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적중률 100% 명품 잽..무패 챔피언 만들었죠"

이용건 2021. 9. 15. 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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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유일 복싱 세계챔피언 최현미, 18일 WBA슈퍼페더급 9차 방어전
北서 11세부터 권투 시작해
프로전적 19전 18승 1무 4KO
큰 키에도 빠른 스피드가 장점
"WBC·IBO 통합 챔피언될 터
복싱지원 확대 선수층 늘려야"
MBN 단독생중계·유명우 해설
북한에서 나고 자란 최현미(31)는 또래보다 키가 훨씬 크고 운동신경까지 좋았다. 종목을 스스로 고를 수 있을 정도로 운동에 특출했던 아이가 본래 꿈이었던 태권도 선수가 아닌 복싱의 길로 들어선 이유는 하나였다. 그곳에선 복싱을 잘하면 부와 명예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유년 시절부터 치열한 경쟁을 이겨내며 북한 유소년 대표까지 꿰찼던 최현미는 지금 십수 년째 대한민국의 유일한 복싱 세계챔피언 자리를 지키고 있다. 평범함과는 거리가 먼 복싱 챔피언을 지난 14일 만났다.

그는 18일 경기도 동두천에서 열리는 세계복싱협회(WBA) 슈퍼페더급(58.97㎏) 세계 타이틀 9차 방어전을 앞두고 있다. 계체량 행사는 17일로, 초긴장 상태에서 고된 훈련과 체중 조절을 병행하고 있다. 신경이 곤두서 있을 것으로 예상했지만 10년 이상 세계챔피언 자리를 유지해 온 그에게선 여유가 느껴졌다. 체중 조절을 위한 루틴이겠지만 2시간 정도 낮잠도 잊지 않았다.

그는 "열한 살 때부터 복싱을 했지만 여전히 재미있다. 다음 경기에서도 자리를 지켜내 최장수 챔피언을 유지하겠다"면서 "오랜만에 링에 오르는 만큼 긴장도 되지만 스피드와 기술 면에서 앞선다"며 자신감을 드러냈다. 9차 방어전 상대는 브라질의 시모네 다시우바(36)로 33전17승16패의 베테랑 인파이터로 꼽힌다. 경기는 MBN이 오후 1시 50분부터 단독 생중계하며 유명우 전 세계챔피언이 해설한다.

172㎝로 체급 내에서도 키가 큰 그의 장점은 민첩성이다. 최현미는 "키가 큰데 스피드가 뛰어나다는 점이 상대를 까다롭게 한다"며 "원래 원투 스트레이트가 주무기였지만 최근엔 잽 타이밍에 자신 있다. 적중률이 100%"라고 말했다. 실제로 최현미가 체급을 올린 후 경기는 많은 유효타를 중심으로 한 판정승 비중이 높아졌다.

느닷없이 아버지와 온 가족이 북한을 빠져나오기 전까지 최현미는 그곳에서 복싱을 배우고 연마했다. 하지만 새로운 환경이 상황을 바꿨다. 그는 "한국에 처음 왔을 땐 복싱할 생각이 없었다. 평범하게 공부를 하려 했는데 친구들에 비해 기본기가 부족했다"며 "그러던 와중에 한 친구가 북한과 관련해 무시하는 발언을 했고 그 일이 내 투쟁심을 불러일으키는 단초가 됐다. 그 후 복싱은 내 인생이 됐다"고 전했다.

복서가 된 후에도 처음에는 일이 풀리지 않았다. 2008 베이징올림픽을 목표로 했지만 여자복싱이 정식 종목으로 채택되지 않았다. 북한에서도 남한에서도 메달리스트를 꿈꿔왔던 최현미에겐 좌절이었다. 그 대신 선택한 프로 무대에서 곧 진가를 드러냈다. 2007년 프로 데뷔 후 1년 만인 2008년 10월 WBA 여자 페더급(57㎏) 챔피언 결정전에서 승리해 챔피언이 됐다. 당시 18세로 최연소 세계챔피언이었다.

최현미는 이후 2013년까지 페더급에서만 7차례 방어전에 성공하고 타이틀을 반납했다. 한 체급을 더 올려 도전했고 질주는 이어졌다. 같은 해 8월 슈퍼페더급 챔피언 타이틀을 따낸 뒤 지난해 12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콜롬비아의 칼리스타 실가도를 상대로 8차 방어까지 성공했다. 현재까지 전적은 19전18승1무 4KO다. 패배가 없다. 특히 이 경기는 그의 복싱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자 행복했던 기억으로 남았다. 그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좁은 호텔 방에서 일주일 동안 혹독한 감량을 해야 했다. 노력의 결과는 커리어 첫 원정 승리였다. 최현미는 "원정 승리도 기뻤지만 당시 메인 이벤트 주인공이었던 겐나디 골롭킨(남자 미들급 통합 챔피언·한국계 혼혈)이 먼저 사진을 요청했다"며 "많은 관중의 관심을 받고 세계적인 선수와 같은 링에 오른 게 행복했다"고 회상했다.

최현미는 한국 복싱의 발전을 위해선 더 많은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경기를 제대로 잡아주는 프로모션이 없으니 선수들의 실전 감각도 떨어질 수밖에 없다. 그는 "정점에 오르기 위한 노력으로 따지면 복싱만큼 과정이 혹독한 종목도 드물다"며 "하지만 노력에 비해 예상되는 보상이 적으면 도전하는 이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아쉬워했다. 이번 최현미의 타이틀 방어전은 대진대학교와 동두천시의 후원으로 성사됐다.

최종 목표는 WBA와 세계복싱평의회(WBC)·국제복싱기구(IBO) 통합 챔피언이다. 지난 5월 15일 영국에서 WBC·IBO 슈퍼페더급 세계챔피언인 영국의 테리 하퍼(24)와 경기를 치를 예정이었으나 상대의 부상으로 경기가 취소됐다. 최현미는 "계약은 끝난 게 아니라 오는 12월 경기가 열릴 것으로 예상한다"면서 "통합 세계챔피언이 되면 복싱을 그만둬도 되지 않나"며 웃었다.

[이용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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