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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대호가 16년째 팀 내 홈런 1위인 팀, 롯데 타선의 현재와 미래 [엠스플 집중분석]

배지헌 기자 입력 2021. 09. 28. 13: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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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자이언츠, 16년 전이나 지금이나 여전히 팀 내 홈런 1위는 이대호
-이대호, 올 시즌 17홈런으로 팀내 홈런 1위…나머지 야수들은 홈런 수 급감
-이대호 후계자 발굴에 실패한 롯데, 비효율적 야수 구성 난제 해결해야
-롯데의 새로운 방향성, 주루·수비·투수력 강화에 초점…새로운 팀컬러 추구
 
롯데 자이언츠 타선의 심장 이대호(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엠스플뉴스]
 
야구의 인연은 돌고 돈다. 지금으로부터 16년 전인 2005년, 4월 5일 부산 사직 현대-롯데전에서 래리 서튼과 이대호가 처음 만났다. 당시 서튼은 현대 유니콘스 4번 지명타자로 출전해 2안타 1타점을 올렸고, 이대호는 롯데 자이언츠 4번타자 1루수로 나와서 1안타 1타점을 기록했다.
 
아마 그 당시만 해도 둘은 지금처럼 한 팀에서 감독과 선수로 함께하게 될 줄 상상도 못 했을 것이다. 서튼 감독은 당시를 떠올리며 “이대호와 내가 홈런, 타점 타이틀을 놓고 엎치락뒤치락했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이대호는 어린 나이에도 강한 타구를 여러 방향으로 날릴 줄 아는 타자였다”고 말했다. 
 
2005년은 서튼의 해였다. 그해 서튼은 35홈런(1위), 102타점(1위)으로 리그 최강의 타자로 군림했다. 한편 떠오르는 신예 강타자였던 이대호는 26홈런 88타점으로 롯데 4번타자 자리를 굳혔다. 2006년에는 이대호가 앞서나갔다. 그해 이대호는 122경기 26홈런 88타점에 타율 0.336을 기록하며 타격 3관왕을 휩쓸었다. 서튼은 93경기 18홈런 61타점으로 약간 주춤했다.
 
그로부터 16년이 지나 이제 서튼은 롯데의 감독으로, 이대호는 KBO리그 최고령 타자로 한솥밥을 먹고 있다. 이대호가 24일 SSG전에서 연속경기 홈런을 치고 들어온 뒤 서튼 감독은 “널 처음 봤던 2005년 그때로 돌아간 것 같다”며 농담 섞인 찬사를 건넸다. 문제는 서튼 감독이 이대호를 처음 만난 2005년도 지금도 여전히 롯데 타선에서 이대호를 능가하는 타자가 보이질 않는다는 점이다. 
 
이대호 후계자 발굴 실패한 롯데, 남은 건 타격 원툴 비효율 야수진
 
16년전 이대호와 4번타자로 대결했던 서튼 감독(사진=엠스플뉴스 김도형 기자)
 
9월 28일 현재 이대호는 17홈런으로 롯데 팀내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날린 타자다. 13개로 2위인 정훈, 한동희와 꽤 큰 차이로 압도적인 1위다. 롯데는 KT, LG, KIA, 한화와 함께 20홈런 타자가 한 명도 없는 5개 팀 가운데 하나다. 또한 39세 최형우가 팀내 홈런 1위(11개)인 KIA와 더불어, 팀내 최고령 타자가 팀내 홈런 1위인 팀이기도 하다. 
 
지난 시즌 팀 홈런 131개였던 롯데는 올해 팀 홈런 수가 92개로 뚝 떨어졌다. 작년 팀내 1위 전준우(26개7개)를 비롯해 한동희(1713), 딕슨 마차도(124), 손아섭(111), 이병규(90)까지 주전 야수들이 약속이라도 한 듯 홈런 치는 법을 잊었다. 이대호만이 작년 20개에 올해도 17개를 때려내며 장타 기근에서 살아남았다. 
 
팀별 홈구장 홈런과 피홈런(통계=스탯티즈)
 
원래 롯데 홈구장 부산 사직야구장은 물바다, 벌레, 홈런이 많이 나오는 ‘삼다’ 야구장이다. 그러나 올 시즌 롯데는 이런 홈런 친화적 야구장 효과를 제대로 보지 못하고 있다. 사직 홈구장에서 롯데 타자들이 친 홈런 수는 38개, 반면 원정팀 타자들이 때린 홈런은 55개로 -17개나 손해를 봤다. 
 
이는 홈에서 홈런 -26개를 손해 본 KIA 다음으로 높은 수치. 홈구장 이점을 살리지 못한 롯데는 원정에서 32승 2무 32패로 잘 싸우고서도 홈에서 21승 2무 29패로 리그 최악의 홈 승률에 그쳤다. 다르게 생각하면 줄어든 홈런 수를 상쇄할 만한 다른 강점을 보여주지 못했다는 얘기도 된다. 비참한 홈 승률은 롯데가 후반기 선전에도 불구하고 포스트시즌 진출 경쟁에서 멀어진 원인 가운데 하나다. 
 
롯데는 이대호의 뒤를 이을 차세대 거포 육성에서 성과를 내지 못했다. 이대호가 미국과 일본 무대에서 활약한 2012~2016년 5년간 롯데에서 가장 많은 홈런을 날린 선수는 강민호(101홈런)와 황재균(76홈런), 최준석(73홈런)이었다. 이 중에 강민호와 황재균이 팀을 떠나자 겁에 질린 롯데가 대신 영입한 선수는 당시 기준 통산 71홈런의 민병헌. 롯데는 민병헌에게 시장 가치를 훨씬 웃도는 80억 원 이상의 거액을 안겼다. 
 
이런 식의 고비용 저효율 선수 영입을 거듭한 결과, 2년전 롯데는 평균연봉 1위 선수단으로 리그 최하위를 차지하는 어메이징한 역사를 남겼다. 과거 롯데 수뇌부는 오로지 타격 능력 하나만 보고 수비와 주루, 나이, 시장가치 등은 무시한 선수 구성으로 극심한 전력 불균형을 초래했다. 대외적으로 발표한 액수보다 실제로는 훨씬 높은 금액에 계약한 사례도 적지 않았다. 계약 후반부로 갈수록 연봉이 줄어드는 계약 방식은 팀에 손해를 끼친다는 점에서 배임에 가까웠다.
 
지난 2년 동안 젊은 선수 위주로 점진적인 리모델링을 진행했지만, 여전히 롯데 야수진의 수비력과 주루능력은 리그 최하위다. 베테랑 야수들의 경이로운 콘택트 능력 덕분에 팀 타율 1위(0.275)는 지키고 있지만, 30대 중반에 접어든 주전 야수들의 나이와 올 시즌 급감한 홈런 숫자는 불길한 징조다. 이미 수비, 주루, 장타를 잃은 야수진이 내년에도 지금처럼 콘택트 능력을 유지한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이다.
 
팀 컬러 변화 꾀하는 롯데...수비와 주루, 투수력 강화해 ‘강팀’ 만들기 프로젝트
 
롯데가 추구하는 새로운 컬러를 보여주는 신인 조세진(사진=베이스볼코리아 제공)
 
26일 키움전 패배로 사실상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소멸한 가운데, 이제 롯데는 이대호와 함께할 마지막 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현실적으로 이대호를 완벽하게 대체할 선수를 하루아침에 찾는 건 불가능에 가까운 일이다. 롯데는 이대호 일본 진출 당시부터 올해까지 해마다 ‘포스트 이대호’를 목놓아 외쳤지만 여전히 성에 차는 결과를 얻지 못했다. 
 
차세대 강타자 발굴이 롯데만의 고민인 것도 아니다. 올 시즌 만 23세 이하 타자 가운데 그 나이때 이대호처럼 20홈런 이상을 날린 타자는 한 명도 없다. 홈런 16개를 날린 노시환이 선두주자고 KT 강백호가 14홈런으로 2위고 한동희가 13개로 3위다. 이대호, 김태균의 뒤를 이을 강타자를 찾는 건 롯데만이 아니라 KBO리그 전체의 숙제다. 
 
롯데는 당장 결과를 기대하기 힘든 이대호 대체자 발굴보다는 야수진의 고질적인 비효율성을 개선하는 데 좀 더 무게를 두고 움직이는 중이다. 최근 1군에서 많은 기회를 받고 있는 신용수, 김재유, 최민재 등은 장타보다는 빠른 발과 콘택트 능력, 넓은 수비범위가 장점인 선수들. 신인드래프트 2차 1라운드에서 외야수 조세진(서울고)을 지명한 것도 비슷한 맥락이다. 고교 최고의 타격 재능을 자랑하는 조세진은 수준급 수비력과 송구 능력까지 겸비해, 차세대 롯데 코너 외야 한 자리를 꿰찰 기대주로 꼽힌다. 
 
롯데가 추구하는 새로운 팀 컬러는 시즌 뒤 사직야구장 외야 공사 계획에서도 잘 나타난다. 롯데는 외야 펜스를 뒤로 물려 사직을 지금보다 투수친화적 구장으로 만들 예정이다. 장타보다는 콘택트와 출루 위주의 타격 접근법을 유지하면서 투수력, 수비력, 기동력을 강화하는 방향을 추구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런 방향성은 올겨울 내부 FA 재계약과 외국인 선수 구성에도 영향을 끼칠 전망이다. 
 
현대야구에서 홈런은 중요한 공격 옵션 중에 하나지만, 홈런만이 반드시 정답은 아니다. 올 시즌 단독 선두 KT 위즈는 팀 홈런은 89개로 7위에 그치고 있지만, 팀 성적은 1위다. 홈런은 적지만 대신 높은 출루율과 활발한 주루, 수비, 투수력으로 만회해 리그에서 유일한 6할대 승률(0.604)을 기록하고 있다.
 
2005년 홈런왕 서튼을 배출한 현대 유니콘스는 8개 팀 가운데 7위로 포스트시즌 진출에 실패했다. 2006년 홈런왕 이대호를 배출한 롯데 자이언츠도 8팀 중에 7위로 가을야구에 가지 못했다. ‘포스트 이대호’ 만들기도 중요하지만, 이대호의 존재가 강팀을 보장하는 것은 아니다. 롯데는 지금보다 효율적이고 강한 팀을 만드는 데 우선순위를 두고 있다.
 
 
배지헌 기자 jhpae117@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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