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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천후 이정현, 오리온 대형 루키 계보 이을까?

김종수 입력 2021. 10. 14.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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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농구] 김승현, 이승현 이을 레전드 행보 기대

[김종수 기자]

 
 이정현의 최고 장점은 고른 밸런스다.
ⓒ 고양 오리온
 
프로농구 고양 오리온의 기세가 심상치 않다. 스타트가 좋다. 첫 경기에서 서울 SK에게 대패를 당할 때만 해도 쉽지 않은 행보가 그려졌으나 이후 전력을 재정비해 지난 시즌 정규리그 1위팀 전주 KCC와 챔피언결정전 우승팀 안양 KGC를 연달아 잡아내며 상승세를 타고 있다.

이제 시즌이 시작되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부여하기는 힘들지만 경기 내용이 좋다는 점에서 오리온 팬들의 기대감이 올라가고 있다. 일단 외국인 선수가 대폭 강화됐다. 1옵션 외국인 선수로 데려온 미로슬라브 라둘리차(34·213㎝)는 유럽 농구 강국 세르비아 대표팀 출신으로 높이는 물론 패싱력까지 갖춘 대형센터라는 점에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거기에 검증된 테크니션 머피 할로웨이(31·196㎝)가 1옵션 같은 2옵션으로 뒤를 받친다. 국내 최고의 4번 이승현(29·197cm)과 국가대표 출신 이종현(27·200cm)에 빅맨 유망주 박진철(24·200cm)까지 있다는 점을 감안했을 때 포스트 싸움 만큼은 어떤 팀과도 해볼 만하다. 정상적으로 돌아갈 경우 최강 수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문제는 가드진이었다. 이승현과 함께 팀 내 토종 선수 중 가장 높은 이름값을 자랑하는 이대성(31·193㎝)은 1번을 맡고는 있지만 실상은 2번에 가까운 듀얼 가드다. 빅맨을 살려주는데 능한 타입이 아닌 본인이 득점을 몰아쳐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유형이다. 더욱이 좋을 때와 나쁠 때의 기복이 심한 타입인지라 폭발력은 있을지언정 안정감은 떨어진다. 때문에 오리온은 선체도 튼튼하고 대포도 강력하지만 조타수가 불안하다는 평가가 많았다.

스윙맨 쪽 역시 우려를 사고 있었다. 추일승 감독 시절만 해도 오리온은 리그 최고의 장신 포워드진을 자랑했다. 하지만 팀 개편 과정에서 포인트 포워드 김동욱(40·194cm), 에너지 넘치는 최진수(32·202cm), 슈터 허일영(36·195cm) 등이 줄줄이 팀을 떠나며 더 이상 스윙맨은 강점이 아니게 됐다. 김강선, 최현민 등 남아있는 베테랑들만 기대하기에는 불안감이 컸다.

하지만 시즌이 시작된 현재 강력한 새 얼굴이 등장하며 오리온의 앞선을 확실하게 잡아주고 있다. 다름 아닌 지난 신인드래프트에서 전체 3순위로 지명된 연세대 출신 가드 이정현(22·187㎝)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이제 막 3경기를 치렀을 뿐이지만 평균 9.7득점, 3리바운드, 2어시스트로 기대감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정현이 오리온으로 오게 된 것은 큰 행운이었다. 이번 드래프트에서는 이정현 외에도 이원석(21·206㎝), 하윤기(22·203㎝)라는 1순위급 신인이 무려 3명이나 한꺼번에 등장하며 화제를 모았다. 어지간한 드래프트 같았으면 이견의 여지 없이 1순위가 되었을 이정현은 앞서 팀들이 사정상 빅맨을 선택하면서 3순위까지 밀렸고 가드 쪽에 약점이 있던 오리온은 고민할 것도 없이 최고의 카드를 선택할 수 있었다.

고교 시절부터 완성형 가드로 불렸던 이정현은 프로 입성 전까지도 동 나이대 최고 가드의 명성을 지켜왔다. 탄탄한 웨이트와 흠잡을 데 없는 신체 밸런스를 바탕으로 'BQ(바스켓 아이큐)'까지 뛰어난 선수답게 각 부분에서 약점을 찾아보기 힘들다. 모든 영역에서 최고는 아니지만 두루두루 못하는 게 없는 전천후 듀얼가드 스타일이라고 할 수 있다.
 
 이정현은 단 3경기만에 고양팬들의 마음을 사로잡아버리고 있다.
ⓒ 고양 오리온
 
어떤 면에서 이정현은 동명이인이자 연세대 선배인 전주 KCC 이정현을 연상시킨다. 내외곽을 오가며 돌파, 외곽슛 등으로 득점을 올리고 큰 경기에서도 주눅 들지 않고 외려 투지를 더 끓어 올리는 승부사 타입이다.

물론 아직 시야와 패싱플레이, 템포조절 등에서는 선배 이정현 만큼의 수준에는 오르지 못했다. 하지만 아직 한창인 나이를 감안했을 때 경험만 쌓인다면 충분히 따라갈 수 있을 것으로 평가된다. 외려 대학 시절까지의 활약도나 명성에서는 더 앞서는 만큼 꾸준히 성장한다면 그 이상의 커리어도 충분히 기대된다.

이정현의 등장으로 오리온은 가드진이 대폭 강해진 것은 물론 선택지까지 넓어졌다. 당초 오리온 가드진은 공격형 이대성이 선봉장으로 나서고 퓨어가드 한호빈(30·180㎝)이 뒤를 받치는 플랜이었다.

문제는 둘 다 장단점이 너무 뚜렷하다는 점에서 골머리를 썩게 했다. 이대성은 공수 활동량은 좋지만 드리블, 시야 등에서 불안감을 안겼다. 반면 한호빈은 드리블, 시야 등은 좋지만 득점 효율성이 떨어졌다. 단신 가드이면서 발도 빠른 편이 아니라는 점도 더 큰 성장을 가로막는 족쇄로 작용했다는 지적이다.

반면 이정현은 득점 능력도 좋으면서 상당 수준의 드리블, 리딩 등이 가능하다. 당장 이대성의득점력이나 한호빈의 1번으로서의 능력과 비교하면 밀릴 수밖에 없겠지만 뚜렷한 약점이 없다는 점에서 안정감을 느끼게 해주고 있다. 이제 막 프로에 들어온 선수라는 점을 감안했을 때 시간이 지날수록 팀 공헌도가 높아질 공산이 크다.

때문에 상당수 오리온 팬들 사이에서는 벌써부터 이정현을 가드진의 중심에 내세워 성장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은 분위기다. 아직은 루키인지라 플레이에 제약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좀 더 빨리 자신감을 가질 수 있도록 밀어줘야 한다는 것이다. 이정현을 바라보는 팬들의 시선이 어떤지를 알 수 있는 대목이다.

오리온 역사에서 김승현, 이승현은 전설이 된, 혹은 되어가고 있는 이름이다. 루키 시즌부터 팀의 전력을 확 끌어올리며 엄청난 퍼포먼스를 보여줬다. 이정현이 두 선배의 뒤를 이어 오리온의 새로운 레전드로 성장할 수 있을지, 벌써부터 팬들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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