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웠던 여름..김수지가 전한 도쿄의 감동 "행복했고, 오래 남을 것"

이재상 기자 입력 2021. 9. 21. 05: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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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상의발리톡] "V리그도 더 많이 사랑해 주셨으면"
IBK기업은행의 베테랑 센터 김수지. © 뉴스1

(서울=뉴스1) 이재상 기자 = "마치 어제 일처럼 생생하다. 먼 훗날 돌아봐도 오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여자 프로배구 IBK기업은행의 센터 김수지(34·186㎝)는 지난 여름을 누구보다 뜨겁게 보냈다. 여자 배구대표팀 일원으로 2020 도쿄 올림픽 4강 진출에 힘을 보탰던 그는 귀국 후 많은 팬들의 사랑을 받으며 인기를 실감하고 있다.

16일 경기 용인시 기흥구에 위치한 IBK기업은행 훈련장에서 만난 김수지는 전날(15일) 팀 동료인 표승주 등과 MBC 예능프로그램인 라디오스타 녹화를 하고 왔다고 했다.

그는 "방송에 출연한다는 것은 그만큼 대중들의 관심이 있다는 것"이라며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셔서 감사할 따름"이라고 말했다. 이어 "(라스는)꼭 봐야 한다"고 홍보도 잊지 않았다.

2021 발리볼네이션스리그(VNL)을 앞두고 복근이 찢어지는 부상을 당했던 김수지는 피나는 노력 끝에 가까스로 '라바리니호'에 탑승해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쌓았다.

2016 리우데자네이루 올림픽에 이어 두 번째 올림픽을 경험한 그는 "이번에 치렀던 한일전은 기억에 오래도록 남을 것"이라며 "(극적인 역전승이라)감동적이었다. 많은 것이 걸려 있었는데, 그 승리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2020 도쿄 올림픽 개막식에 참석했던 김수지. (김수지 제공) © 뉴스1

한국은 조별리그 일본과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2로 팽팽하던 5세트 12-14에서 짜릿한 역전승을 따내며 국민들에게 큰 감동을 안겼다. 그는 "TV로 다시 볼 때마다 너무나 생생하다"고 전했다.

결과적으로 '해피 엔딩'이었지만 과정은 순탄하지 않았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진천 선수촌부터 도쿄 선수촌까지 외부 출입이 어려웠고, 오로지 배구밖에 할 수 있는 것이 없었다.

그는 "모든 부분에서(코로나19로) 너무 힘들었는데 그만큼 강렬했다"고 돌아본 뒤 "준비하는 단계부터 마무리 할 때까지 시작과 끝이 가장 이상적인 대회였다"고 말했다.

아쉽게 4강서 브라질, 동메달 결정전에서 세르비아에 막혀 원했던 메달을 획득하진 못했지만 '원 팀'으로 많은 것을 얻고, 깨달은 경기였다.

스테파노 라바리니 감독이 브라질과의 4강전서 완패 후 좌절하고 있는 선수들을 향해 던진 메시지는 감동 그 자체였다.

31일 저녁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A조 조별리그 4차전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에서 김수지가 서브를 하고 있다. 이날 한국은 일본을 상대로 세트스코어 3대2로 승리했다. 2021.7.3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라바리니 감독은 "(앞으로)경기 결과가 좋지 않을 수 있지만, 우린 이미 많은 것을 이뤘다"며 "지금 당장은 느끼지 못해도 훗날 한국에 돌아갔을 때 우리가 얼마나 대단한 걸 이뤘는지 알게 될 것"이라고 선수들을 일으켜 세웠다. 선수들도 울컥했고, 그렇기 때문에 마지막까지 포기하지 않고 최선을 다할 수 있었다.

김수지는 국가대표로 잔뼈가 굵었다. 양효진(현대건설), 김연경(상하이) 등과 10년 넘게 오랫동안 함께 호흡을 맞췄는데 이번 올림픽을 끝으로 정들었던 태극마크를 내려놓았다.

김수지는 "대표팀 생활을 돌아보면 힘들었지만 즐거웠던 기억이 많다"며 "팀을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여서 좋은 경쟁을 하면서 경험을 쌓을 수 있었다"고 했다.

대표팀 은퇴에 대해서는 "이전부터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며 "이제는 중간 역할을 하는 선수들도 쌓였고, 좋은 시스템 속에서 후배들이 대표팀을 잘 이끌어나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김수지는 앞으로 대표팀의 미래를 책임질 센터로 현대건설 이다현(20)을 꼽았다. 그는 "다현이는 운동에 욕심도 있고 항상 적극적"이라며 "경험이 쌓이면 지금보다 더 좋아질 수 있다"고 덕담을 전했다.

배구 김연경을 비롯한 선수들이 4일 오전 일본 도쿄 아리아케 아레나에서 열린 '2020 도쿄올림픽' 여자 배구 8강 대한민국과 터키의 경기에서 세트 스코어 3-2로 승리를 거둔 후 기뻐하고 있다. © 뉴스1

대표팀 자격은 내려놓았지만 여전히 배구 선수로 욕심 많은 김수지다. 2005년 현대건설 입단 이후 프로 17년 차인 그는 배구를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 그는 "마흔까지 현역으로 뛰는 게 목표"라고 했다.

김수지는 "코트에서 뛸 때가 가장 즐겁다"며 "스트레스도 받았지만 그래도 배구가 좋았다. 지금도 더 잘하고 싶은 마음이 크다"고 강조했다.

언제일지 모르지만 먼 훗날 배구선수가 아닌 김수지의 모습은 어떨까.

김수지는 "시간이 되면 좋은 자리에서 (선수생활을)잘 마무리 하고 싶다"며 "은퇴 후 시간은 구체적으로 생각하지 않았다. 지도자를 하기에는 부족함도 있고, (김)연경이처럼 방송을 하기에는 기회가 있어야 한다. 배구 외적인 일을 한다고 했을 때 막연히 떠오르지 않는다"고 말했다.

평생 잊지 못할 추억을 가슴에 묻어둔 그는 다시 신발끈을 조여매며 다가올 2021-22시즌 준비에 매진한다. 김수지는 "올림픽을 통해 여자배구가 많은 사랑을 받았다"며 "V리그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잘 준비하겠다. 많은 응원을 부탁드린다"고 전했다.

24일 경기도 의정부시 녹양동 의정부체육관에서 열린 ‘2021 의정부·도드람컵 프로배구대회(KOVO컵)' 여자부 현대건설과 기업은행의 경기에서 기업은행 김수지가 스파이크를 하고 있다. 2021.8.24/뉴스1 © News1 이성철 기자

alexe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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