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간특집] 데이터로 분석한 KBO 현주소① 투수 편- 평균구속 141.6km/h..KBO리그의 현실

배중현 2021. 9. 23. 0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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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년째 KBO리그 국내 투수 평균구속은 시속 142㎞를 넘지 않고 있다. 올 시즌에도 시속 141.6㎞(스포츠투아이 제공)에 불과하다. 느린 구속은 국제 경재력과 직결되는 부분이다. 제구 불안도 심각한 수준. 타자들의 발사각은 2016년을 기점으로 매년 상승했다. '플라이볼 혁명'에 따른 변화로 풀이할 수 있지만 무리하게, 천편일률적으로 올린 발사각은 적지 않은 문제점도 만들어내고 있다. IS 포토

한국프로야구는 '위기의 강'을 건너고 있다. 코로나19 영향으로 구단 운영이 휘청거리는데 그라운드 안팎 선수들의 사건·사고까지 겹쳤다. 2008년 베이징올림픽 이후 하늘 높은지 모르고 치솟던 인기가 한풀 꺾인 모양새다. 야구단 안팎에선 "이대로 가면 공멸할 수 있다"는 극단적인 목소리까지 나온다.

팬심이 떠나는 근본적 원인은 경기력이다. 최근 막을 내린 도쿄올림픽은 성난 여론에 기름을 부었다. 대표팀은 6개 국가가 참여한 본선에서 4위에 그쳐 '노메달 굴욕'을 당했다. 리그는 물론이고 국제 경쟁력마저 떨어진 모습으로 지탄받았다. 일간스포츠는 야구통계전문업체 스포츠투아이의 기록을 바탕으로 'KBO리그의 현재'를 진단했다. 빠른 공은 투수의 강력한 무기다. 타자를 힘으로 윽박지르는 것만큼 위협적인 건 없다. 변화구의 위력을 더하는 것도 바탕이 되는 빠른 공이다. 그런데 KBO리그 투수들의 구속 경쟁력은 심각한 수준이다.

올 시즌 KBO리그 패스트볼 평균구속은 142.4㎞/h다. 외국인 투수 기록을 제외하면 141.6㎞/h로 더 낮아진다. 미국 메이저리그(MLB)보다 9.3㎞/h가 느리다. 평균구속이 시속 145㎞/h 안팎인 일본 프로야구(NPB)에도 3㎞/h 정도가 뒤처진다. 시속 150㎞의 빠른 공을 던지는 투수가 없는 건 아니지만, 조상우(키움), 고우석(LG)처럼 짧은 이닝을 소화하는 불펜 투수들이 대부분이다. 이마저도 많지 않다. 경기 내내 강속구를 포수 미트에 꽂는 '토종 에이스'는 실종 상태다.

하루 이틀 문제가 아니다. KBO리그는 수년째 국내 투수들의 패스트볼 평균구속이 142㎞/h를 넘지 않고 있다. 2015년 140㎞/h로 저점을 찍은 뒤 약간 상승했지만 대동소이하다. 부족한 구속을 만회할 수 있는 건 제구. 하지만 올 시즌 리그 9이닝당 볼넷(BB/9)이 4.31개로 많다. 그만큼 국제 경쟁력도 떨어진다. 2017년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1라운드 탈락했고 최근 막을 내린 도쿄올림픽에선 '노메달 굴욕'까지 당했다. 타자들의 부진 못지않게 투수들도 버텨내지 못했다.

7일 오후 일본 요코하마 요코하마스타디움에서 진행된 '2020 도쿄올림픽 야구 동메달결정전' 대한민국 vs 도미니카공화국의 경기에서 8회초 투수 오승환이 폭투와 적시타로 역전을 허용하고 아쉬운 표정으로 홈베이스를 바라보고 있다. 2021.08.07 요코하마=올림픽사진공동취재단S

허구연 MBC 해설위원은 "도쿄올림픽만 보더라도 타순이 두 바퀴만 돌면 타자들이 (공에 익숙해져) 쳐낸다. 고영표(KT)도 그렇고 원태인(삼성)도 마찬가지다. 그 정도 구속으로는 어렵다"고 꼬집었다. 허 위원은 "방송을 통해 '한국 야구가 우물 안 개구리'라는 얘길 많이 하고 있다. 미국은 코어 근육을 비롯한 여러 가지 방법으로 시속 5마일(8㎞/h) 정도의 구속 증가가 언제든지 가능하다고 판단한다. 반면 국내에선 체계적인 프로그램이 부족하다. 설령 프로그램이 있더라도 대학교나 고등학교까지 보편화하지 않는다. 일본과 비교해도 R&D(연구·개발)가 크게 뒤진다. 정신을 똑바로 차려야 한다"고 쓴소리를 내뱉었다.

일본과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다. 도쿄올림픽 야구 준결승 한·일전 선발 투수로 등판한 야마모토 요시노부(23.오릭스)는 경기 내내 150㎞/h 안팎의 강속구를 던졌다. 컨디션이 좋지 않았지만 5⅓이닝 9탈삼진 2실점 쾌투했다. 김경기 스포티비 해설위원은 "10~20년 전 일본에 전지훈련을 가면 공원에서 훈련하는 유소년 선수들을 볼 수 있었는데 하나같이 다 예쁘게 던졌다. 일본은 스타급 출신 선수들이 소속된 명구회에서 연봉을 책임지며 유소년을 가르치게 한다. 어렸을 때부터 프로 스타들로부터 기본기를 전수받는다"며 "기초를 잘 배우니 커가면서 점점 좋은 구속도 나온다. 우리나라에도 타고난 강견은 있다. 하지만 제구가 안 된다. 제구에 포커스를 맞추면 나중에 구속이 줄어든다. 그렇게 발전이 멈춘다"고 말했다.

A 구단 투수코치도 "미국이나 일본과 비교한다면 아마추어 인프라 차이가 크다"며 "일본 선수들은 기술에 비해 다소 힘이 약했다. 하지만 최근 힘이 좋아지면서 더 빠른 구속이 나오는 것 같다"며 "한국 선수들은 아직 힘으로만 던지려는 모습이 많다. 구속이라는 게 정답은 없지만, 유연성, 순발력과도 연결된다고 볼 수 있다. 구속을 증가하려면 유연성과 순발력을 전체적으로 올리는 체계적인 노력이 뒷받침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메이저리그 경기 장면. 사진=게티이미지

투수 육성이 쉽지 않다. B 구단 투수코치는 "지속성이 문제다. 3~5년 정도를 꾸준히 해야 어느 정도 자기 것을 만들 수 있는데 1, 2군 모두 부상 등의 이유로 (지속성이) 단절된다"며 "구속이나 제구 모두 시간이 필요한 작업이다. 경력이 단절되면 제자리걸음을 한다"고 말했다. 지방의 한 고등학교 감독은 "이전보다 선수들 몸집은 더 커졌지만, 내구성이 떨어진다. 조금만 던지면 아픈 선수들이 나온다"며 "3학년 학생들은 실적이 있어야 대학에 갈 수 있다. 그러다 보니 각종 대회를 3학년 위주로 치러야 한다. 저학년 선수 중에선 아무리 잘해도 출전 기회를 잡는 게 쉽지 않다. 먼 미래, 박찬호(야구)나 김연아(피겨)가 나올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고 현실적인 어려움을 토로했다.

KBO리그는 선수층이 얇다. 2군에서 어느 정도 경험이 쌓이면 곧바로 1군에 투입된다. 이 과정에서 코치도 갈팡질팡한다. C 구단 투수코치는 "아마추어에선 시속 150㎞를 던졌던 투수가 프로에 오면 그 구속을 보여주지 못하는 경우가 꽤 있다. 프로에선 휴식이 짧고 시즌 내내 많은 공을 던져야 해 구속 유지가 어렵다. 체력이 뒷받침되지 않는다"며 "기본기보다 승부를 강조하는 문화이다 보니 투수들이 구속을 늘리는 코어 운동보다 손가락으로 기술을 익혀 변화구 제구력을 기르는 훈련에 집중한다"고 말했다. D 구단 투수코치는 "빠른 구속을 위해선 신체 에너지를 효과적으로 사용해야 한다. 훈련과 실전 투구가 연결돼야 한다. 훈련에서 100%로 던지는 법을 알아야 하는데 실전에만 집중하려는 경향이 있다"고 밝혔다.

투수의 경쟁력은 중요하다. 허구연 해설위원은 "리그 평균구속이 시속 150㎞가 되면 스윙 메커니즘이 속도를 따라가지 않으면 뛸 수 없다. KBO리그는 평균구속이 시속 140㎞를 겨우 넘는다. 타자는 투수 수준에 비례한다"고 강조했다.

배중현 기자 bae.junghyune@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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