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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팬심' 두려워한 KIA 사장 "리그 중단 결정, 뭇매 맞는다", 총재 "날 너무 무시. 지난 번 골프 치자고 했더니 싫은 소리 했죠?" [엠스플 탐사]

김근한 기자 입력 2021. 11. 14. 10:33 수정 2021. 11. 14. 10: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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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그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 강조한 이화원 전 KIA 대표이사
-“우리가 사회에서 지켜야 할 룰과 도덕, 규정. 이 부분에 합당하냐, 안 하냐를 구분했을 때 저희는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지금 우리가 하는 것은 우리끼리 리그지, 사회에서 이것을 문제 받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저는 자신 없습니다”
-규정을 지키자는 KIA 전 대표이사, 그런 대표이사에게 던진 정지택 총재의 핀잔 “지난 번에 운동하자는 것도 나는 성의껏 하자고 했는데 '아유, 나는 더워서 안해.' 그러고 싫은 소리 했죠? 그러지 마시고요”   
 
KIA 이화원 전 대표이사(왼쪽)는 7월 12일 KBO 긴급 이사회에서 팬들이 이해할 수 있는 리그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하며 정지택 총재의 리그 정상 진행 반대 의견에 반대 의사를 전했다(사진=KIA)
 
[엠스플뉴스]
 
사상 초유의 리그 중단이 결정된 7월 12일 KBO 긴급 이사회. 그 자리에서 KIA 타이거즈는 리그 중단에 대한 확고한 반대 의사와 함께 팬들이 이해할 수 있는 리그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성을 강조했다. 리그 정상 진행이라는 규정을 지키고자 했던 KIA는 끝까지 ‘팬심’을 가장 무서워했다. 
 
이화원 전 KIA 대표의 묵직한 발언 "우리가 사회에서 지켜야 할 룰과 도덕, 규정. 이 부분에 합당하냐, 안 하냐를 구분했을 때 저희는 뭇매를 맞을 수 있다는 생각을 가지고...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 당시 이화원 KIA 타이거즈 전 대표이사의 발언 일부를 재구성한 장면(사진=엠스플뉴스)
 
7월 12일 KBO 긴급 이사회 회의록에 따르면 KIA는 회의 초반부터 '리그 정상 진행'과 '리그 중단' 사이에서 '리그 정상 진행' 의견을 고수했다. 
 
긴급 이사회 회의 초반 KBO 정지택 총재는 ‘두산, NC가 2군 선수들로 대체해 정상적으로 리그를 진행하는 방안’에 대해 확고한 반대 의사를 밝혔다. 
 
당시 정 총재는 “NC, 두산을 선수 전원 교체시켜서 강행시키는 것에 대해서 의장으로서 반대다. 그렇게까지 강행한다는 것은 어렵다는 제 의견에 대해서 반대하시는 분이 있으면 손을 들어주시겠습니까”라고 했다. 
 
정 총재의 의견에 가장 먼저 반대 의사를 전한 팀이 KIA였다. 이화원 KIA 전 대표이사는 구단 전력 유불리에 따른 리그 중단 결정이 이뤄지면 안 되고, 엄연히 존재하는 KBO 코로나19 매뉴얼 원칙을 지켜야한단 뜻을 강조했다. 
 
밖에서 보기에는 뭔가 포장이 된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구단 전력 약화에 따른 성적 유불 리가 적용되지 않았냐고 강한 의심을 하고 있는 상태입니다. 이 부분에 대해서는 우리가 간과해서는 안 될 것 같고요. (중략) KBO 규정이 아까 말씀드린 것처럼 대체 선수로 한다는 규정이 있고, 심각한 이유가 있을 때는 의사결정을 하는 건데...스포츠의 공정한 룰, 팬들에게 설득이 되는지. 지금 우리가 하는 것은 우리끼리 리그지 사회에서 이것을 문제 받지 않을 자신이 있는가. 저는 자신 없습니다. 이화원 전 대표이사의 말이다.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 당시 이화원 KIA 타이거즈 전 대표이사의 발언 일부를 재구성한 장면(사진=엠스플뉴스)
 
이 전 대표이사는 코로나19 확진자 발생시 대체 선수로 리그 경기를 정상 진행한 미국과 일본 프로야구의 예를 들어 KBO리그도 투명성과 공정성을 지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미국 규정대로, 일본은 일본 규정대로 다 경기를 했습니다. (중략) 결국엔 그래서 (기존 원칙대로) 대체 선수로 가고, 그다음에 심각한 상황이 있을 때 그 기준을 먼저 바꾸고 해야지. 또 다른 것을 감안해서 하는 것은 핀트가 잘못 들어가지 않았나 그 부분을 먼저 생각해줬으면 좋겠고요.
 
어떻게든 빈자리를 채워 경기를 소화하려는 ‘모범 답안’을 보여준 KIA, KIA는 긴급 이사회에서 ‘팬심’을 가장 무서워했다. 
 
이화원 KIA 타이거즈 전 대표이사. 이 전 대표이사는 이사회 내내 상식적 발언을 이어갔다.
 
이화원 전 대표이사의 상식적인 발언에도 정지택 총재는 ‘리그 정상 진행에 반대한다’라는 자신의 의견에 대한 최종 찬반 여부를 구단 대표이사들에게 물었다. 여기서도 이화원 KIA 전 대표이사는 총재 의견에 반대 의사를 표명했다.
 
구단의 확진자 및 자가격리 대상, 선수 인원수와 상관없이 구단 대체선수를 투입해 리그를 정상으로 진행한다고 규정에 나와 있습니다. 이게 규정입니다. (중략) 저는 바라는 게 규정대로 2군을 투입해서라도 엔트리 미달이 아닌 상태이기에 진행하는 게 이 규정으로 보더라도 그렇게 하자는 거예요.
 
사실 KIA는 리그 중단이 결정되기 하루 전인 7월 11일 예상치 못한 정신없는 하루를 보냈다. 11일 경기 시작 직전 주전 포수 2명이 코로나19 밀접 접촉자로 판정돼 자가격리에 들어간 것. 
 
포수 포지션은 팀 전력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자리다. 주전 포수 2명이 외부 요인으로 갑작스럽게 이탈했기에 KIA도 당황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코로나19의 특수 상황이라, 경기 직전 현장에선 '경기를 취소하고 뒤로 미뤄야 하는 게 아니냐'는 목소리가 있었다.
 
하지만, KIA는 어떻게든 빈자리를 채워 경기를 소화하려는 ‘모범 답안’을 보여줬다. 이날 퓨처스리그 경기가 없었기에 2군 엔트리에 있던 포수인 권혁경과 이정훈은 자택에 머무르고 있었다. KIA는 자택에서 점심을 먹고 있던 권혁경을 급히 부른 뒤 경기 직전 야구장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거주하는 이정훈까지 콜업해 경기 정상 진행 준비를 가까스로 마쳤다. 
 
기존 KBO 코로나19 통합 매뉴얼대로 자가격리 선수 대신 2군 엔트리 선수로 대체해 원칙을 지킨 KIA는 7월 11일 경기에서 선두 KT WIZ를 상대로 2대 0 승리를 거뒀다. 구단과 현장의 논의 끝에 당시 코로나19 매뉴얼을 지킨 모범 사례를 만든 셈이었다. 
 
긴급 이사회에서도 이 전 대표이사는 KIA의 코로나19 매뉴얼 준수 사례를 제시하면서 리그 정상 진행이라는 원칙을 지켜야한단 점을 거듭 강조했다.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 당시 이화원 KIA 타이거즈 전 대표이사의 발언 일부를 재구성한 장면(사진=엠스플뉴스)
 
한 번도 1군에 서보지도 않은 선수를 어제 오후에 불러가지고 사인을 가르쳐서 그 투수가 던진 공을 한 번도 받지 않은 선수를 현자에 투입해서 경기를 했고. 야구에 대해서 다 아시겠지만 주전 포수가 없는 상태에서 야구가 얼마나 힘든지 알지 않습니까? 구단에서 아직까지 한 번도 해본 적이 없는데. 물론 1군에서 나왔다는 게 말이 안 되지만. 그래서 결국 진행했습니다.” 
 
KIA는 긴급 이사회에서 ‘팬심’을 가장 무서워한 구단이기도 했다. 리그의 공정성이 훼손되는 리그 중단 결정에 대해 팬들의 여론을 전혀 의식하지 않은 일부 시선과는 달랐다. 
 
우리 팬들은 뭐라고 할 거에요? 팬들도 생각해야 한다는 거죠. 정작 NC하고 두산은 경기를 안 하고, 우리는 페어하지 못하다는 게 지금 우리 팬 카페에서 난리가 난 상황입니다. 그것을 감안해서 우리 팬들을 설득할 수 없다는 거예요. 
 
규정을 지키자는 KIA의 일관된 태도는 꺾이지 않았다. 그런 이 전 대표를 가리켜 정 총재는 "지난 번에 운동(골프)하자는 것도 나는 성의껏 하자고 했는데 '아유, 나는 더워서 안해.' 그러고 싫은 소리 했죠? 그러지 마시고요"하며 핀잔을 줬다. 
 
7월 12일 KBO 긴급이사회 당시 정지택 KBO 총재의 회의 발언을 재구성한 장면(사진=엠스플뉴스)
 
KIA는 ‘리그 정상 진행을 반대한다’는 정 총재의 의견에 대한 찬반 다수결에서 한화 이글스, SSG 랜더스, 롯데 자이언츠와 함께 반대를 고수했다. 
 
이후 NC와 두산 경기만 제외한 리그 진행 안건에 대해서도 KIA는 구단 간 형평성과 ‘팬심’을 강조하면서 반대 의사를 표했다. 구단 사장 교체로 팀을 떠났지만, 원칙을 지키고자 한 이화원 KIA 전 대표이사의 확고한 자세에 야구계의 찬사가 쏟아져야 할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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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한, 배지헌, 이근승, 박동희 기자 
 
김근한 기자 kimgernhan@mbcplu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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