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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독에게 달콤한, 선수에게 씁쓸한 '번트의 유혹'

이용균 기자 입력 2021. 10. 14. 14:09 수정 2021. 10. 14. 14: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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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6일 오후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1 프로야구 SSG 랜더스와 LG 트윈스의 경기. 1회초 무사 주자 1, 2루에 SSG 추신수가 번트를 시도하며 뜬 공을 바라보고 있다. | 연합뉴스


13일 사직 롯데-LG전, 0-1로 뒤진 3회말 롯데 공격에서 9번 추재현이 볼넷을 골랐고, 1번 마차도가 우중간 안타를 더했다. 무사 1·2루 손아섭 타석에서 초구 번트 동작이 나왔다. 2구째는 아예 타석에서 번트 동작으로 대기했다.

KBO리그 역대 통산타율 4위에 올라있는 손아섭은 프로야구 15시즌 동안 통산 희생번트 성공이 22개인 타자다. 2013년부터 2016년까지 1개도 없었고, 2017년부터 2020년까지 매년 1개씩을 기록했다. 올시즌 희생번트 성공은 3개였다.

손아섭은 침착하게 공을 맞혔지만 LG 투수 임찬규 앞으로 강하게 굴렀다. 임찬규가 재빨리 3루에 던져 선행주자 추재현이 아웃됐다. 롯데는 이대호가 뜬공, 전준우가 삼진으로 물러나며 3회에 점수를 내지 못했다.

KBO리그 후반기 번트가 늘고 있다. 저득점 환경이 뚜렷해진데다 연장이 사라진 덕분이다. 전반기 경기당 0.675개였던 희생번트가 후반기에는 0.723개로 7% 증가했다.

하지만 번트는 ‘악마의 전략’이다. ESPN 브라이언 케니는 책 <시대에 앞서, 야구 혁명의 내면>에서 감독들의 비난 회피 성향을 언급했다. 번트와 투수교체는 ‘하는 쪽’이 감독에게 유리하다는 설명이다. 경기에 열심히 개입하는 것처럼 보이는데다 실패 때 책임이 주로 선수를 향한다.

13일 오후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1 KBO 프로야구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KT 2회초 신본기가 번트를 시도하고 있다.| 정지윤 선임기자


감독에게 ‘달콤한 유혹’인 반면, 번트는 선수에게 악몽이다.

올시즌 LG에서 번트를 위한 대타로 기용되는 포수 이성우는 “과거에 비해 투수의 공이 빨라졌고, 빠르게 변화는 패스트볼 계열의 변화구도 많다. 압박 수비의 강도와 포메이션의 다양함도 번트를 대기 힘들게 하는 요소”라며 “포수 입장에서 상대 번트를 막으려면 몸쪽 높은 빠른공, 바깥쪽으로 도망가는 빠른 변화구 사인을 낸다”고 말했다. 이성우는 “타자 입장에서는 홈런 사인 보다 번트 사인이 더 어렵다”며 웃었다.

무사 1루 번트가 줄고, 무사 1·2루 번트 시도가 늘어난 것도 번트를 어렵게 만드는 요소다. 센터 내야진의 움직임이 복잡하고 코너 내야진의 압박이 거세다. 이성우는 “우타자는 3루쪽으로 댈 때 배트를 조금 꺾어야 한다. 내야수들이 정신없이 움직이는 가운데 정확히 맞히는 것은 대단히 어려운 기술”이라고 말했다. 번트는 알려진 것과 달리 연습도 어렵다. 이성우는 “피칭 머신 공을 아무리 빠르게 조절해도, 그 압박감을 재현하기 어렵다. 번트 연습 하겠다고 투수들이 전력투구하고 내야수들이 포메이션 대로 움직이는 훈련시간을 크게 배정하기 어렵지 않나”고 말했다. 적어도 번트 실패가 타자의 연습 부족이거나, 배짱이 부족하기 때문은 아니다.

번트 자체가 어려운 기술이다. 무사 1루 번트가 많던 2014시즌 KBO리그 희생번트 성공률은 74.3%였지만 올시즌 60.4%로 줄었다. 올시즌 가장 많은 희생번트를 댄 팀은 KT로 64개를 기록했다. 성공률은 58.2%로 리그 7위다. KT는 13일 잠실 두산전 3-1로 앞선 4회 1사 1·3루 조용호 타석 때 세이프티 스퀴즈 번트 작전을 구사했다. 3루 주자가 무조건 뛰는 수어사이드 스퀴즈와 달리 타구를 확인한 뒤 3루주자가 뛰어드는 스퀴즈다. 타자도 주자도 고도의 순간 판단력이 필요한 어려운 작전이었다. 초구 볼 때 의도가 들켰는데, 2구째 다시 한 번 감행했다. 조용호의 번트 타구는 조금 빨랐고, 배정대의 스타트는 다소 늦었다. 4회 기회를 놓친 KT는 결국 3-5로 졌다.

이용균 기자 nod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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