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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하나의 '포항 지진' 발언, "인명·재산 피해 전무했던 창녕 지진과 혼동했을 뿐".."애초부터 비하, 조롱할 의도 전무" [박동희 칼럼]

박동희 기자 입력 2021. 10. 26. 15:33 수정 2021. 10. 26. 15: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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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 지진’을 ‘재미있는 에피소드’라고 발언했던 프로 골퍼 장하나. 그 발언으로 장하나는 적지 않은 비난을 받았다. 도대체 장하나는 왜 그런 발언을 했던 것일까. 
 
10월 20일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을 앞두고 비대면 화상 인터뷰에 나선 장하나와 2019년 10월 27일 오후 3시 39분 경남 창녕에서 발생한 규모 3.4의 지진(사진=기상청)
 
[엠스플뉴스]
 
인생엔 두 가지 길이 있다. 전혀 기적이 존재하지 않는 것처럼 사는 것과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사는 것이다. 프로 골퍼 장하나는 후자의 길을 걸어왔다.
 
골프채를 처음 잡은 초교 3학년부터 장하나는 ‘기적의 소녀’로 불렸다. 초교생임에도 300야드(약 274m)의 장타를 때렸다. 2004년엔 프로선수들이 총출동하는 한국여자오픈에 최연소 선수로 출전했다. 초교 6학년 때 일이다. 2007년엔 메이저 대회인 US여자오픈골프 출전권을 따내기도 했다. 그땐 중학생이었다.
 
19살 때부터 한국여자프로골프협회(KLPGA) 투어에서 뛰기 시작한 장하나는 2012년 ‘KB금융 STAR 챔피언십’에서 챔피언컵을 들어 올렸다. 데뷔 2년 만에 메이저 우승을 차지한, 그야말로 기적이었다.
 
2015년 미국여자프로골프협회(LPGA) 투어에 진출해서도 장하나는 모든 것이 기적인 삶을 살았다. 2016년 ‘퓨어 실크 바하마 클래식’에서 우승할 때가 그랬다. 이 대회에서 장하나는 미 LPGA 투어 사상 최초로 ‘파4홀 홀인원’이라는 대기록을 세웠다.
 
미 LPGA 투어에서 4승을 거둔 장하나는 2017년 KLPGA 투어로 돌아와서도 해마다 우승에 성공하며 5번이나 우승을 차지했다.
 
논란이 된 장하나의 ‘포항 지진’ 발언
 
장하나(사진=게티이미지코리아)
 
모든 것이 기적인 것처럼 살았지만, 그 기적 같은 삶이 그냥 온 건 아니었다. 올 시즌 장하나는 발목 부상에 시달렸다. 장하나가 절뚝거리며 필드를 걷는 걸 보는 건 이제 더는 생경한 장면이 아니다. 
 
“거의 10년 가까이 된 부상이에요. 여느 선수 같으면 우승은 고사하고, 골프를 포기했을 겁니다. 그런데 장하나는 저런 발목으로 해마다 우승을 차지해요. 특히나 아무리 발목이 아파도 포기하지 않고, 대부분의 대회를 완주해요. 한번은 ‘왜 중도 포기하지 않느냐’고 물어본 적이 있어요. 장 프로가 뭐라고 했는지 아세요?” 
 
기자에게 장하나 이야기를 들려주던 방송계 관계자는 빙그레 웃으며 이렇게 말했다. “‘그래도 저 응원하시려고 찾아오시는 분도 계시고, TV로 챙겨 보는 분도 있으신데 어떻게 중도에 포기해요. 저한테 도움 주시는 스폰서 분들도 많으신데 제가 끝까지 뛰어야 브랜드가 노출될 수 있잖아요’ 그러는 거예요. 다른 분은 어떻게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최소한 전 장하나 같은 선수가 KLPGA 투어에서 뛴다는 건 대단한 행운이라고 봐요.”
 
장하나는 실력만큼이나 팬 서비스가 좋기로도 유명하다. 우승 때면 독특한 세리모니로 모두를 즐겁게 한다. 경기가 끝나면 홀 주변의 팬들에게 공을 나눠주고, 팬들의 사인에 흔쾌히 응한다. 
 
10월 21일부터 24일까지 부산에서 열린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대회 주최 측이 장하나를 적극 홍보한 것도 그가 2019년 초대 대회 우승자인 데다 실력과 팬 서비스를 겸비한 진정한 프로라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장하나는 그 기대에 충실히 부응했다. 대회 시작을 하루 앞두고 장하나는 내·외신 기자들과의 화상 인터뷰에 참석했다. 다이빙 선수가 잔물결 하나 일으키지 않고 물속으로 뛰어들 듯 장하나는 아무 문제 없이 능숙하게 답변을 이어갔다. 그때였다.
 
외신 기자가 장하나에게 “2019년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 대단한 경기를 펼쳤다.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다면 무엇일까”라고 물었다. 장하나는 이렇게 답했다.
 
“일단 제가 17번 홀이나 연장 나가서 (기록한) 버디가 많은 분이 기억을 해 주시지만, 저한테 굉장히 재미난 에피소드가 16홀에서 파 퍼팅이었던 것 같아요. 한 3m 정도 되는 파 퍼팅이었는데. 충분히 돌고 빠질 수 있는 거였는데 그때 포항에 지진이 나면서 많은 분들의 진동 소리가 울린 것 때문에 좀 돌고 들어갔다라는 재미난 에피소드가 있었던 거 같습니다.”
 
장하나의 발언에서 문제가 된 건 ‘포항 지진’과 ‘재미있는 에피소드’ 그리고 ‘많은 분들의 진동 소리’ 세 문구였다. 일부 언론에선 장하나가 2017년 발생한 포항 지진을 재미난 에피스도로 표현한 걸 두고서 ‘부적절하다’고 지적했다. 덧붙여 지진 피해로 아픔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에겐 실례가 되는 발언이라고 일갈했다. 
 
포항 지진으로 큰 아픔을 겪은 이들을 떠올린다면 분명 일리 있는 지적이었다. ‘혹시나’ 하는 걱정으로 포항에 사는 가족, 지인에게 걸었을 그 수많았던 전화들을 상기한다면 더 일리 있는 지적이었을지 모른다. 
 
‘포항 지진’과 인명, 재산 피해 전무했던 ‘창녕 지진’ 혼동했던 장하나. “애초부터 장하나 발언엔 누군가를 비하하거나 조롱할 의도가 전무했다.”
 
2019년 BMW 레이디스 챔피언십에서 우승했던 장하나(사진=게티이미지 코리아)
 
그렇다면 장하나는 왜 그런 발언을 했을까. 장하나의 인터뷰를 지켜봤던 한 골프계 관계자는 “장하나가 인터뷰를 통해 팬들과 공유하고자 했던 ‘재미있는 에피소드’의 핵심은 ‘포항 지진’이나 ‘많은 분들의 진동 소리’가 아닌 ‘16번 홀에서의 파 퍼팅’이었다”고 강조했다.
 
2019년 1회 대회에서 (장)하나가 4라운드 17번 홀에서 버디를 잡으면서 공동 선두에 올랐어요. 그리고 세 번째 연장에서 버디를 기록하면서 대망의 우승을 차지했죠. 그런데도 하나가 4라운드 16번 홀에서의 파 퍼팅을 기억하는 건 그 퍼팅이 실패로 끝났다면 연장 버디는 고사하고, 17번 홀에서의 추격도 불가능했다고 판단하기 때문일 겁니다.
 
16번 홀 파 퍼팅 성공을 떠올리며 ‘포항 지진’을 언급한 것에 대해선 다음과 같이 설명했다.
 
포항 지진은 2017년 발생했어요. 장하나가 언급한 2019년 10월 27일 16번 홀 파 퍼팅이 성공했을 때 발생한 건 경남 창녕 지진이었고요. 창녕 지진은 규모 3.4의 약진으로 인명과 재산상 피해가 전무했죠. 네, 장하나가 포항 지진과 창녕 지진을 혼동한 거예요. 19살 때부터 프로로 뛴 선수가 포항 지진의 의미를 알면서도 그걸 ‘재미있는 에피소드’로 칭했을 리 있었을까요? 아니에요. 그 짧은 인터뷰 시간에 혼동한 거예요. 나중에 장하나가 가장 가슴 아파했던 것도 그거에요.
 
나중에 언론에서도 포항 지진과 창녕 지진이 발생한 시점을 정확히 적어놨던데요. 제가 아쉬웠던 건 장하나가 포항 지진을 언급한 걸 두고 부적절하다고 하기 전에, 장하나를 고통받는 사람들에게 실례되는 발언을 한 선수라고 단정 짓기 전에, 두 지진이 발생한 날짜가 상이하다는 걸 알았다면 장하나에게 ‘당신이 언급한 게 포항 지진인지 창녕 지진인지’ 다시 물어볼 순 없었냐는 거에요.
 
틀린 말도 아니다. 장하나의 발언 가운데 ‘포항 지진’을 ‘창녕 지진’으로 바꾼다면 장하나의 발언엔 아무 문제가 없다. 원래 장하나의 발언에서도 누군가를 조롱하거나 비하할 의도나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그저 ‘포항’이란 단어가 들어가 발언 전체가 왜곡돼 보였을 뿐이다.
 
장하나는 소속사가 따로 없다. 만약 소속사가 있었다면 장하나가 혼동했을 때 이를 빠르게 바로 잡아 오해의 소지를 제거했을지 모른다. 하지만, 그 역시 결과론이다.
 
장하나는 16번 홀 파 퍼팅 발언을 했다가 큰 상처를 받았다. 인터뷰 다음 날 열린 1라운드에서 장하나는 더블보기를 범하는 등 74타로 부진했다. 하지만, 2라운드부터 안정을 되찾아 대회 마지막 날 4라운드에서 66타로 분전했다.
 
‘나의 길을 가련다’ 만큼 정확한 길은 없다. 지금 장하나가 가야할 길이 바로 그 길이다. 모든 것을 기적인 것처럼 살아왔던 지금까지처럼 말이다.
 
박동희 기자 dhp1225@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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