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장병 어린이 위해 기부한 메달, 다시 그녀 품으로

성진혁 기자 2021. 8. 20.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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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란드 창던지기銀 안드레이치크
암 딛고 도쿄올림픽서 딴 메달, 모르는 아이 위해 경매에 내놔
낙찰자 "메달, 선수 옆에 있어야" 12만달러 돈만 내고 다시 돌려줘
2020 도쿄올림픽에서 은메달을 딴 폴란드의 여자 창던지기 선수 마리아 안드레이치크가 지난 7일 시상대에 선 모습. 그는 생면부지의 아이를 구하기 위해 이날 목에 건 은메달을 기꺼이 경매에 내놨다. /AP 연합뉴스

폴란드의 여자 창던지기 선수 마리아 안드레이칙(25)이 “심장 수술이 필요한 아이를 돕겠다”며 경매에 부쳤던 2020 도쿄올림픽 은메달이 12만5000달러(약 1억4700만원)에 팔렸다. 낙찰자는 안드레이칙의 마음에 감동해 돈만 내고 메달은 가져가지 않겠다고 밝혔다. 선행이 선행을 낳은 것이다.

안드레이칙은 도쿄에서 은메달을 딴 지 닷새 만인 지난 11일 페이스북에 “수술을 하러 미국으로 가야 하는 생후 8개월 폴란드 남아(男兒) 미워세크 마위사를 위해 메달을 경매한다”는 글을 올렸다. 안드레이칙은 이 아이를 몰랐지만, 도움을 요청하는 부모의 호소를 온라인을 통해 접했다고 한다. 수술비를 비롯한 경비 4억여원 중 절반가량은 환자 가족이 모금 운동을 해 마련한 상태였다.

안드레이칙은 나머지 돈을 모으는 데 힘을 보태려고 행동에 나섰다. 영국 더 타임스 등엔 메달 경매 이유를 이렇게 설명했다. “메달의 진정한 가치는 언제까지고 내 가슴에 남아 있을 거예요. 메달은 그저 물건일 뿐이지만, 다른 이들에게는 가치가 클 수 있죠. 이 은메달이 옷장 안에서 먼지를 뒤집어쓰는 대신 생명을 구할 수 있습니다.”

안드레이칙이 올림픽 시상대에 서기까지의 과정은 험난했다. 2016 리우올림픽에선 3위의 기록에 2㎝가 모자라 4위를 했다. 2018년엔 비강(鼻腔) 주위에 골육종(뼈에 생기는 악성 종양)이 발견됐다. 다행히 수술 경과가 좋아 2019년 훈련에 복귀할 수 있었는데, 그해 세계선수권(카타르 도하)에선 22위에 그쳤다. 올림픽이 코로나 사태로 1년 연기되면서 기량을 회복할 시간을 벌었다. 올해 들어 폴란드 신기록(71m40)을 세워 올림픽 금메달 후보로 떠올랐다.

안드레이칙은 도쿄에서 64m61을 던져 중국의 류스잉(66m34)에 이어 2위를 했다. 색깔과 관계없이 역경과 싸워 일군 결실을 생면부지의 아이를 위해 내놨다.

안드레이칙은 17일 “경매에서 이긴 회사는 자브카다. 항상 감사하는 마음을 갖겠다. 이 밖에도 많은 분들이 동참해 목표로 했던 금액을 초과했다”고 밝혔다. 편의점 체인업체인 자브카는 낙찰 사실을 확인하면서 “(안드레이칙의) 아름답고 고귀한 태도에 감동받았다. 우리는 도쿄에서 온 은메달이 앞으로도 미스 마리아 곁에 남아 있어야 한다고 결정했다”고 발표했다. 메달을 원래 주인인 안드레이칙에게 돌려주겠다는 뜻이다. 생명이 위태로웠던 마위사는 조만간 미국으로 떠나 스탠퍼드대학교의 메디컬 센터에서 수술을 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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