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힌 이강인, 11월에 벤투 부름 받으려면

황민국 기자 2021. 10. 14.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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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경향]

이강인 | 대한축구협회 제공


파울루 벤투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52)은 자신의 경질설이 나돌았던 10월 A매치에서 정면 돌파에 성공했다.

시리아와 이란이라는 만만치 않은 상대들에게 승점 4점을 따낸 것은 큰 수확이다. 변화가 없었던 전술과 기용법에서도 일부 다양성을 확보해 비판을 잠재우기도 했다.

옥에 티라면 지난 12일 이란 원정에서 벤투호의 최대 강점이자 고민 거리가 동시에 불거졌다는 점이다. 기존 선수들에 대한 신뢰가 너무 강한 나머지 변수가 발생했을 때 대처가 늦었다. 전반 내내 맹활약했을 뿐만 아니라 손흥민(토트넘)의 선제골을 도운 이재성(마인츠)이 후반 들어 지친 기색이 역력했을 때 뒤늦은 교체로 동점골을 내준 것이 대표적이다.

벤투 감독이 머뭇거린 것은 이재성을 대체할 교체 카드가 마땅치 않았다는 증거다. 공격형 미드필더로 뛸 수 있는 권창훈(수원)과 남태희(알 두하일)가 잇달아 부상으로 대표팀에서 이탈한 게 컸다. 권창훈 대신 정우영(프라이부르크)을 뽑았으나 가장 중요한 무대에서 활용하지는 못했다.

10월 A매치를 앞두고 소속팀에서 훨훨 날았던 이강인(레알 마요르카)의 빈 자리가 눈에 띈 대목이기도 했다. 벤투 감독은 카타르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에서 이강인을 배제하면서 부족한 멀티 능력에 대해 공개적으로 아쉬움을 표출했다. 그러나 대표팀 내부 사정을 잘 아는 이들은 이강인이 발탁되지 않은 원인을 멀티 능력보다는 양날의 칼에 가까운 스타일에서 찾는다.

이강인의 타고난 공격력은 분명히 날카롭다. 동료와 공을 주고 받으며 경기를 풀어갈 수 있고, 상황에 따라선 장거리 롱 패스와 침투 패스로 골 장면을 연출한다. 문제는 볼 간수 능력이다. 이강인이 볼을 처리하는 속도가 다소 늦다보니 위험 지역에서 공을 뺏기면 순식간에 역습을 내준다. 이강인을 제로톱으로 기용했던 지난 3월 한·일전에서 그가 상대에게 공을 내주면서 실점하는 장면이 3번이나 연출됐다. 공교롭게도 벤투 감독은 그 이후 이강인을 선발하지 않고 있다.

축구 전문가들은 이강인이 태극마크를 되찾으려면 변화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고 조언한다. 다행히 이강인은 올 여름 발렌시아를 떠나 레알 마요르카에 입단한 뒤 약점을 조금씩 지워가고 있다. 특히 데뷔골을 터뜨린 레알 마드리드전을 비롯해 최근 3경기에 모두 선발 출전해 늘어난 활동 범위와 향상된 수비 솜씨를 보여주기도 했다. 김대길 스포츠경향 해설위원은 “10월 소집까지는 벤투 감독의 판단이 옳았다고 본다”면서도 “강점 하나는 분명한 선수다. 남은 한 달간 볼 처리를 조금 더 빠르게 한다면 11월 A매치(아랍에미리트연합·이라크)에선 상황이 달라질 수 있다”고 지적했다.

더군다나 이강인의 기용은 대표팀의 내부 경쟁을 유도한다는 측면에서도 긍정적이다. 아직 월드컵 본선까지 남은 기간이 많은 만큼 특정 선수를 주전으로 고착화시키는 것보다 긴장감을 주는 것이 낫다는 얘기다. 장지현 SBS 해설위원은 “선수를 흔드는 게 아니라 경쟁으로 선수들이 더 잘할 수 있도록 돕는 차원”이라며 “이강인은 무에서 유를 창조할 수 있는 하나의 옵션이 되어줄 수도 있는 선수”라고 전했다.

황민국 기자 stylelom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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