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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UGOUT 페어플레이어] KIA 타이거즈 권혁경

(주)대단한미디어 입력 2021. 08. 25. 12:08 수정 2021. 08. 25. 1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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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에도 불구하고 경기는 시작돼야 한다

지난 7월 11일, 생전 처음 보는 얼굴의 선수가 포수 장비를 차고 홈플레이트로 걸어 나왔다. 이름은 권혁경이란다. 어쩌면 몇몇 야구팬은 양준혁의 제자 혹은 21년도 KIA 타이거즈 신인으로 기억하고 있을 그 이름. 7월 전승을 달리며 후반기 반등을 노리고 있던 이 중요한 시기에 익숙한 주전 포수 두 명은 어디 가고, 만 19세의 아기 호랑이가 선발 마스크를 쓰게 됐을까. 게다가 마운드에는 동갑내기 이의리가 서 있으니 2002년생 배터리를 바라보는 팬들은 기가 차지 않을 수 없다. 그런데 결과는 더 기가 막힌다. KBO리그 역사 최초로 포수가 1군 데뷔전에서 9이닝을 다 치르고 영봉승까지 이끌었으니 팬들의 ‘갸부심’이 무등산 높이까지 솟는 것은 당연지사. 이제 우리에게 그의 이름 석 자는 더 이상 낯설 리 없다.

Photographer Mino Hwang Interview Seyeon Kim Editor Kyunghwa So Location Gwangju-KIA Champions Field

코로나19의 확산세가 멈출 기미를 보이지 않으며 미궁 속으로 빠지고 있던 7월의 KBO리그. 유난히 혼란스러웠던 도시가 있다. 그곳은 광주다.

7월 11일 KT 위즈와 KIA의 경기 시작 2시간 전, 포수 한승택이 밀접 접촉자로 분류되며 엔트리에서 제외됐다. 집 근처 식당에서 밥을 먹다 확진자와 동선이 겹친 게 화근이었다. 이에 KIA는 2군 휴식일을 맞아 집에서 밥을 먹고 있던 신인 포수 권혁경에게 급히 전화를 걸어 첫 1군 콜업 소식을 알렸다.

이때까지만 해도 괜찮았다. 그간 김민식과 한승택, 두 명의 포수를 플래툰 시스템으로 돌려왔기에 김민식이 포수 마스크를 쓰면 그만이었다. 하지만 방역 당국은 그마저도 허락하지 않았다. 7월 4일,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출장했던 김민식을 경기 직전 밀접 접촉자로 분류한 것이다. 마른하늘에 이보다 더한 날벼락이 있을까. 그렇게 불펜에서 이의리와 합을 맞추던 그는 “나? 나 왜?”라는 마지막 말을 남기고 씁쓸한 표정을 지은 채 라커룸으로 향해야 했다. 구단도, 선수도, 팬도 영문을 알 수 없는 갑작스러운 통보였다.

김민식의 빈자리는 집에서 1군 중계를 보려고 준비하던 이정훈이 채웠다. 에어컨도 못 끄고 나올 만큼 허겁지겁 달려왔지만, 선발로 나가기에는 몸 풀 시간이 턱없이 부족했을 터. 그렇게 2002년생 신인 포수 권혁경은 모두의 걱정과 우려를 어깨에 짊어지고 프로 데뷔전에 나섰다.

페어플레이의 의미란 무엇일까? 깨끗한 경기, 즉 규정을 준수하고 스포츠맨십에 따라 정정당당하게 경기하는 태도를 뜻한다. 우리는 이날 진정한 페어플레이를 마주했다. KBO리그가 출범한 지 어언 40년, 사건 사고가 없었을 리 없다. 하지만 그런데도 야구는 늘 계속됐다. 매일 오후 6시 30분만 기다리는 팬들과의 약속을 지키고자 하는 마음이었다.

2021시즌 2차 4라운드, 전체 34순위로 입단한 포수 권혁경. 그가 지킨 것은 비단 홈플레이트뿐만이 아니다. 팬들과의 약속,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페어플레이 정신을 지켜냈다. 그날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7월 29일, 2021 KBO리그 7월의 페어플레이어 수상자인 권혁경의 첫 <더그아웃 매거진> 인터뷰를 김세연 아나운서가 함께했다.

2021 KBO리그 월간 페어플레이어 7월의 수상자는 KIA 권혁경 선수입니다. 수상을 축하합니다. (7월 29일 인터뷰)

감사합니다.

올 시즌 내내 해당 시상을 진행하고 있는데, 유일한 2000년대생이자 최연소 수상자예요. 처음 수상 소식을 듣고 기분이 어땠나요?

조금 의아하기도 했고요. ‘내가 왜?’라는 의문이 제일 먼저 들었어요. 한 경기밖에 못 나갔을뿐더러 그렇게 보여준 것도 없다고 생각하는데 갑자기 상을 받게 돼서요.

권혁경 선수는 보여준 게 없다고 겸손하게 얘기하지만, KBO리그 역사상 포수가 1군 데뷔전에서 9이닝을 다 치르고 영봉승까지 이끈 건 최초예요. 화제의 7월 11일 경기로 돌아가 볼까요?

포수 선배님들이 코로나19 확진자와 동선이 겹치며 경기에 못 나가게 됐고, 저는 그렇게 갑작스럽게 콜업 연락을 받았죠. 처음엔 소식을 듣고 긴장이 많이 됐어요. 함평에 있을 때 종종 1군에 올라가는 상상을 하곤 했지만, 예상보다 빨리 이뤄졌잖아요. 근데 1군이든 2군이든 어차피 야구는 똑같이 하는 거고 막상 경기장에 나오니 훨씬 괜찮았어요.

그날이 첫 1군 콜업이자 데뷔전이었어요. 선배인 이정훈 선수가 있기에 선발 마스크를 쓰는 건 부담스럽다고 미뤄볼 법도 한데요.

저는 선발로 나가고 싶었어요. 다만 알려진 선수가 아니다 보니 감독님과 코치님께서 제가 야구를 어떻게 하는지 모르셨을 거잖아요. 그래서 처음에는 정훈이 형더러 나가라고 했는데, 몸 풀 시간이 부족해 제가 나가게 됐죠. 사실 저도 몸을 제대로 푼 상태는 아니었어요.

당시 팀이 7월 들어 5연승이라는 상승세를 타고 있었기에 부담감도 컸겠어요.

당연히 떨렸죠. 나 때문에 지는 일만 없으면 좋겠다는 생각뿐이었어요. 근데 운동장에 나가려고 스파이크를 갈아신고 준비하다 보니 긴장이 풀렸고, 매 이닝을 지나며 더 괜찮아졌어요.

선발 투수였던 동기 이의리 선수와는 경기 전 어떤 대화를 나눴나요?

의리한테 원하는 게 있으면 먼저 말해달라고 했더니 자기가 변화구를 던질 때 어떤 식으로 앉아달라고 하더라고요. 그래서 저는 “네가 지금 이 공이 좋으니까 이걸 많이 써도 되겠다”라고 얘기하면서 호흡을 맞춰나갔어요.

사인도 잘 몰라서 급하게 배웠다고요.

좀 급하게 배웠죠. 덕분에 사인 미스도 몇 개 있었지만, 하다 보니 눈에 잘 보여서 무사히 마칠 수 있었어요. 김민식 선배님이 가기 전에 사인도 알려주고 여러 가지로 조언해주셨어요.

본인만큼 떨렸던 선수가 경기를 보고 있던 선배 이정훈 선수가 아니었을까 싶어요. 중간중간 페이퍼를 보며 조언을 아끼지 않더라고요.

지금 잘하고 있으니까 편안하게 하라며 긴장을 풀 수 있는 얘기와 응원을 많이 해주셨어요.

그래도 마운드에 올라온 첫 투수가 이의리 선수라 그나마 편했겠어요.

그런 것도 있고요. 또 워낙에 공을 잘 던지잖아요. 포수가 잘했다기보단 투수가 잘했죠.

권혁경 선수의 사인에 이의리 선수가 고개를 내젓자 벤치에서 나온 사인이라며 설득하는 재미있는 장면도 연출됐는데요. 그때는 어떤 상황이었나요?

의리가 싫다고 하더라고요. 그래도 벤치에서 낸 거니까 강력하게 어필했죠. “벤치에서 나온 거다”라고요.

1회부터 1루 주자 황재균 선수를 잡아내는 멋진 도루 저지도 선보였어요.

콜 소리가 들리자마자 바로 던졌는데 송구가 괜찮게 갔어요. 2군에서 계속 연습한 부분이 1군에서, 그것도 엄청 중요한 경기에 나와서 기분이 매우 좋았습니다. 형들도 잘했다고 칭찬해주셔서 이후에도 편하게 임할 수 있었어요.

맞아요. 그런 활약들이 바로 오늘 권혁경 선수가 페어플레이어에 선정된 이유가 아닐까 싶습니다. 이어서 나온 불펜 투수들과도 전부 무실점으로 막아내며 영봉승을 견인했는데 승리 소감이 궁금합니다.

시간이 빨리 가더라고요. 1회부터 9회까지 순식간에 지나갔어요. 다만 수비에서는 첫 경기치고 괜찮았어도, 타격에서는 아직 못 보여준 게 많아 아쉬운 마음이 커요. 관중이 있으니까 확실히 긴장되더라고요. 팬들 앞에서 못하면 안 되잖아요. 스스로 실망도 크고 자책도 할 테니까요. 그래서 더 잘하려고 집중했어요.

경기 종료 후 축하 연락도 꽤 받았을 텐데요. 부모님은 뭐라고 하던가요?

안 그래도 부모님이 그날 광주에 내려오셨거든요. 같이 집에서 밥 먹다가 제가 콜업 연락을 받고 나간 거라 데뷔전을 처음부터 끝까지 다 보고 서울에 올라가셨어요. (그날 구단 자체 단상 인터뷰도 했잖아요.) 그때도 ‘내가 왜 이걸 하지?’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웃음)

이날 경기를 끝으로 전반기가 중단됐는데 강행한 팀의 선수로서 솔직한 심정은 어떤가요?

솔직히 ‘몇 경기만 더 했으면…’ 하는 바람이 있었죠. 갑작스럽게 취소돼 아쉬웠지만, 이번 일을 통해 큰 경험을 했다고 느끼고 있고요. 조금씩 차근차근 밟아나가려고 합니다.

코로나19와 관련한 불미스러운 일들로 소란스러운 요즘, 가장 조용한 팀을 꼽자면 KIA인데요. 그 이유가 뭘까요?

구단 자체적으로 코로나19를 중대한 사안으로 보고, 외부인과의 접촉부터 밖에 나가서 생활하는 습관까지 일일이 예방 교육을 하다 보니 안전한 구단이 됐다고 봐요. 코로나19 검사도 꾸준히 하고 있고요.

그렇다면 권혁경 선수에게 페어플레이란 무엇인가요?

최선을 다하고 열심히 하는 거. 딱 그거 같아요.

신인이라 팬들을 만날 기회가 없었을 텐데, 사태가 진정되면 어떤 팬서비스로 팬들의 사랑에 보답하고 싶나요?

다른 선수들이랑 똑같죠. 사인해드리고, 사진 찍어드리고요. 여기에 또 하나 추가하자면 야구장에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리는 게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부상으로 지급하는 상금 100만 원은 어떻게 쓸 예정인가요?

딱히 계획은 없지만, 상황이 안정되면 친구들이랑 밥 먹는 데 쓰고 싶어요. (친구들에게 사주는 건가요?) 네. 사주겠습니다.

더욱더 팬들에게 보답하는 선수가 되길 바라며, 끝으로 하고 싶은 말 있을까요?

그 한 경기로 인해 저를 조금이나마 알릴 수 있었던 것 같아 기분이 굉장히 좋고요. 매년 더 성장하고 잘할 수 있도록 노력하는 선수가 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확실히 신인은 신인 티가 난다. 그라운드에서는 그렇게 아무렇지 않은 얼굴로 9회까지 멋지게 마무리하더니, 공식 인터뷰는 긴장되는지 안 그래도 적은 말수가 더 적어졌다. 나이답지 않은 뚱한 표정과 듬직한 체구가 국가대표 포수 양의지를 연상케 하는 권혁경. 수비에 공격까지 되는 포수 자원을 키워내기 위해 그동안 KIA가 얼마나 많은 ‘세금’을 냈는지 팬들은 알고 있다. 그렇기에 그에게 거는 기대가 클 수밖에 없다. 고작 19살짜리 포수에게 너무 가혹하다 싶지만, 2군에 나오는 푸짐한 식단은 운동부 식단이 아니라며 스스로 조절하는 절제력과 선발로 나가고 싶었다는 당당함에 그 누가 ‘코인’을 사지 않고 배길 수 있을까. ‘혁경 코인’ 풀매수 타이밍은 바로 지금이다.

▲ 더그아웃 매거진 125호 표지

위 기사는 더그아웃 매거진 2021년 125호(9월 호)에서 만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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