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전해온 진심..양현종 "병헌이 형, 수고하셨습니다" [스경x인터뷰]
[스포츠경향]
민병헌(34·롯데)의 안타까운 은퇴 소식은 미국에서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있는 절친 후배에게도 전해졌다. 양현종(33·텍사스)이 유난히 무거운 마음을 느끼고 있다.
민병헌은 지난 1월 뇌동맥류 수술을 받은 뒤 그라운드 복귀를 위해 노력해왔다. 5월에는 퓨처스리그 경기에 출전하며 1군 복귀를 준비해왔으나 결국 치료에 전념하기 위해 은퇴하기로 했다. 지난 26일 은퇴 발표는 많은 팬들과 동료 선수들의 마음을 아프게 했다.
미국에 있는 양현종 역시 이날 온라인을 통해 소식을 전해들었다. 양현종은 너무도 착잡한 마음으로 저녁을 보냈다.
둘은 국가대표를 제외하면 한 번도 같은 팀에서 뛴 적이 없다. 상대 팀의 에이스와 가장 껄끄러운 상대 톱타자로서 경쟁해온 사이다. 그러나 대표팀에서 함께 한 인연으로 친분을 쌓았고 올해는 서로의 진심을 주고받으며 더 각별해진 사이이기도 하다.
양현종은 올시즌 미국에 진출했다. 오랫동안 꿈꿔왔던 일이었기에 많은 이들이 무모하다며 반대하고 의심했던 도전 길에 나섰다. 좋은 계약을 하지도 못했고 개막 당시에는 빅리그 소속으로 시작하지도 못했다. 기약 없어보이는 도전을 하다 빅리그에 데뷔했지만 이후에도 많은 벽에 부딪혀야 했다. 그때 가장 큰 힘을 준 것이 선배 민병헌으로부터 받은 격려 메시지였다.
당시 민병헌은 수술 뒤 그라운드에 복귀하기 위해 재활하고 있었다. 힘들었을 와중에도 “넌 꼭 잘 했으면 좋겠다”며 “네가 던지는 경기는 꼭 챙겨보겠다”고 아주 긴 문자 메시지로 타국에 홀로 나간 후배를 격려해왔다. 자신을 돌보기에도 힘들었을 선배로부터 진심어린 응원을 받은 양현종은 당시 마음 깊이 감동했다. 정말 감사한 마음으로 문자를 읽고 또 읽었었다.
불과 다섯 달 전이었기에 지금의 은퇴는 상상도 못한 소식이었다. 치료를 위해 그라운드를 떠나기로 결심할 정도로 힘들었을 선배로부터 그런 사려깊은 응원을 받았다는 사실에 더욱 마음이 아파왔다. 힘겨운 시즌을 보내고 현재 마이너리그에서 시즌을 마쳐가고 있기에 그동안 굳이 자신의 이야기는 담아두려던 했던 양현종은 선배의 은퇴 소식에 대해서만은 꼭 마음을 전하고 싶어했다.
양현종은 “형과는 대표팀에서 같이 뛰면서 더 친해졌었다. 데뷔 이후 20대 내내 투수와 타자로 경쟁한 사이였고 항상 가장 까다로운 상대 1번 타자라 어떻게 잡아야 하나 고민 했던 선배다. 이제 추억이 된다니 많은 생각이 든다”며 “그래도 괜찮아지신 줄 알았기 때문에, 오늘 소식을 접했을 때 충격적이었다고 해야 하나… 연락을 하긴 했는데 마음이 정말 많이 무겁고 아프다. 시즌 초 형의 응원이 정말 감사했고 내게는 큰 힘이 됐었다. 치료 잘 하시고 꼭 다시 건강해지기를 기도하겠다. 많이 힘드셨을텐데 고생 많이 하셨고 형의 제2의 인생도 진심으로 응원하고 싶다”고 말했다.
김은진 기자 mulderou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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