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민준의 골프세상] 한옥에서 찾는 골프의 지혜

방민준 2021. 10. 14. 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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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한국] 지방의 고택(古宅)이나 한옥마을, 사찰 등을 둘러보노라면 한옥의 아름다움과 실용성에 탄성이 절로 나온다.한옥은 아파트나 연립주택 등 현대주택이 갖지 못한 많은 특징과 장점이 있지만 건축의 문외한인 나는 무엇보다 시야(視野)가 막히지 않은 구조에 마음을 빼앗기는 편이다.

본체의 마당에 들어서면 대청마루 뒤로 뒤뜰의 풍경이 성큼 다가온다. 대청마루 앞뒤로 시야가 틔어있기 때문이다. 앞뜰에서 뒤뜰을 볼 수 있다니 얼마나 멋스러운가.

작은 방에도 드나드는 문 외에 반드시 좌우 또는 후면에 작은 미닫이문이나 창이 있어 출입문 외의 시야가 들어오게 돼 있다. 넓은 방의 경우 문을 위로 들어 올려 걸어두도록 돼있어 사방의 풍광을 완상할 수 있다.

이런 시야가 열린 구조 때문에 한옥에는 어느 쪽이든 바람이 들어오면 자연스럽게 흘러나가는 길이 열려 있다. 외풍은 세지만 환기는 그만이다. 덤으로 누릴 수 있는 시각의 환기(喚起)는 한옥 미학의 극치가 아닐까.

생명을 유지시켜 주는 숨은 들숨과 날숨이 있을 때 유효하다. 들이쉬기만 한다거나 내쉬기만 하면 생명을 유지할 수 없다. 

모든 동물이 입으로 섭취만 하고 배설을 못 한다면 생존할 수 없는 것도 같은 이치다. 식도락이 인간 쾌락의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지만 제대로 배설할 수 없는 고통은 육체가 안고 있는 고통 중 최악이다. 배설을 못하면 눈앞이 캄캄하다. 만사가 귀찮고 필요없다. 그 고통은 겪어본 사람만이 안다.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사진제공=ⓒAFPBBNews = News1


골프를 하는 사람들은 라운드를 통해 온갖 희로애락을 체험한다. 천국에 들어선 듯한 착각도 하고 지옥에 떨어진 듯한 절망감에 빠지기도 한다. 화염 속에 갇힌 것 같은 경험도 한다. 빠져나올 수 없는 구덩이 속에서 손톱이 빠지도록 벽을 긁으며 허우적대기도 한다.

이런 희로애락의 감정이 들어가는 문만 있고 빠져나가는 문이 없다고 상상해보자.

들어오는 문만 있고 빠져나가는 문이 없다면 마음은 대혼란에 빠지고 만다. 수천 마리 독사들이 우글거리는 구덩이처럼 마음속에는 희로애락의 감정들이 뒤죽박죽 얽히고설켜 요동치게 된다. 멘탈 붕괴를 겪는 이유다. 

그러나 뒷문이 열려 있다고 상상해보자. 온갖 감정이 들어오면 가슴에 가둬두지 말고 뒷문을 살짝 열어두어 빠져나가게 하면 가슴이 훨씬 가볍고 상쾌해진다.
분노나 절망, 회한 같은 부정적인 감정만이 멘붕을 초래하는 것은 아니다. 멋진 플레이, 기적 같은 행운 등도 가슴에 오래 머물면 흥분, 자만, 착각 등 부정적 영향을 미치게 돼 있다.

홀마다 샷마다 새 출발을 해야 하는 골퍼에겐 빈 마음이야말로 최상의 필요충분조건이다. 가슴 속이 비어 평정(平靜)과 적정(寂靜) 상태를 유지하고 있으니 눈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명료해진다. 하나의 샷을 만들어내기 위해 반드시 거쳐야 하는 통찰(Penetration), 결단(Decisiveness), 집중(Concentration)의 단계를 차근차근 밟을 수 있다.

시야가 막히지 않은 한옥의 아름다움을 떠올려 골퍼의 자세를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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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니스트 방민준: 서울대에서 국문학을 전공했고, 한국일보에 입사해 30여 년간 언론인으로 활동했다. 30대 후반 골프와 조우, 밀림 같은 골프의 무궁무진한 세계를 탐험하며 다양한 골프 책을 집필했다. 그에게 골프와 얽힌 세월은 구도의 길이자 인생을 관통하는 철학을 찾는 항해로 인식된다. →'방민준의 골프세상' 바로가기

*본 칼럼은 칼럼니스트 개인의 의견으로 골프한국의 의견과 다를 수 있음을 밝힙니다. *골프한국 칼럼니스트로 활동하길 원하시는 분은 이메일(news@golfhankook.com)로 문의 바랍니다. / 골프한국 www.golfhank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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