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루 바꾸고 벤치 바꾸는 페레즈, 한화 리빌딩 이끈다
한화 외국인 타자 에르난 페레즈(30)가 새로운 팀 분위기를 만들어내고 있다.
타격 성적은 그리 눈에 띄지 않는다. 25경기 성적이 타율 0.247, 홈런 3개, 18타점. OPS(출루율+장타율)는 0.692에 불과하다. 리그 평균에도 미치지 못하는 성적이다. 내야 전 포지션과 코너 외야까지 소화하면서 수비로 힘을 보태고 있지만, 외국인 타자에 대한 기대치를 충족하기에는 역부족이다.
하지만 카를로스 수베로 한화 감독은 페레즈의 존재감을 높이 사고 있다. 페레즈가 한화의 팀 리빌딩에 결정적인 역할을 담당하고 있어서다. 그라운드 안에서는 발로, 그라운드 밖에서는 리더십으로 벤치의 분위기를 바꾼다.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를 강조하는 수베로 감독의 야구관에 잘 어울린다.
수베로 감독은 15일 문학 SSG전에 앞서 “시즌을 치르는 동안 기복도 있었지만 전반적으로 팀 주루 능력이 성장했다”며 “페레즈가 오기 전엔 정체된 느낌도 있었다. 페레즈가 팀에 에너지를 주고 긍정적인 분위기를 만드는 스타일이라 베이스러닝과 클럽하우스 분위기에 좋은 영향을 주는 듯 하다”고 호평했다.
실제로 시즌 초반 시행착오를 겪었던 한화의 주루 플레이는 점점 좋아지고 있다. 한화는 전날(14일) SSG전에서 적극적인 베이스러닝을 앞세워 11-5 대승을 거뒀다.
1회 초 상대 폭투 때 정은원이 놓치지 않고 2루로 진루했다. 이어진 무사 만루에서는 김태연의 희생 플라이 때 2루와 3루 주자는 물론 1루 주자까지 태그업을 시도해 성공했다. 페레즈가 유격수 땅볼을 치고도 타점을 올릴 수 있었던 비결이다. 수베로 감독은 “사소해 보일 수 있는 부분이지만, 그 진루 하나가 병살타를 막고 득점으로 연결됐다”며 “주루 플레이에서 공격적인 부분, 디테일한 부분을 강조했는데 선수들이 잘 이해해주고 있다”고 칭찬했다.
달라진 분위기를 느끼는 선수들도 페레즈의 영향을 인정했다. 전날 홈런을 쳐 페레즈의 벤치 세리머니를 함께한 노수광은 “페레즈 덕분에 분위기가 더 좋아진 것 같다”며 “그런 아이디어가 선수단 분위기를 크게 바꿔준 것 같다. 없었던 세리머니가 생기면서 선수들이 재밌어 한다”고 반겼다.
인천=차승윤 인턴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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