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뛰는 김보름 "첫 올림픽이라 생각할래요"

김효경 2021. 10. 27.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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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평창올림픽에서 ‘왕따 주행 논란’으로 마음고생을 한 김보름이 다시 일어서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준비하고 있다. 김성룡 기자

“베이징올림픽이 처음이라고 생각할래요.”

2018년 평창올림픽 스피드스케이팅 은메달리스트 김보름(28·강원도청)이 다시 달린다. 꼭 100일 앞으로 다가온 2022년 베이징 겨울올림픽을 향해서다.

김보름은 3년 전 평창올림픽을 잊고 싶어한다. 매스스타트 경기에서 은메달을 따낸 그는 웃지 못했다. 선수로서 가장 영광스러운 순간, 관중석을 향해 큰절한 뒤 “미안하다”는 말을 수차례 했다. 팀 추월 당시 있었던 ‘왕따 논란’ 때문이었다.

26일 강원도 원주에서 만난 김보름은 “(4년 전엔) ‘내가 스케이트를 다시 탈 수 있을까’라는 의문이 들었다. 그래도 내가 이겨내야 했고, 온전히 혼자 감당해야 했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불길 같은 비난 여론에 큰 충격을 받은 김보름과 그의 어머니는 심리 치료를 받기도 했다.

평창올림픽에서 김보름은 박지우, 노선영과 함께 팀 추월 준결승에 출전했다. 팀 추월은 마지막 선수가 결승선을 통과한 기록으로 순위를 가린다. 마지막 주자 노선영이 두 선수에 멀찍이 뒤처져 골인했다. “두 선수가 의도적으로 빨리 달렸다” “불화가 표출됐다”는 비난이 일었다. 경기 후 인터뷰에서 웃는 표정을 지었다는 이유로 김보름에게 화살이 쏟아졌다.

평창올림픽 이후 문화체육관광부는 ‘왕따 논란’을 조사했다. 결과는 분명했다. 선수들은 각자 최선을 다했으며, 노선영에게 의도적으로 망신을 주기 위한 레이스가 아니었다는 게 밝혀졌다. 김보름은 “사실이 밝혀져 다행스러웠다”고 말했다. 그래도 트라우마가 남았다. 그는 “그때를 떠올리지 않고 싶지만, 생각이 안 나는 건 아니다. 스스로 ‘괜찮다’고 마인드 컨트롤을 한다”고 했다.

김보름

김보름이 할 수 있는 건 앞을 보며 나아가는 일뿐이었다. 2018~19시즌 월드컵에 출전해 매스스타트 종합 1위에 올랐다. 2020년 사대륙선수권에서도 은메달을 따냈다. 김보름은 “나를 믿어주고, 응원해주는 분들이 계셨다. 그분들 도움으로 힘을 많이 얻었다”고 했다.

그리고 올림픽 시즌이 돌아왔다. 지난달 SK텔레콤배 종목별 스피드스케이팅 선수권대회 3000m에서 1위(4분 19초 44)에 오른 그는 2021~22시즌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월드컵 출전권을 땄다. 11~12월 열리는 월드컵 1~4차 대회(폴란드, 노르웨이, 미국, 캐나다) 성적에 따라 베이징 올림픽 출전권을 얻을 수 있다.

김보름은 “선발전 기록이 평창 때보다 늦다. 그러나 지난 3년 중에선 가장 좋았다. 그 부분에 의미를 두고 싶다”고 했다. 이달 초 그는 올림픽 경기장(베이징 내셔널 스피드스케이팅 오벌)에서 열린 테스트 이벤트에도 참가했다. 김보름은 “(올림픽이) 아직 실감 나지 않는다. 평창 때도 몇 달 전까지 그랬다. 앞으로 3개월이 중요하다”고 했다.

김보름을 비롯한 빙상 국가대표 선수들은 코로나19 탓에 2년 가까이 국제대회에 출전하지 못했다. 그는 “지상 훈련을 했지만, 스케이트장에 많이 가지 못했다. 우리나라 선수들이 (자가격리 문제 등으로) 한 시즌을 쉬는 동안 월드컵과 세계선수권대회가 진행됐다. 주 종목인 매스스타트는 다른 선수들과 경쟁하기 때문에 경기 감각이 중요한다. 공백이 걱정된다”고 전했다.

김보름은 “운동선수에게 올림픽은 너무 간절한 무대다. 이번이 (2014년 소치 대회 이후) 세 번째 출전이고, 메달도 (평창에서) 땄다. 그러나 ‘지금까지 아무것도 없었다, 베이징 올림픽이 처음이다’라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다”고 전했다.

김보름은 “월드컵에서 매스스타트 경기가 세 번 열린다. 1차 대회에서 내 실력을 확인하는 게 우선이다. 기록이 아니라 순위를 가리기 때문에 경기를 주도하는 선수가 누구인지에 따라 전략을 세워야 한다. 최근엔 랩타임도 빨라졌다. 월드컵을 통해 예전의 기량을 되찾는 게 우선”이라고 말했다.

원주지역 사회복지시설 및 저소득가구를 위한 마스크 1만2,000장을 전달한 김보름. [사진 원주시청]

바쁜 시기에 김보름은 이날 원주시청을 찾아 마스크 1만2000장을 전달했다. 그는 2017년부터 꾸준히 기부를 해왔다. 어린 시절 혼자 서울에 올라와 힘들게 운동했기에 남을 돕는 일에 적극적이다. 김보름은 “과거에는 고향 대구에서 주로 (기부를) 했다. 지금은 강원도청 소속이어서 이곳에 방역물품을 지원하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베이징올림픽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려고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응원해주시면 더 잘할 수 있을 것”이라며 웃었다.

한때 오해를 받았던 그의 미소가 잔잔하게 번졌다.

원주=김효경·안희수 기자 kaypubb@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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