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중 부족했던 손흥민, 당당했던 아드보카트 감독 [ST스페셜]

이상필 기자 2021. 9. 3. 06:01
자동요약 기사 제목과 주요 문장을 기반으로 자동요약한 결과입니다.
전체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본문 보기를 권장합니다.

이라크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당당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이라크와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반면 이라크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한국을 떠나게 됐다.

당시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라크는 프로페셔널한 팀"이라면서 "우리는 시간지연 행위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당당히 말했다.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손흥민 / 사진=DB

[상암=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이라크 딕 아드보카트 감독은 당당했다. 반면 한국은 강팀다운 품격을 보여주지 못했다.

파울루 벤투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대표팀은 2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조별리그 A조 1차전에서 이라크와 득점 없이 0-0으로 비겼다.

한국과 이라크는 나란히 1무(승점 1)를 기록했다.

같은 성적표지만, 희비가 엇갈리는 결과다. 한국은 이라크전에서 승점 3점을 목표로 했다. 안방에서 열리는 경기였던 만큼 반드시 승리해 기분 좋게 최종예선을 시작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하지만 승점 1점만을 가져가면서 남은 경기들의 부담이 커졌다.

반면 이라크는 만족스러운 표정으로 한국을 떠나게 됐다. 객관적인 전력에서 한국에 뒤지고 원정의 부담도 있었지만, 목표로 했던 승점 획득에 성공했다.

경기 후 이라크의 침대축구 여부를 두고 논란이 됐다. 발단은 손흥민이었다. 손흥민은 방송 인터뷰에서 "우리가 잘하지 못해서 골을 넣지 못했지만, 상대의 시간끌기로 경기가 지연된 것은 아쉽다. 이러면 축구 발전이 없다"고 이라크를 겨냥했다. 수위가 높은 발언이었다.

사실 중동국가들의 침대축구는 한국 축구팬들에게는 악몽과 같다. 알면서도 당할 수밖에 없는 침대축구에 팬들과 선수들 모두 민감하다. 손흥민의 발언이 나온 배경이다.

다만 애매한 점은 이날 경기에서 이라크가 침대축구를 했다고 볼 수 있느냐는 것이다. 우리의 우려와 달리 이라크는 특별한 시간지연 행위나 꾀병 없이 경기를 펼쳤다. 물론 이라크가 시간지연 행위를 아예 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경기 막판에 몇 차례 시간지연 행위가 나왔고, 이로 인해 이라크 선수가 경고를 받기도 했다. 하지만 이정도의 시간지연은 어디에서든, 심지어 유럽 리그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정도다. 특별히 침대축구라고 비판할 만한 수준은 아니었다.

오히려 손흥민의 발언이 적지에서 좋은 경기를 펼친 이라크 선수들을 폄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답답한 경기 전개와 만족스럽지 못한 결과로 인한 심정은 이해가지만 아쉬움이 남는 발언이었다.

딕 아드보카트 감독 / 사진=DB


반면 아드보카트 감독의 대응은 품위있었다. 그는 손흥민의 발언을 전해듣자 "근거 없는 발언이라고 생각한다"며 단호한 태도를 취했다. 이어 "손흥민은 대단한 선수고 좋은 주장이라고 생각한다"고 존중을 표하면서도 "하지만 그 말에는 동의할 수 없다"고 다시 한 번 강조했다.

사실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번 경기에 앞서 진행된 기자회견에서도 침대축구에 대한 질문을 받은 적 있다. 당시 아드보카트 감독은 "이라크는 프로페셔널한 팀"이라면서 "우리는 시간지연 행위를 좋아하지 않는다"고 당당히 말했다. 그리고 경기에서 자신의 말을 지켰다.

결국 한국은 이라크를 상대로 그라운드 안에서도, 밖에서도 승리하지 못하며 아쉬움 속에 최종예선 첫 경기를 마무리하게 됐다. 레바논전에서도 같은 실수를 하지 않으려면, 이제는 평정심을 찾고 냉정한 마음으로 경기를 준비해야 한다.

[스포츠투데이 이상필 기자 sports@stoo.com]

Copyright © 스포츠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