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11 현장] 김기동 감독, "작년 쥐나 PK 못 찬 전민광, 일부러 4번에 세웠다"

조영훈 기자 입력 2021. 10. 20. 22: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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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스트 일레븐=전주)

김기동 포항 감독이 지난해 울산과 승부차기에서 쥐가 나 나서지 못했던 전민광을 일부러 4번 키커로 세웠다고 했다.

김기동 감독이 이끄는 포항 스틸러스는 20일 저녁 7시 전주 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2021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ACL) 4강 울산 현대전에서 1-1 무승부 후 승부차기 스코어 5-4로 이겼다. 울산 윤일록이 후반 7분 득점에 성공했으나, 포항은 후반 45분 그랜트가 극적 동점골을 터트렸다. 연장전도 소득 없이 마무리한 양 팀은 승부차기로 향했고, 포항이 승리했다.

경기 후 기자회견에 참석한 김기동 포항 감독은 "선수들이 자랑스럽고 대견하다. 하루만에 울산이 힘들어하는 부분을 전술적으로 변화를 줬는데, 선수들이 잘해줬다. 어려운 경기였는데 많은 팬들이 포항에서 오셔서 열띤 응원을 해주셔서 감사하다. 결승에 올라가서 한국을 대표하게 되는데 좋은 결과를 가지고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소감을 전했다.

포항은 지난해 대한축구협회(FA)컵 4강에서 울산과 승부차기에서 패해 떨어졌다. 이번에는 달랐다. 김 감독은 "우리가 토너먼트에서 계속 승부차기 연습을 했다. 오늘 그게 떠올랐다. 당시 우리가 졌기에 오늘은 이기지 않을까 싶었다. 전민광이 당시 쥐가 나 킥을 못 찼는데, 일부러 4번 키커로 정했다. (이)준이한테는 부담이 될까봐 골키퍼 코치에게 맡겼다"라고 했다.

김기동 감독은 2009년 포항 선수로 구단 첫 ACL 우승을 차지한 바 있다. 12년이 지난 올해 감독으로 다시 결승에 나선다. 김 감독은 "선수로써 영광스러운 자리에 있을 때도 좋았지만, 감독으로써 팀을 이끌면서 결승까지 가는 기분이 좀 더 감정에 북받친다. 기쁘다"라고 했다.

김 감독은 연장전에 돌입하기 전 선수들에게 "우리가 한 명 더 많은 상황에서 급할까봐 '우리가 원하는 플레이를 하자'라고 했다. '안 됐을 때 변화를 줄 테니 인지하고 있으라'라고 말했다"라고 했다.

강상우는 이날 경기에서 높은 위치까지 전진해 공격을 전개했다. 김 감독은 "이번 경기를 준비하면서 빌드업 과정에서 변화를 줬던 게 효과적이었다. (신)광훈이와 (이)수빈이가 쓰리백을 만들고 (강)상우가 높은 위치에서 뛰었는데, 똑똑한 선수답게 잘 했다. 이 전술 변경이 잘 돼서 경기 운영하는데 도움이 됐다"라고 칭찬했다.

이제 포항은 다음달 23일 사우디아라비아 리야드로 향해 알 힐랄과 결승전을 치른다. 보완할 부분으로는 "보완하기 보다도 선수들이 잘 할 수 있는 부분에 대해서, 지금까지 경기력은 나쁘지 않았으나 세밀한 부분이 부족했다. 2~3분 공을 소유하면서 좋은 장면이 나와도 실수로 상대에게 넘겨줬다. 세밀하게 점유하는 플레이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라고 했다.

결승전이 열리는 사우디아라비아로 가는 소감에 대해 김 감독은 "선수 때부터 목표 설정을 할 때 현실적인 면으로 준비한다. 사실 ACL 16강만 가도 좋겠다고 생각했다. 이제 새 목표를 정했고 결승전까지 가게 됐다. 한국 클럽 대표로 가는 결승전이기에 한국을 알리는 팀이 됐으면 좋겠다. 결과를 갖고 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전했다.

김 감독은 경기 후 침착하게 울산 벤치로 다가가 홍명보 감독과 인사를 나눴다. 김 감독은 "존경하는 선배이자 감독님이다. 이겼으나 예의를 갖추려고 했다. 감독님이 결승전 가서 잘 하고 오라고 하셨다"라고 한 이야기를 전했다.

포항은 주전 골키퍼 강현무가 부상당한 후 이준이 선발 출전하고 있다. 특히 나고야 그램퍼스와 치른 지난 ACL 8강에서 좋은 경기를 했다. 김 감독은 "(이)준이가 지난 경기에서 많은 자신감을 얻었다. 사실 부상이 있었다. 어려운 상황에도 티를 안내고 마쳐 기특하다. 이런 과정을 거쳐 한 단계 성장하지 않았나 싶다. 앞으로 전진했으면 좋겠다"라고 격려했다.

또, 동점골을 넣은 그랜트를 뺀 이유에 대해서는 "그랜트는 지쳐있는 듯했다. 제공권에 우위를 갖기 위해 점프력이 좋은 전민광을 투입했다"라고 했다.

포항은 신진호 등 주축 선수를 부상으로 잃었으나, 울산전에서 결국 승리를 차지했다. 저력의 비결을 김 감독은 "사실 그렇게 한 게 없다. 예전에도 말했듯 (오)범석·(신)진호·(신)광훈 등이 분위기를 잘 잡는다. 한 발 물러나서 바라본다. 포항이 전부터 갖고 있던 역사와 문화, 분위기를 유지하며 후배들에게 인지를 시켜주고 이끌어 나가기에 단단해지는 게 아닌가 싶다"라고 꼽았다.

이날 천여 명의 관중이 전주를 찾았다. 포항 서포터들은 열정적으로 팀을 응원하며 선수들에게 기운을 줬다. 김 감독은 "가족이라는 단어를 쓰고 싶다.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내 편이 되는 팬들이다. 즐거울 때 어려울 때 곁에서 응원해주셔서 감사하다. 먼 거리를 오셔서 응원해주신 게 승리의 원동력이었다. 재밌는 축구를 보여드리기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감사를 전했다.

글=조영훈 기자(younghcho@soccerbest11.co.kr)
사진=한국프로축구연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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