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호정] 송민규 이적+타쉬 침묵 뚫고 다득점 '포항이 사는 법'

서호정 기자 입력 2021. 8. 18. 14: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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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풋볼리스트] 서호정 기자 = 하나원큐 K리그1 2021 25라운드 수원FC와의 홈 경기를 앞두고 포항스틸러스는 긴장감에 휩싸였다. 후반기에 수원FC(4승 1무)가 인천유나이티드(3승 1무)와 함께 무섭게 추격해 오는 가운데 포항은 4경기에서 1승 1무 2패로 주춤했다. 수원FC는 23라운드에서 기어코 포항을 다득점으로 밀어내고 5위로 올라섰다. 7위 인천에게도 승점 1점 차로 쫓기는 포항은 25라운드 결과에 따라 4개월 만에 6위 밖으로 밀려날 수 있었다. 


라스, 무릴로, 이영재, 양동현에 여름에 가세한 잭슨, 타르델리의 활약으로 추진력을 얻은 수원FC의 상승세는 포항 김기동 감독에게 상당한 부담이었다. 그는 "선수단 내부에서 걱정했던 게 사실이다. 수원FC한테 지면 파이널A 싸움에서도 주도권을 뺏기는 상황이었다. 선수들 앞에서는 자신감 있게 하자고 했지만, 라스를 중심으로 워낙 경기력이 좋으니까 나도 걱정이 된 게 사실이었다"라고 말했다.


포항의 걱정은 공격력이었다. 5월 18일 수원FC 원정 이후 리그 6경기에서 멀티골이 없었다. 후반기 4경기에서는 2골 밖에 넣지 못했다. 송민규의 전북 이적으로 인한 공백이 더 뼈아프게 느껴졌다.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3득점을 기록하며 살아나길 기대했던 외국인 스트라이커 타쉬는 K리그로 돌아오자 다시 부진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 하라는 말조차 사치였다. 챔피언스리그에서 부상을 당한 팔라시오스, 크베시치는 재활 중이었다. 여름이적시장을 통해 영입한 김현성, 김호남도 부상으로 데뷔전을 치르지 못한 상태였다. 팀 득점 1위 임상협도 햄스트링 부상을 당했다. 결국 김기동 감독은 다른 포지션 선수나 2군에 있던 젊은 선수들을 대거 올렸다. 두달 사이 베스트11의 40% 넘게 바뀐 라인업으로 버텨야 했다. 


김기동 감독은 모두가 우려하던 수원FC와의 경기에 초점을 맞췄다. 주중 열린 전남드래곤즈와의 FA컵 8강전은 아쉽지만 로테이션을 가동했다. 부상에서 돌아온 팔라시오스, 크베시치의 컨디션을 체크했다. 유스 출신의 신인 김륜성은 처음 선발 출전시키며 왼쪽 측면 수비에 세웠다. 김륜성의 선발 출전에는 복선이 있었다. 강상우를 수원FC와의 경기에 왼쪽 측면 공격수로 활용하기 위한 사전 작업이었다. 


김기동 감독은 "강상우 시프트를 수원FC와의 경기에 쓰려고 일찌감치 마음을 먹었다. 2군에 있던 어린 선수들을 공격진에 활용했는데, 찬스까진 만들었지만 결정력에 한계를 느꼈다. 대신 상우를 올리면 수비가 문제 생기니까 FA컵을 통해 김륜성의 경기력과 컨디션을 확인했다"라고 설명했다. 


움츠린 채로 경기를 하면 계속 무너진다고 생각한 김기동 감독의 이 모험은 적중했다. 수원FC와의 경기에 강상우가 공격, 김륜성이 수비를 보는 왼쪽 측면 라인을 가동했고 결국 전반 15분 강상우가 선제골을 만들었다. 송민규가 떠난 자리에 시즌 중 경기 상황에 따라 올리고, 내리던 강상우를 아예 전진 배치시키는 방안을 제시한 것이다. 그 동안 강상우 전진 배치 시 수비적인 풀백을 세웠던 방식도 스스로 깨고 공격적인 풀백 김륜성을 세웠다. 김륜성은 입단 후 가장 많은 시간을 뛰며 가능성을 보여줬다. 


오른쪽 측면 수비에도 비슷한 변화가 이미 있었다. 여름에 K3리그 부산교통공사에 영입한 수비수 박승욱이 기복 없는 경기력으로 주전을 점했다. 원래 수비형 미드필더와 센터백을 주로 봐 온 박승욱은 과거 포항과의 연습 경기에서 풀백으로 출전, 팔라시오스를 꽁꽁 묶었는데 당시 활약을 기억한 김기동 감독이 찾아 낸 흙 속의 진주다. 


박승욱 영입은 신광훈의 수비형 미드필더 안착을 계산한 영입이다. 2019시즌 후반기와 2020시즌 동안 포항 중원의 핵심이었던 최영준이 떠난 뒤 활발한 움직임과 영리한 수비로 1차 저지선 역할을 할 수비형 미드필더를 찾았던 김기동 감독이었다. 신진호의 공격력과 플레이메이킹을 극대화시킬 파트너를 찾아 여러 선수를 기용한 끝에 신광훈의 경기 운영 능력이 가장 낫다고 판단했다. 개막전부터 경기 상황에 따라 유연하게 가동했다. 


문제는 신광훈이 중앙으로 이동한 뒤의 오른쪽 수비였다. 발 빠른 센터백 전민광을 기용하며 해법을 찾았지만 확실한 답은 아니었다. 결국 박승욱 영입으로 해소가 됐고, 신광훈이 신진호의 메인 파트너가 되며 중원에서도 안정감을 꾀하게 됐다. 


결국 수원FC 전에서 이런 의도는 대부분 적중했다. 강상우가 선제골을 만들었고, 중원에서 1차 저지선이 형성되며 라스를 중심으로 한 상대 화력을 버텨냈다. 강현무의 선방쇼는 화룡점정이었다. 후반 임상협과 고영준의 투입으로 공격으로 변속 기어를 바꾼 포항은 결국 임상협이 멀티골을 터트리며 3-1로 승리했다. 후반기 첫, 그리고 6경기 만의 멀티골이었다. 팔라시오스와 크베시치도 FA컵보다는 더 활발한 모습을 보여주며 보탬이 됐다. 


김기동 감독은 베테랑들에 대한 고마움을 잊지 않았다. 그는 "신진호는 무슨 운동병 걸린 사람마냥 개인 운동에 많은 시간을 투자한다. 오범석, 신광훈, 임상협, 강상우가 쳐질 수 있는 분위기를 바로 잡고 다시 팀에 의욕을 불어넣었다. 후배들이 그런 분위기를 모른 척 할 수 없다. 그래도 아직 포항이 저력이 있다라고 느낀 대목이다"라고 말했다. 멀티골로 25라운드 MVP를 차지한 임상협은 원래 출퇴근을 하지만, 부상 회복에 소요되는 시간을 앞당기기 위해 지난 2주 동안 클럽하우스에서 생활하며 치료와 재활에 전념했다는 얘기도 전했다. 


수원FC를 꺾으며 포항은 전환점을 마련했다. 단지 6위 아래로 떨어지는 상황을 모면했기 때문이 아니다. 팀 전체가 뜻을 모으고, 머리를 맞대 만든 승리는 후반기에 포항이 가고자 하는 방향을 재설정할 수 있게 도왔다. 


"후반기 우리 팀의 무기는 적극성과 성실함이다. 팀을 생각하고 헌신해 주는 선수가 필요하다고 다시 느꼈다. 훈련 단계부터 그걸 보여주는 선수가 경기에 나설 것이다"라고 말한 김기동 감독은 확고한 목표도 강조했다. 


"9월 중순까지가 중요하다. 빡빡한 일정이지만 한달만 같이 고생하자고 했다. 파이널A는 무조건 사수해야 한다. 어려운 사정과 과정은 순위표가 결정된 뒤에는 다 핑계다. 감독과 선수 모두 결과로 평가받는 거 아니겠나? 상황이 어떻든 우리가 해야 할 최소한의 목표는 사수하겠다."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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