준비할 때 작년에 군 제대하고 실패했던 부분들을 보완하려고 했어요. 장점을 살리는 방식으로 준비하려고 했던 게 좋은 성적의 원동력이 됐어요.

이번 시즌을 놓고 봤을 때 지금까지의 점수를 100점 만점으로 매겨본다면 몇 점을 줄 수 있을까요?

지금까지는 한 85점이요. (15점 감점은 어떤 의미인가요?) 아직은 타율이 부족해요.

초반부터 잘하는 스타일은 아니라고 얘기해 왔잖아요. 지금까지 페이스는 만족스럽게 올라오고 있나요?

최근 몇 경기 빼고는 제 생각보다 좋은 페이스로 가고 있다고 느낍니다.

재미있는 점이 있어요. LG 선수였을 땐 두산전에서 강한 편이었는데 두산에 오고 나니까 LG 상대로 잘 치더라고요. 이유가 있을까요?

LG에 입단한 해에 잘하기 시작했던 시기가 두산전이어서 자신감이 이어진 거로 봐요. 근데 사실 두산에 와서는 많은 경기를 안 해봐서 LG 투수들 상대하는 게 아직 어색해요. 워낙 한 팀에 오래 있었기 때문에 다들 쳐보지 않았던 볼이라서요. 어색하긴 하지만 LG에서 두산을 상대했던 것만큼 더 잘해보겠습니다.

팀을 떠나서 유독 상대하기 어렵다고 느껴지는 투수가 있나요?

(정)우영이, (고)우석이요. 제가 타석에 들어가면 그 둘이 감정을 가지고 저를 맞힐 것 같은 느낌이 들어요. (웃음) 그래서인지 조금 겁을 먹고 들어가니까 잘 못 치게 되고요. (왜 맞힐 거라는 생각이 들어요?) 저 혼자만의 생각이지만 약간 걔네 눈빛이…. (예전에 뭐가 있었던 건 아니고요?) 그런 건 아니고 제가 되게 잘 해줬는데도 죽기 살기로 던지더라고요. 갑자기 볼 스피드도 빨라지고요.

좋은 선수가 되기 위해서 약점을 보완하려고 하기보다는 강점을 더 부각하려고 한다고 들었어요. 현재 자신의 가장 큰 장점은 뭔가요?

히팅 포인트가 앞에 있다는 게 큰 장점이에요. 다른 선수들의 경우 정타가 나오기 쉽지 않은 하이 패스트볼에 정타를 칠 수 있는 게 가장 큰 장점입니다.

야구를 하면서 경기가 잘 안 풀릴 때가 있기도 하고 팀이 어려울 때도 있잖아요. 그런 난관을 맞닥뜨렸을 때 오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하나요?

팀이 어렵거나 개인적으로 안 풀릴 땐 야구를 잘 안 보고 멀리하려고 해요. 그럴 땐 쉬는 날 와이프랑 예쁜 카페에 가거나 맛있는 음식을 먹는 걸 좋아해요. 그렇게 시간을 보내면 힘든 생각은 잘 안 드니까요.

#양석환의 이모저모

홈런을 치고 고영민 코치와 3루에서 가위바위보를 하는 세리머니가 화제예요. 한 번 이길 때마다 5만 원이라던데, 내기를 하게 된 배경이 뭔가요?

개막하고 처음 홈런을 쳤을 때 세리머니를 고민했어요. 처음에는 내기 없이 고영민 코치님이랑 “가위바위보나 한번 해볼까요?”라는 얘기가 나왔는데 괜찮겠다고 하셨죠. 당시에 판당 5만 원 얘기가 나온 건데, 그땐 저도 제가 많이 이길 줄 알았어요. 근데 지금 좀 여러 차례 지고 있는 것 같네요.

안 그래도 분석을 해봤는데 지는 날이 많아요. 특히 홈에서는 전패더라고요. 이 정도 승률이면 고영민 코치의 가위바위보 패턴 분석에 들어가야 하는 거 아닐까요?

저도 생각은 해요. 근데 계속 지다 보니까 제 생각에 스스로 말려요. 코치님이 저보다 한 수 위에 계시거든요. 제가 역으로 수를 쓰려고 하면 역의 역수까지 생각하고 계셔서요.

최근 세 번은 계속 보를 내서 졌던데요.

그것도 역수를 써 본 거죠. (어떤 식으로 생각한 거예요?) 제가 보를 내고 코치님이 가위를 냈잖아요. 그러니까 다음엔 제가 바위를 낼 거로 생각하실 것 같아서 오히려 계속 같은 걸 내보자 한 건데, 패턴 분석을 저보다 잘하고 계시네요. (그럼 분석 같은 건 안 하는 게 낫겠어요.) 네. 이제부터는 그냥 무작위로 내려고요.

다음 홈런 땐 뭘 낼지 예고해볼까요?

다음엔 가위를 낼 생각입니다. (이 인터뷰를 본다면 어떤 수를 쓸 텐데요.) 코치님이 보시기 전에 홈런을 쳐야죠. 인터뷰가 나가기 전에요.

나무위키에 “착한 성격에 얼굴도 귀염상이라 인기가 많다”라는 평가가 있어요.

누가 써 놓은 거예요? (웃음) (팬들이 써 주신 거죠. 스스로 생각하기엔 어때요?) 착한 성격은 맞는데 얼굴이 귀염상이라는 것과 인기가 많다는 건 아니에요. (인기가 대단히 많은걸요. 인터뷰 소식에 사인 요청이 많았어요.) 제가 느끼기에는 아직 잘 모르겠어요.

이적 후 활약이 좋아서 그런지 구단 유튜브에도 자주 출연하더라고요. 야구 영상 중에서는 스스로 잘했던 영상을 자주 본다고 했는데, 구단 유튜브도 좀 보는 편인가요?

제가 나오는 편은 웬만하면 보려고 해요. 부족한 점이 있으면 파악해서 나중에 반영해야 하니까요. (요즘 야구선수들은 거의 방송인 수준으로 방송을 너무 잘하더라고요. 스스로 봤을 땐 어때요?) 지금까지는 반응도 좋고 재밌게 나오고 있다고 생각해요. 앞으로 좀 더 재밌는 영상을 촬영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새로 만들어진 응원가는 그라운드에서 들어보니 어떻던가요?

솔직히 응원가는 이어폰 꽂고만 들으면 좋은지 잘 모르겠어요. 대신 팬분들이랑 함께하면 응원가가 좋다고 느껴지죠. 처음 야구장에서 들었을 때 되게 신나더라고요. 요즘에는 응원단장님이 율동까지 추가해주신 덕분에 반응도 좋고 재미있어서 만족스럽습니다.

한바탕 시즌을 끝내고 비시즌이 돌아온다면 어떤 취미 생활을 하고 싶나요?

골프에 빠져 있어요. 작년 겨울부터 시작했는데 SBS Golf ‘고덕호의 아홉 시 티오프’를 열심히 잘 보고 있습니다. (그 얘기만 나오면 제가 부끄럽네요. 골프는 잘 치나요?) 아직은 잘 못 쳐요. 야구선수들 습관이 골프랑은 다르기도 해서요. 지금은 ‘백돌이’(골프 타수가 100타 이상인 골퍼를 일컫는 말)죠. (오히려 골프는 야수보다 투수가 잘 친다는 얘기가 있던데요. 야수는 매일 스윙을 해서 그런 걸까요?) 야수들이 야구에서 스윙하던 습관대로 골프를 치면 100퍼센트 슬라이스 볼(의도된 코스에서 벗어나 나가는 타구)이 나거든요. 투수들은 방망이를 놓은 지 오래돼서 습관이 없으니까 잘 치더라고요.

#양석환의 미래

2018시즌에 했던 인터뷰에서는 최종 목표가 20홈런이라고 했어요. 당시 22홈런을 쳐내면서 목표 달성에 성공했는데, 올 시즌에도 새롭게 세운 목표가 있나요?

일차적으로는 지금까지 매 시즌 쳐온 홈런보다 많이 치는 게 목표예요. 만약 그 목표를 넘어선다면 25개, 30개 이런 식으로 점차 늘리려고요.

새롭게 만난 두산 팬들에게 어떤 선수로 기억되고 싶은가요?

찬스에 강한 이미지를 좋아해요. 그래서 그런 이미지를 팬분들께 인식시켜드릴 수 있도록 잘해보려고 합니다.

선수 생활을 넘어서 양석환의 인생 전체를 아우를 만한 꿈이 있나요?

지금 제일 가까운 꿈은 FA가 아닐까요? LG에서는 백업이었기 때문에 ‘FA를 할 수 있을까?’라는 생각을 주로 했어요. 지금은 그래도 노려볼 만한 기회가 생겼기 때문에 가장 가까운 꿈이 됐어요.

<더그아웃 매거진> 공식 질문입니다. 양석환에게 야구란?

야구를 빼면 양석환의 인생을 말하기가 굉장히 간편해질 만큼 야구는 인생 그 자체예요. 지금까지 살아온 세월의 반 이상을 야구와 함께했으니까요.

마지막으로 <더그아웃 매거진> 팬들에게 인사 부탁합니다.

이렇게 좋은 기회로 인사드리게 돼서 기분 좋게 생각해요. 이제 시즌이 반 정도 지났는데 남은 후반기도 좋은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코로나19 조심하시고 야구장도 자주 찾아주세요. 감사합니다!

***

신은 공평하다고 했다. 신은 양석환에게 가위바위보 실력 대신 멋진 거포로 성장할 밝은 미래를 선사했다. 낯선 기대를 받으며 베어스로 둥지를 옮긴 그는 서너달 남짓한 시간 만에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가 됐다. 양석환이 활약하는 날이면 두산 팬들끼리 우스갯소리로 ‘함덕주가 누구더라?’ 하는 이야기가 나올 정도니 말 다 한 셈이다. 특히나 그는 7월 중순까지 총 여덟 번의 결승타를 때려내며 찬스에 강한 이미지가 되고 싶다는 바람을 스스로 이뤄내고 있다. 그런 그에게 아직 시즌이 절반이나 남아 있다는 점에 주목해 보자. 전반기를 발판 삼아 후반기에는 또 어떤 활약을 보여주는 폭풍의 이적생이 될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다.


▲ 더그아웃 매거진 124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4호(8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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