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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상진의 e스토리] '에포트' 이상호, 변화 속에서도 지켜온 첫 다짐

박상진 입력 2021. 10. 20. 09:50 수정 2021. 10. 20.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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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 LCK 시즌은 많은 일이 있었다. 프랜차이즈 시스템 도입이라는 큰 변화와 함께 각 팀의 구성원도 큰 폭으로 바뀌었다. 예상치 못한 이적도, 대회 구도도 연출됐다. 그중 연초 가장 큰 이슈는 '에포트' 이상호가 T1에서 리브 샌드박스로 이적한 것이다. 이상호의 이적 루머가 처음 돌았을 당시만 하더라도 믿을 수 없다는 반응이었지만, 이후 공식 발표가 나며 이적이 확정됐다.

스프링 스플릿만 하더라도 이상호와 리브 샌드박스는 좋은 성적을 거두지 못했다. 하지만 서머 스플릿 들어 경기력을 폭발시킨 이상호는 커리어 두 번째 롤드컵 진출을 눈앞에 뒀다. 하지만 리브 샌드박스는 서머 후반 아쉬운 경기 결과가 이어지며 연패를 겪었고, 마지막 기회였던 롤드컵 선발전 역시 1라운드에서 패하며 2021년 시즌을 마무리했다.

이상호의 2021년은 단지 아쉬움 뿐만은 아니었다. 새로운 팀에서도 이상호는 여전히 좋은 활약을 보였고, 전 소속팀을 상대로 멋진 플레이를 보이기도 했다. 그뿐만 아니었다. 데뷔 초기 과묵한 분위기와는 달리 이상호는 적극적이고 밝은 모습이었다. 올 시즌 이상호는 어떤 변화가 있었을까. 시즌이 마무리된 후 이상호를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리브 샌드박스로 이적 후 보낸 첫 시즌이 마무리됐습니다. 시즌 후 지금까지 한 달 가까이 시간이 흘렀는데 어떻게 지내고 있었나요
월드 챔피언십 지역 선발전이 끝난 후 방송을 주로 하며 팬들과 시간을 보냈습니다. 그리고 간간히 운동도 하고 있고요. 운동이라고 거창한 것은 아니고 필라테스를 다니며 집에서는 스트레칭 위주로 몸을 유연하게 하는 단계입니다. 그동안 제 몸이 너무 굳어 있어서 주위에서 몸을 좀 풀어야겠다고 조언하더라고요.
 

이제 프로게이머 4년 차 후반인데, 그 사이에도 몸 상태가 많이 달라졌나 보네요
데뷔 초기부터 주위에서 미리 몸 관리를 하라는 이야기를 많이 들었어요. 처음에는 다들 주위에서 잔소리하는 거로 들렸는데, 이제는 제가 제 몸이 달라진 걸 알겠더라고요. '조커' 조재읍 코치님도 저보고 이제 스물둘인데 몸이 왜 이리 굳었냐고 하면서 잘 관리하라고 조언해 주셔서 비시즌 기간 목표 중 하나로 몸 관리를 정했습니다.

데뷔한 지도 시간이 꽤 흘렀고, SK텔레콤 T1(현 T1)에서 저와 첫 인터뷰를 나눈 순간도 기억나는데 벌써 4년 차가 끝나가는 걸 보니 시간이 정말 빠른 것을 느낍니다. 2019년에 첫 롤드컵에 진출하고 올 시즌 커리어 두 번째로 롤드컵 진출 기회를 맞았는데 결과를 내지 못해 아쉬웠을 듯합니다
선발전 직전까지 경기에 이길 자신이 있었고, 이기는 것만 생각했는데 패했죠. 충분히 이길 수 있는 경기였거든요. 1세트는 승리했는데 2세트 바텀 아펠리오스와 브라움 쓰레쉬 조합을 잡고도 상대 바루스-브라움 조합에 초반 다이브를 당한 이후 경기를 그르쳤고, 이후 세트를 계속 내주며 결국 경기에서 졌습니다. 

그래도 이상호 선수의 합류로 리브 샌드박스가 후반 엄청난 인상을 남겼습니다. 앞으로 더 좋은 성적을 기대할 수 있게 한 한 해였고요. 본인이 생각한 2021년은 어땠을까요
스프링은 정말 아쉬웠고, 서머는 잘했다고 할 수 있겠지만 더 잘했어야 했죠. 스프링과 서머 통틀어 조금만, 정말 조금만 더 잘했으면 좋은 결과가 있었을 텐데, 그러지 못한 게 아쉽습니다.
 

2020시즌이 끝나고 이적이라는 큰 변화가 있었는데, 그 과정에서 이상호 선수 본인의 변화도 있었다고 느낍니다. 그 과정에서 본인은 어떤 마음가짐과 변화를 느꼈을까요
저도 그 시기에 팀을 옮긴다는 생각은 하지 못했어요. 물론 언젠가 제가 전 소속팀을 떠날 거라는 생각은 하고 있었죠. 그런데 그 순간이 생각보다 빨리 찾아오더라고요. 그 시기라고는 예상을 못 했지만 언젠가 있을 일이라는 생각은 하고 있어서 당황하지 않았습니다. 첫 팀에 오래 있고 싶다는 바람이 있긴 했었어요. 하지만 이적이 결정됐고, 저 역시 외부 환경에 흔들리기보다 언제나처럼 열심히 하고, 팀에 더 어울리는 플레이를 해보자는 다짐을 했죠.

리브 샌드박스로 오고 스프링에는 아쉬운 성적을 냈는데, 서머에는 아예 다른 팀이 된 듯한 모습을 보였습니다. 그 사이에 있던 과정이 정말 궁금한데요
일단 스프링과 메타가 바뀌면서 분위기 전환이 가능했고, 우리가 가지고 있던 팀플레이가 안되는 단점을 서머 전까지 고쳐 나갔습니다. 경기에서는 한 마음으로 움직이도록 준비했죠. 코치님이 연습 피드백을 주면, 팀원들이 그 피드백을 개인이 고치는 게 아니라 팀 전체적으로 조정하도록 방향을 정해서 스프링과는 다른 모습을 보인 듯합니다.

코치에 대한 이야기를 하니, 서머 시즌 조재읍 코치가 많이 주목받았죠. 팀마다 스타일이 다르지만 경기장에서 밴픽 과정을 지켜보면 리브 샌드박스는 선수들이 주도적으로 밴픽을 이끌고, 완성된 밴픽에 대해 조재읍 코치가 주의할 점을 짚어주는 방식이었습니다. 이상호 선수는 이 방식에 본인에게 맞았나요
경기는 선수들이 하는 거고, 선수가 하고 싶은 픽을 하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보통 연습 과정에서 큰 틀의 밴픽 및 전략은 결정되고, 경기 밴픽에서 코치님은 우리 조합과 상대 조합의 핵심을 짚어서 조심할 부분을 알려주시죠. 이렇게 맞춰 경기했고, 그래서 서머에서 좋은 플레이와 함께 성적도 올랐다고 생각합니다.
 

2021 서머 리브 샌드박스의 정점은 T1전 승리라고 보는데, 마침 T1은 이상호 선수의 전 소속 팀이죠. 거기다가 SK텔레콤 T1 알리스타 스킨을 사용한 상태에서 상대 바론을 스틸한 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될 듯합니다. 선수마다 전 소속팀과 경기를 할때 마음가짐이 다른데, 이상호 선수는 이 경기를 어떻게 기억하나요
저도 전 소속팀과의 대결이라는 것에 의미를 두는 쪽이지만, 경기에 들어가면 그냥 경기 상대라고 생각하죠. 그냥 우리보다 잘하는 팀을 상대한다는 생각으로, 티원이 우리보다 잘하니까 강팀을 잡는다는 생각을 했어요. SK텔레콤 T1 알리스타 스킨도 상대를 의식해서 선택했다기보다는 제가 지금 스트리머이자 전 프로게이머이고 해당 스킨의 주인인 '울프' 이재완을 좋아해서 사용한 거였죠. 그 경기가 그렇게 될 줄은 경기 전에는 생각도 못 했죠.

명문 팀에서 나와 온전히 '서포터 이상호'로 평가받는 무대에 올랐다고 할 수 있는 한 해였는데, 이런 관점에서 본인의 한 해는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요
풀타임 선발로 활동한 게 올해가 처음이었죠. 그리고 시즌 전 기분도 좋았고 잘할 수 있다는 자신감에 차 있었어요. 기복없는 경기력을 보이겠다는 목표는 지키지 못했지만, 여전히 저는 잘한다는 걸 증명하는 플레이를 보인 거 같아 의미 있고 좋은 한 해였다고 생각합니다.

지금까지 이상호 선수와 이야기를 나눴는데, 첫 인터뷰 때 만난 이상호 선수가 생각나네요. 과묵하고 필요한 말만 한다는 점이 데뷔 초기의 '페이커' 이상혁 선수와 비슷하다는 생각을 했거든요. 하지만 지금은 예전과는 완전 다른 분위기가 되었고, 그 점이 신기합니다
저도 4년이라는 시간을 보냈고, 성인이 되면서 생각이 매년 바뀌게 되더라고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은 팬이 제일 중요하고, 성적을 잘 내는 것 외에 어떤 것으로 팬을 기쁘게 할 수 있을지 고민할 기회가 있었어요. 경기에서는 승부를 위해 진중한 모습을 보이더라도, 그 외의 순간에서는 경직된 모습보다 밝고 인간미 넘치는 모습을 더 좋아할 거 같더라고요. 팬들은 저를 볼 수 있는 시간이 정해져 있는데, 그 시간만이라도 경기를 준비하듯 팬들에게 최선을 다하자는 생각을 했어요. 그 전까지 제가 정말 부족한 사람이었구나 하는 반성도 했고요.
 

예전 인터뷰에서 부모님이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을 도와주셨다는 이야기를 했었습니다. 요즘 부모님 같으면 자녀들이 하고 싶은 것을 반대 없이 도와주시는 줄 알았는데, 아직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을 반대하는 부모님도 있더라고요. 요즘 이상호 선수의 부모님은 본인에게 어떤 이야기를 해주시나요. 프로게이머라는 직업에 대해 가족들이 어떤 생각인지가 궁금합니다
프로게이머가 처음 됐을 때에는 저에게 항상 응원만을 보내주셨는데, 요즘은 제가 올바른 프로게이머가 되는 것에 신경을 써주세요. 항상 올해가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하라고 해주시죠. 저도 이제 5년 차를 바라보고, 프로게이머 생활을 마냥 오래 할 수 있는 거도 아니니까. 경기 내적인 부분에서도 간간히 이야기를 주시지만, 큰 틀에서 올바른 사람이자 프로게이머가 될 수 있도록 방향을 알려주시죠. 반면 형은 처음처럼 잘할 수 있다고 항상 응원을 해줘요. 제 팬이에요.

기복 없이 오래 프로게이머 생활을 하겠다는 첫 목표를 지금 돌아보자면 잘 지키고 있다고 할 수 있을까요
저는 아직도 시간이 많이 있고, 잡을 기회도 있다고 생각합니다. 돌아보면 분명 더 잘할 수 있는 순간이 있었고, 그러지 못해 아쉽기도 합니다. 한 시즌 반짝 잘하고 사라지는 거보다 꾸준히 상위권 기량을 유지하는 게 사람들이 더 오래 기억해 줄 거라고 생각해 예전에 세운 꾸준히 잘하는 실력을 낸다는 목표를 향해 계속 나아가고 있고요.

재미있는 게, 이전 인터뷰에서 가장 까다로운 서포터로 '마타' 조세형을 꼽았는데 다음 해에 두 선수가 같은 팀이 되었죠. 상대로 보는 조세형과 같은 팀에서 활동한 조세형은 어떤 차이가 있었나요
(조)세형이 형이 적일 때 정말 까다로웠어요. 하지만 같은 팀이 되면서 팀의 맏형이 되었고, 오래된 경력으로 리더십 있게 팀을 이끌어가는 모습을 보였어요. 저도 많이 배웠죠. 하지만 연습이나 경기 외의 시간에는 다정하고 잘 챙겨주는 형이었습니다. 제게 정말 좋은 경험이었죠.

그렇다면 시간이 흐른 지금 가장 상대하기 까다로운 서포터를 고른다면 누구일까요
담원의 '베릴' 조건희 선수입니다. 작년부터 이긴 적이 없는 거 같아요. 제가 하려는 행동을 항상 먼저 하고 있어요. 한 수 위의 서포터라는 표현이 정말 적절한 선수죠.

선수 생활을 하면서 원하든, 혹은 원하지 않든 엮이는 선수가 있는데 이상호 선수에게는 '케리아' 류민석 선수가 그 위치라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뒤를 이어 이전 팀 포지션에서 활동하고 있죠
류민석 선수는 퍼스트 팀 자리를 차지할 자격이 있는 선수에요. 기본기도 탄탄하고 라인전도 잘 하는 데다 슈퍼 플레이도 만들어 내는 선수에요. 그리고 올프로 투표 결과는 결과 그대로 받아들입니다. 제가 더 잘했으면 됐을 일이거든요. 그리고 순위와 상관없이 누구든 이길 수 있다는 자신감은 여전히 가지고 있고요.

이상호 선수의 이런 모습에 팬의 마음을 사로잡은 거 같은데, 본인의 어떤 매력이 또 영향을 줬을까요
말도 많고 인간미 넘치는, 그러면서 게임을 할 때는 열심히 하는 제 모습을 많이 지켜봐 주신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팬을 만날 기회가 없어져서 너무 아쉬워요. 팬미팅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 방법도 잊어가고 있죠. 선수인 저 역시 팬들을 만나고 싶다는 마음이 정말 큽니다. 

이제 내년을 준비해야 할 시기인데, 프로게이머 5년을 맞으며 어떤 목표를 향해 준비할 계획인가요
기복 없이 좋은 성적을 낸다는 목표는 여전합니다. 그러면서 LCK 우승과 함께 롤드컵 진출도 하고 싶고요. 경기 외로는 몸과 마음 모두 건강한 상태를 유지해서 프로게이머를 오래 하고 싶습니다. 팬과 오래 만나고 싶거든요. 

인터뷰를 마치면서 팬들에게 한 마디 부탁드립니다
코로나19로 오래 경기장에서 뵙지 못했는데, 인터뷰로 소식을 전할 수 있어 기쁩니다. 저는 항상 노력하고 있으니 잘 지켜봐 주시고, 앞으로도 인간미 넘치는 모습 보여드릴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항상 응원해주셔서 감사합니다.
 
 
박상진 vallen@fomo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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