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경 독자 여러분~ 가족과 행복한 시간 보내며 제가 메달 딴 것처럼 꿈을 이루세요^^

조수영 2021. 9. 15. 15: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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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사상 첫 근대 5종 메달리스트 전웅태
내달 전국체전 도전 후
2024년 파리올림픽 金 정조준
큰 그림 가지고 한 걸음씩 내디딜 것
사진=조준원 한경텐아시아 기자


“한국경제신문 독자 여러분, 가족과 함께 건강하고 행복한 한가위 보내세요.”

2020 도쿄올림픽이 배출한 스포츠 스타인 근대5종 동메달리스트 전웅태 선수(26·사진)가 서울 중림동 한국경제신문사로 찾아와 독자들에게 한가위 인사를 전했다. 전웅태는 서양 선수의 전유물이었던 근대5종에서 대한민국뿐 아니라 아시아 선수로는 처음으로 올림픽 메달을 따냈다. 치열했던 지난여름의 열기와 생기가 그에게서 뿜어져 나오는 듯했다. 올림픽이 끝난 지 한 달여, 전웅태는 “지금까지 인생 중 가장 행복한 한 달이었다”며 “매년 추석 땐 10월에 있을 전국체전 준비로 동료 선수 및 감독님과 훈련하며 지냈는데, 올해도 조용히 운동에 집중하며 연휴를 보낼 것 같다”고 말했다.


“한국에서 근대5종은 비인기 종목이지만 지원 시스템과 환경이 정말 좋아요. 여러 대회에서 성적을 냈지만 올림픽 메달만 없었죠. 도쿄를 통해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자 아쉬움 없이 훈련했고, 좋은 결과를 냈는데 국민 여러분께서 그 이상으로 사랑해 주셔서 행복한 나날을 보냈습니다.”

근대5종은 펜싱, 수영, 승마, 레이저런(육상+사격)을 통해 최고의 전사(戰士)를 뽑는 종목이다. 한국이 올림픽 근대5종에 선수를 내보낸 것은 1964년 도쿄올림픽이 처음이다. 당시 최귀승은 출전 선수 가운데 최하위에 그쳤다. 전웅태의 이번 동메달은 한국이 57년 만에 근대5종에서 따낸 첫 올림픽 메달이자 한국의 100번째 올림픽 동메달이다.

“이 메달은 저 혼자 딴 게 아닙니다. 비인기 종목인 근대5종을 지원해 주신 협회와 선생님들의 염원이 만들어 낸 메달이지요. 앞으로 더 좋은 결과를 보여드리면 근대5종의 매력에 푹 빠지는 분이 많아질 거라고 믿어요.”

지난해 TV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사람들이 근대5종을 모른다”며 고민을 털어놨던 전웅태. 이후 1년 만에 그는 근대5종의 매력을 온 국민의 가슴에 각인시켰다.

“운동하면서 ‘전웅태 선수 덕에 근대5종을 하게 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싶었어요. 그러면서도 ‘그런 날이 올까’ 생각했죠. 그런데 올림픽 이후로 모든 것이 바뀌었어요. 만나는 사람마다 제게 ‘경기를 정말 잘 봤다’ ‘수영 잘하더라’며 인사를 건네십니다. 올림픽 전과 후의 온도 차가 정말 크더라고요. 올림픽의 힘과 국민의 사랑을 듬뿍 느낀 한 달이었습니다.”

올림픽이 끝나고 그는 한 달 동안 언론 인터뷰, 방송 출연 등으로 숨가쁘게 바쁜 시간을 보냈다. 탁월한 운동 실력에 수려한 외모, 뛰어난 언변과 유머 감각까지 갖춰 최고의 스포츠 스타로 떠올랐다. 초등학교 시절 수영선수로 운동을 시작한 이후 처음으로 훈련을 쉰 기간이기도 하다.

“이렇게 오랫동안 운동을 쉬어본 적이 없지만, 제게 다시 오지 않을 시간이라 생각하고 하루하루 새로운 경험을 즐겼어요. 피곤하냐고요? 저뿐 아니라 근대5종에 관심을 가져주시는 데 감사할 따름이지요. 저희 선수들이 원했던 영향력이 생긴 것 같아 정말 행복합니다.”

한 달간의 세상 나들이를 끝낸 그는 이제 광주로 내려가 다시 한번 담금질을 시작한다. 그의 가장 큰 강점은 긍정적인 마인드다. 그의 왼팔에는 기다란 흉터가 있다. “고등학교 때 승마를 시작했어요. 아직 익숙지 않을 때였는데 말에서 떨어졌고 마침 말이 제 팔을 밟아 ‘똑’ 부러졌어요.”

트라우마로 남기 십상인 기억이다. 하지만 그는 말에게 더 조심스럽게 다가가고 소통하는 경험으로 활용했다. 그 뒤로는 말의 반응을 더 예민하게 관찰하게 됐다고 한다. 승마 기술이 더 발전하는 계기가 된 셈이다. “굳이 나쁜 기억에 붙잡혀 우울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해요. 운동하면서 벽에 부딪히는 듯한 막막함이 들기도 하지만, 그 순간 눈앞에 닥친 목표에만 집중하려고 해요.”

전웅태는 다음달 열리는 전국체전에 이어 내년 9월 항저우아시안게임, 2024년 파리올림픽까지 한 걸음 한 걸음 발전해 나아갈 계획이다. 내년 아시안게임부터는 근대5종에 단체전이 추가된다. 개인전과 단체전을 석권해 2관왕에 오르는 것이 목표다.

“2024년 올림픽은 근대5종 종주국인 프랑스에서 열립니다. 베르사유 궁전에서 경기를 치르는 것 자체가 역사적으로 큰 의미가 있을 것 같아요. 제가 여기에서 금메달을 딴다면? 와, 정말 말도 안 되는 거죠! 큰 그림을 가지고 조금씩 밑그림부터 그려 나가겠습니다.”

조수영 기자 delinews@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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