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이닝 무실점' 유희관, 5전 6기 끝에 100승 고지 밟았다

유준상 입력 2021. 9. 20. 09: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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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BO리그] 19일 키움전서 통산 100승 달성.. 베어스 소속 역대 3번째

[유준상 기자]

통산 100승 고지까지 단 1승만을 남겨두고 있었던 두산 베어스 좌완 투수 유희관이 마침내 아홉수에서 탈출했다.

유희관은 19일 오후 서울 고척스카이돔에서 열린 2021 신한은행 SOL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원정 경기에서 선발 투수로 등판, 6이닝 6피안타 무사사구 4탈삼진 무실점으로 시즌 3승을 달성했다. 올 시즌 네 번째 6이닝 소화 경기이자 지난 1일 KIA전 이후 18일 만에 퀄리티스타트를 기록했다.

5월 9일 광주 KIA 타이거즈전 이후 5경기에서 승리를 거두지 못했고,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자 등판 기회를 잡기 어려웠다. 8월 말 이후 팀 일정이 빡빡해지면서 선발 투수가 더 필요했던 김태형 감독은 유희관에게 손을 내밀었고, 9월 세 번째 등판에서 목표를 달성할 수 있었다.
 
 초반부터 경기를 쉽게 풀어갔고, 득점 지원까지 더해지면서 유희관은 미소를 감출 수 없었다.
ⓒ 두산 베어스
공-수에서 야수 도움 받은 유희관, 키움 타선 잠재웠다

에이스 노릇을 해 주었던 아리엘 미란다가 로테이션을 한 번 거르는 가운데, 두산은 지난 주말 외국인 투수 한 명 없이 2연전을 치러야만 했다. 토요일에는 대체 선발로 박종키 카드를 꺼내들었고, 이튿날에는 유희관에게 중책을 맡겼다.

전날 팀이 무승부로 아쉬움을 남긴 만큼 이날 경기서 팀에게 승리가 간절한 것을 잘 알고 있었던 유희관은 본인이 원했던 대로 경기를 풀어갔다. 선두타자 박동원에게 안타를 맞은 2회 말, 예진원에게 2루타를 허용한 3회말 모두 무실점으로 이닝을 마쳤다.

특히 5회 말이 압권이었다. 선두타자 김혜성이 2루타로 출루한 이후 곧바로 3루 도루에 성공하면서 유희관 앞에 무사 3루의 위기가 펼쳐졌다. 그러나 후속타자 신준우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했고, 예진원을 상대로 땅볼 유도에 성공해 3루주자를 루상에 그대로 묶어두었다. 이용규마저 땅볼로 잡아낸 유희관은 실점 없이 5회 말을 정리했고, 승리 투수 요건을 갖추었다.

여기에 야수들의 도움까지 따라주었다. 4회초 양석환의 3점포로 선취점을 뽑은 두산은 6회초 김재환의 1타점 3루타로 한 걸음 더 달아났고, 양석환이 투런포를 쏘아올리며 쐐기를 박았다. 수비에서는 6회말 1사서 이정후의 강한 땅볼 타구를 다이빙 캐치로 낚아챈 신인 안재석의 활약이 빛났다.

2사 이후 연속 안타와 야수선택으로 만루 위기를 자초하기도 했으나 김혜성을 땅볼로 돌려세우면서 키움 타선을 완벽하게 봉쇄했다. 6회까지 101구를 던지면서 무실점 피칭을 펼친 유희관은 덕아웃에 있던 동료들의 환대를 받으며 이날 투구를 마무리했다.
 
 선수 만큼이나 기록 달성이 간절했던 김태형 감독은 그 누구보다도 유희관의 통산 100승 달성을 축하해주었다.
ⓒ 두산 베어스
'느림의 미학'으로 묵묵하게 자신의 길을 걸어온 유희관

유희관에 이어 올라온 홍건희-이영하-김강률 세 명의 불펜 투수도 무실점으로 1이닝씩 틀어막으면서 그대로 6-0으로 경기가 끝났다. 이전 경기까지 굳어 있었던 유희관도 한결 부담을 덜어낸 듯 편안한 표정으로 남은 이닝을 지켜보았다.

경기 종료 이후 3루 덕아웃 앞에서 선수단이 간단하게 기념 행사를 가졌고, 김태룡 단장과 김태형 감독이 유희관에게 꽃다발을 건넸다. 외국인 타자 호세 페르난데스를 비롯해 유희관과 친한 몇몇 선수들은 물을 뿌리는 등 격한 반응으로 유희관의 100승을 함께 기뻐했다.

유희관을 포함해 그동안 KBO리그에서 통산 100승 투수는 총 32명이 탄생했다. 40년간 이어진 리그의 역사를 생각한다면, 아무나 달성할 수 없는 대기록이다. 베어스 소속으로만 범위를 좁힌다면 장호연, 장원준에 이어 유희관이 세 번째 100승 투수가 됐다.

2013년 5월 4일 LG 트윈스전서 기록한 프로 데뷔 첫승을 시작으로 약 8년 4개월의 시간이 흘렀다. 그해부터 2020년까지 무려 8년 연속 10승을 달성하면서 통산 100승에 조금씩 가까워졌지만, 유희관은 시간이 지나도 느린 구속에 대한 편견과 싸워야 했다.

정교한 제구를 앞세워 자신의 커리어를 쌓아왔고, 좌절 속에서도 포기하지 않았던 유희관의 집념이 오늘의 결과를 만들었다. 특히 타선의 공격력에 기대지 않고 자신의 힘으로 100번째 승리를 기록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둘 수 있다.

힘겹게 목표를 이룬 유희관의 시선은 이제 장호연을 향한다. 유희관은 경기 후 인터뷰를 통해 베어스에서만 109승을 쌓아올린 장호연의 기록에 도전하고 싶다는 의지를 드러냈고, 100승 달성으로 마침표를 찍는 게 아니라는 것을 강조했다. 그의 바람대로 베어스 프랜차이즈 최다승 기록에 자신의 이름을 남기게 될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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