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경의 비하인DOO] "1승과 100승을 함께한 포수인데요, 정말 특별하죠"

김민경 기자 입력 2021. 9. 20. 1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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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3년 5월 4일 잠실 LG 트윈스전에서 박세혁과 유희관(정면)이 대화를 나누고 있다. ⓒ 두산 베어스

[스포티비뉴스=고척, 김민경 기자] "1승과 100승을 함께한 포수인데요. 정말로 특별하죠."

2013년 5월 4일 잠실 LG 트윈스전. 유희관(35, 두산 베어스)은 지금도 데뷔 첫 승을 챙긴 날짜와 상대 팀을 정확히 기억한다. 당시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가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대체 선발투수로 나설 천금 같은 기회가 찾아왔다. 유희관은 5⅔이닝 5피안타 2볼넷 1탈삼진 무실점으로 틀어막으면서 팀 승리를 이끌었고, 이후 선발 로테이션 한 자리를 차지하며 두산을 대표하는 좌완으로 성장했다.

유희관만큼이나 2013년 5월 4일을 또렷하게 기억하는 사람이 또 하나 있다. 두산 포수 박세혁(31)이다. 박세혁은 고려대를 졸업하고 2012년 두산에 입단해 2013년에는 프로 2년째였다. 박세혁은 양의지(현 NC)와 최재훈(현 한화)의 벽에 막혀 그해 1군 18경기에 출전한 게 전부였다. 그 18경기 중 한 경기가 5월 4일 LG전이었다. 박세혁은 8번타자 포수로 선발 출전해 유희관의 첫 승을 리드했다.

3060일이 흘러 유희관이 100번째 승리를 챙길 때도 박세혁은 포수 마스크를 쓰고 있었다. 8년 전 신인 포수는 이제 어엿한 안방마님으로 성장해 베테랑의 대기록을 이끌었다. 유희관은 19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6이닝 6피안타 4탈삼진 무실점 완벽투로 6-0 승리를 이끌었다. KBO리그 역대 32번째, 좌완으로는 7번째로 100승을 달성한 순간이었다.

유희관은 박세혁, 양의지, 최용제, 장승현 등 100승 달성한 동안 함께한 포수들을 차례로 언급하며 고마운 마음을 표현했다. 그중에서도 1승과 100승의 순간을 모두 함께한 박세혁에게 엄지를 들었다.

▲ 두산 베어스 안방마님으로 성장한 박세혁 ⓒ 스포티비뉴스DB

유희관은 "(박)세혁이는 1승과 100승을 함께한 포수이기에 정말로 특별하다. 본인이 힘든 상황에서도 항상 나를 챙겨주려 하고, 동생이지만 정말 믿고 따르는 후배이자 동료다. 오늘(19일)도 나는 고개를 한 번도 돌리지 않았다. 세혁이 사인대로만 던졌다"며 희로애락을 함께한 파트너에게 공을 돌렸다.

박세혁도 뭉클하긴 마찬가지였다. 박세혁은 "(유)희관이 형이 대체 선발투수로 나와서 1승을 할 때도 내가 공을 받았고, 내가 군대를 다녀와서 2016년부터 백업 포수를 할 때도 희관이 형 등판 때 내가 많이 나갔다"며 함께한 시간을 되돌아봤다.

이어 "최근 몇 년 동안 희관이 형이 힘든 상황이 많았고, 올해도 마찬가지였다. 100승을 더 빨리 했어야 했는데 그렇게 돕지 못해서 그동안 포수로서 마음이 많이 무거웠다"고 덧붙였다.

유희관은 지난 5월 9일 KIA 타이거즈전에서 99승을 챙긴 이후 등판한 5경기에서 3패만 떠안고 있었다. 그동안 100승을 향한 조바심에 발목 잡혔던 만큼 이날은 가능한 편하게 던지자고 마음을 먹었다. 포수 박세혁을 전적으로 믿으며 한 타자씩 잡아 나가자 100승이 따라왔다.

박세혁은 "희관이 형이 나를 믿어줘서 정말 감사했다. 형이 첫 승이랑 100승 하는 날 같이 호흡을 맞출 수 있어서 내게도 의미가 크다. 정말 축하한다고 말하고 싶다"고 마음을 표현했다.

유희관은 두산 좌완 프랜차이즈로는 최초로 100승 고지를 밟았다. 장원준은 2016년 두산에서 통산 100승을 달성했는데, 롯데에서 85승, 두산에서 44승을 챙겼다(통산 129승). 순수하게 두산에서 100승을 채운 왼손 투수는 유희관이 유일하다.

▲ 유희관은 2021년 9월 19일 고척 키움 히어로즈전에서 개인 통산 100승을 달성했다. ⓒ 두산 베어스

프로 무대에서 13년 동안 온갖 편견과 맞서 싸운 결과이기도 하다. 직구 최고 구속이 130km에 불과해 유희관은 언제나 '느린 공을 던지는 투수'로 불렸다. 국내에서 가장 투수 친화적인 잠실구장을 쓰고, 수비가 좋은 두산을 만나 '운 좋게' 8년 연속 10승을 달성했다는 말도 들렸다. 그런 편견을 깬 가장 큰 무기는 제구였다. 최근 고전할 때는 스트라이크존 구석에 더 깊이 던지려다 꼬이기도 했지만, 결국 박세혁의 사인대로 던질 수 있는 제구력이 뒷받침됐기에 101구를 던지는 동안 고개를 젓지 않고 투구를 마칠 수 있었다.

박세혁은 "희관이 형이 야구에서 제구가 얼마나 중요한지 선수들은 물론이고 야구팬들에게도 좋은 본보기가 되어준 것 같다"며 박수를 보냈다.

유희관은 이제 구단 역대 최다승 투수 타이틀에 도전한다. 장호연의 109승을 뛰어넘기 위해서는 10승이 더 필요하다. 박세혁은 늘 그랬듯 유희관의 꿈을 묵묵히 리드해 나갈 예정이다.

유희관은 "목표는 큰 동기 부여가 된다. 지금도 과분한 기록을 세웠고, 언제까지 야구를 할지 모르겠지만, 끝까지 열심히 해서 구단 최다승 투수를 목표로 달리겠다"고 다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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